[편집자주] '나'를 위해서가 '우리'를 위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고 더 나아가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애를 씁니다. 바로 ?공정무역,사회적기업,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업체들이죠. 이로운넷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머니투데이 공동으로 사회의 불편부당함을 해소해나가려고 힘쓰는 사회적경제브랜드들을 소개합니다.


브랜드스토리 ⓛ 공정무역 차와 건망고,계피가 바꾼 삶의 현장

(주)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중국 운남성 보이시 해발 1800m 고지대에 사는 라후족 여성들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고기는커녕 풀뿌리조차 먹기 힘들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공정무역 방식으로 재배한 보이차와 홍차의 판매 수익이 늘어나면서 생긴 변화죠.

운남성은 중국 3대 홍차 산지로 유명하며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보이차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사진제공: AFN)

“큰 돈을 버는 건 아니에요. 그러나 제가 ‘포기해야만 했던 배움’을 아이들에게 대물림하지 않아서 좋아요. 공정무역 덕분에 아이들은 학교로 돌아갈 수 있었고 더 많은 꿈을 꿀 수 있게 됐거든요.”

중국 운남성에 여성 농부 마 쉬 리안(Ma Shi Lian)이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직원들에게 했다는 말입니다.



AFN은 2015년 7월부터 라후족 여성들이 재배한 공정무역 홍차,보이차,카카오차 3종 판매를 시작했다.(사진제공=AFN)

공정무역단체이자 사회적기업인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Asia Fairtrade Network, 이하 AFN)’는 베트남과 필리핀, 중국의 소작농들이 공정무역 방식으로 재배한 농산물을 수입 판매하고 있어요. 주요 상품은 건망고와 캐슈넛, 계피, 초콜릿, 차 등입니다. http://www.asiafairtrade.net/




공정무역가 이강백 대표와 건축가 승효상 씨, 시골의사 박경철 씨 등 11명은 공정무역으로 아시아 저개발국가의 빈곤을 몰아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지난 2012년 이들은 각자 5천여만 원을 투자해 총 5억 원을 모아 AFN을 설립했어요. 이강백 AFN 대표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행동은 소비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습니다.

이강백 아시아공정무역네크워크 대표

“소비는 ‘관계’라는 틀 속에서 다른 사람에게 직접 영향을 줍니다. 자신의 돈을 가치 있게 사용할 때 세상은 바뀐다고 생각해요. 공정한 거래는 강자 중심의 무역 규칙에서 소외된 약자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는 탈출구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공정무역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2013년 IFAD (국제농업개발기금)의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25억 명의 소농 가운데 14억 명이 최저 빈곤선 아래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은 매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있어요.

“우리를 가난하다거나 불쌍히 여기지 마세요. 우리는 열심히 일했고 그저 노력한 만큼 정당한 가격을 받고 싶을 뿐입니다.”

현지 생산지와 교류를 맡고 있는 이승희 AFN 간사는 생산자들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고 합니다.

이승희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간사

“그들은 게으른 게 아닙니다. 일이 없는 것도 아니에요. 단지 대자본의 힘에 밀려 헐값으로 생산물을 팔아야 하는 것뿐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이들에게 공정한 거래로 소득을 증대시킴으로서 지속적으로 농사를 짓고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겁니다.”

AFN은 베트남 북부 산간지대 옌바이성의 ‘반쩐 바이오 농부클럽’으로부터 공정무역 유기농 계피를 수입합니다. 조합원 수는 422명. 500년 동안 계피 농사를 지어온 소수민족 자오족입니다.

계피는 칼슘과 식이 섬유, 미네랄이 풍부하며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성질이 있어 봄철 환절기 건강관리에 유익하다. 또 당뇨환자나 갱년기 여성들의 건강 관리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용훈 AFN 협력 국장은 소셜프리미엄으로 바뀐 계피 농사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더군요.

“ 마을 사람들은 산꼭대기까지 가파른 길을 하루 종일 걸려 올라가서 계피를 채취합니다. 갓 채취한 계피는 수분을 머금고 있어 무게가 엄청나요. 이전에는 등짐을 지고 내려와야 했지만 지역 발전 기금으로 도로를 깔고 길을 뚫어 현재는 오토바이로 계피를 날라요. 마을 입구까지 트럭도 들어옵니다. 당연히 생산량도 늘었죠.”

반쩐 바이오 농부클럽 조합장 반 트아 찌에우씨(사진제공: AFN)

농부들은 계피를 1Kg에 1만5000동(약 0.7달러)에 파는데 이는 일반 시장보다 높은 가격입니다. 이승희 간사는 특히 최저가격 보장제와 공정거래프리미엄(지역발전기금)제도가 농민들의 자립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안정적인 수입 보장은 큰 의미를 갖습니다. 최저가격 보장제를 통해 농부들은 스스로 수익을 예측하고 내년 농사 계획을 세울 수 있죠. 공정거래 프리미엄은 지역공동체 발전을 위해 판매금에 10~15%의 웃돈을 얹어주는 거예요. 그 돈으로 무엇을 할지는 조합에게 일임합니다. 현지 사정에 꼭 맞는 발전을 위해서요.”

발전기금으로 마을에는 공동회관과 학교가 차례로 지어졌고 깨끗한 식수도 마련됐어요. 그동안 AFN은 9.75톤의 계피를 판매했고 공정무역 프리미엄으로 1만2776달러를 마을에 지급했답니다.

공정무역은 단순히 생산자에게 더 많은 돈을 준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공정무역 인증을 받기 위해 생산자들은 까다로운 수칙을 지켜야 해요. 철칙 중 하나가 친환경 농법과 아동노동 절대 금지입니다.

필리핀 망고 농장 (사진제공: AFN)
이승희 AFN 간사는 공정무역을 가리켜 ‘얼굴 있는 장터’라고 비유했습니다.

