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의료 영역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아주 뜨거운 분야가 됐다. 여러 걱정과 함께 지난 우리 삶을 반성하는 목소리까지, 의료뿐 아니라 모든 일상이 재점검되고 있다. 최근에는 의료계 파업까지 거론되고 있어 전 국민이 긴장한 상황이다.

비의료인으로서, 의료 관련 사회적경제 조직에서 활동하는 사람으로서, 최근 의료계 파업은 단순한 밥그릇을 챙기는 자기 이기주의가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의료계-정부 간 신뢰가 형성돼야 하는데, 이는 어찌 보면 구조적인 문제라 단기간에 풀기는 어렵다.

그중 하나는 ‘의료 전달체계의 문제’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도 보았듯, 공공의료기관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의료서비스 대부분은 민간의료기관을 통해 전달된다. 이 민간의료기관도 1차, 2차, 3차 의료기관이 서로 경쟁하는 구조다. 경쟁이 심화하는 원인 중 하나는 정부 중심 건강보험체계의 ‘행위별저수가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건강 재정기반과 정책은 국가가 거의 독점하고 있는 상태에서, 낮은 수가에 기반한 행위별 의료행위는 민간의 자율성과 신뢰를 형성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런 구조가 수십 년 이어져 의료계와 정부 사이에는 큰 불신이 생겨버렸다. 이런 벽을 두고는 표면적인 문제 해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위한 장기적 계획을 세우기도 어렵다.

행위별수가제도: 진료에 소요되는 약제 또는 재료비를 별도로 산정하고, 의료인이 제공한 진료행위 하나하나마다 항목별로 가격을 책정하여 진료비를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

의료계와 정부 간 신뢰를 세울 방안으로 공공과 민간 사이 중간지대 역할을 할 ‘사회적 의료기관,’ ‘사회적 의료 영역’을 제시한다. 세금 중심의 공공의료가 지닌 한계를 극복하고, 민간의 경쟁적 의료서비스 구조를 보완하는 형태다.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을 포함한 이해관계자 당사자 참여는 필수다. 고령화 사회에서 의료·건강 문제는 재정과 의료인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이 건강의 보조자 또는 매개자가 돼야 한다. 우리 조합에서 3년 전부터 실행 중인 ‘건강반장’ 활동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것을 넘어, 자기가 사는 동네의 의료취약계층을 돌보는 활동이다. 여기에 의사와 간호사가 정기적으로 건강반장과 소통하며 의료와 건강에 대해 알려준다. 지역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원격의료도 정부가 산업적으로만 접근하려고 하지 말고, 대면 진료와 1차 의료 중심(주치의제 도입 등) 기조 속에서 부분적인 시도로 의료계와 접점을 찾아가는 거다. 특히, 의사의 방문 진료(왕진)를 강화하면서 보조 수단으로 원격의료, 원격모니터링 등 원격의료 영역의 문제를 보완하고 수가도 현실화해야 한다. 작은 것부터 하나, 둘씩 신뢰 관계를 만들어 정책을 완성해 가야 한다.

불신과 불만이 계속된다면 또 다른 파업이나 단체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공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의 중간지대로서 ‘사회적 의료기관’ 또는 ‘사회적 의료 영역’을 새롭게 개척하는 건 이를 해소할 만남이 될 수 있다. 협동조합을 포함한 사회적경제는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서도 공공과의 접점을 형성하거나, 민간의 한계를 혁신할 아이디어·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어느 때보다도 국민 건강이 중요한 이 시기에 새로운 방식의 의료서비스 방식을 제안해 본다. 의료계의 참여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장기 정책을 위한 과감한 행동으로 신뢰를 회복하려는 모습을 보이길 기대한다. 그래서 국민의 불안감과 두려움을 해소하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박준영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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