“우리는 소규모 농가들과 거래하기 때문에 생산자들의 얼굴과 이름을 잘 알아요. 얼굴이 곧 제품을 말해주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가 없지요.”

AFN은 필리핀의 자선재단이자 공정무역 단체인 프레다페어트레이드(이하 프레다)를 통해 건망고를 들여옵니다. 필리핀 다바오지역의 망고 농부들은 공정무역을 시작하면서 자연비료를 쓰기 시작했어요. 살충제 대신 종이백으로 과일을 일일이 감싸서 병충해를 막는 배깅(bagging)농법을 쓰고요. 이렇게 수확된 망고는 최신 위생 설비를 갖춘 공장에서 건조 과정을 거쳐 세계 각국에 수출됩니다. 모든 공정은 WFTO(세계공정무역기구)가 철저히 감독합니다.

프레다재단에서는 공정무역 망고판매로 생긴 수익의 55%를 필리핀 내 아동학대와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는데 쓰고 있다.(사진제공: AFN)
1년 전부터 건망고의 팬이 된 김지나 씨는 공정무역 건망고에는 방부제나 인공색소가 들어있지 않아 색이 곱지 않지만 맛이 일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 2~3봉지 씩 집에쟁여놓고 먹고 있어요. 아무리 뜻이 좋아도 맛이 없으면 누가 찾겠어요. 일반 제품에 비하면 비싸지만 다른 유기농 제품보다 특별히 더 비싸다는 느낌은 들지 않아요.”

이세영 씨는 사람의 냄새가 느껴져 애착이 간다고 하더군요.

“몸에도 좋고 의미도 있는 행동이지만 전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느낌이 좋아요. 제품 이름도 ‘당신에게 선물’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잖아요. 생산자들의 이야기도 블로그에 올라와 있고요.. 어쩌면 이런 점들이 제가 이 제품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AFN이 수입한 공정무역제품들은 ‘웰코’라는 장애인 보호 작업장에서 포장됩니다. 2014년부터 수입되는 계피와 건망고의 전 물량을 그리고 지난해부터 캐슈넛의 로스팅과 포장도 전량 소화해내고 있지요.

공정무역 건망고는 계피와 캐슈넛과 더불어 AFN의 대표적 인기 상품이다.(사진제공: AFN)

얼마 전 AFN은 연대와 협력의 소중함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던 큰 사건을 경험했습니다. 국내 한 유통업체가 자사 브랜드의 제품이 생겼다는 이유로 갑자기 입점을 철회한 거죠. 이 바람에 건망고 1만여 통, 1억여 원에 이르는 재고가 쌓이게 됐습니다. 이때 여러 사람들이 도와주었습니다.

윤리적 소비 쇼핑몰 '이로운몰' 운영을 대행하는 쿠키쇼핑은 공동구매 이벤트를 펼쳐 25%의 물량을 소화했습니다. 사회적 기업들과 정부, 지자체들도 거들었어요. 발도르프 대안 학교 학부모인 원지연 씨는 지인으로부터 소식을 전해 듣고 교내 온라인장터에 공동구매를 제안했습니다. 80명의 학부모가 동참했고 500개가 판매됐습니다. 이처럼 주변의 도움으로 유통기한을 한 달 여 앞둔 건망고는 기적처럼 ‘완판’됐습니다.

이 대표는 공정무역만으로 세상이 단번에 바뀔 수 있다고는 믿지 않습니다. 다만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아주 미미하지만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은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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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예로 지난 2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강제 노동을 통해 어획한 수산물과 가공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관세법 개정안에 서명한 점을 주목했습니다.

“칵테일새우는 너무 작아 어른 손으로는 껍질을 벗겨내기 힘들어요.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인신매매로 끌려와 강제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숱하게 언론과 공정무역단체들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는데 법안이 통과하기까지 얼마나 걸린 줄 아세요? 무려 12년입니다.”

AFN은 현지를 방문할 때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을 가져가 농민들과 함께 나눠먹는다. 농부들이 정직하게 친환경 농사를 지은 덕분에 한국의 소비자들이 건강한 먹거리를 챙길 수 있어 고맙다는 마음의 표시다. (사진제공=AFN)

AFN의 블로그에는 공정무역이 농부들의 지난한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신나는 이야기들이 깨알같이 올라와 있어요. 큰 부자가 된 인생역전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저 보통 사람들이라면 누릴 수 있는 평범한 삶을 돌려받게 된 사연들입니다. 그들의 공통된 바람은 오직 하나 ‘공정무역 거래가 오래오래 유지됐으면 좋겠다’는 것이에요.

엠마왓슨은 공정무역 패션 브랜드 '피플트리' 홍보대사를 하며 공정무역을 널리 알리는데 힘썼다. 사진은 2010년 방글라데시에서 유기농 면 100%를 이용해 핸드메이드 옷을 짓는 한 공장을 방문했을 때 모습이다. 출처: http://afn_01.blog.me/220307119202

해리포터의 여주인공으로 유명한 영화배우 엠마 왓슨은 UN의 양성평등 홍보대사이자 열렬한 공정무역지지자랍니다. 그는 여성인권 신장 캠페인 HeForShe를 홍보하는 UN 연설에서 만일 당신이 믿음을 갖고 있다면 한 발짝 나와서 자신을 향해 2가지 질문을 던져보라고 하더군요.

“If not me, who? (내가 아니면 누가요?)”

“If not now, when? (지금 아니라면 언제요?)”

공정무역에 대한 당신의 믿음은 무엇인가요?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http://www.asiafairtrade.net/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블로그:?http://afn_01.blog.me/

글. 백선기 이로운넷 에디터

사진. 이우기(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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