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rt style="green"] [아름다운가게의 참 아름다운 이야기]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함께 행복해지는 아름다운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나눔과 환경, 그리고 봉사에 관한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alert]

초록 별 지구에 빨간 불이 켜졌다. 올 여름 대한민국은 이상기후로 인한 몸살을 앓았고 지구의 아픔을 몸소 체험하며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실감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지구 온난화와 환경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친환경 제품, 친환경 패션 등 국제적인 에코열풍이 시작됐으며 이는 국내 디자인계에도 영향 주고 있다. 너도나도 친환경을 목소리 높여 외치는 이때에 사람과 자연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꿈꾸는 그린디자이너 이명우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진은 이명우 그린디자이너, 2009년 5월에 열린 자신의 첫 개인전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에서

한두 차례의 태풍과 폭우가 지나고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던 8월의 여름 날,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초라하지도 않은 소박한 옷차림의 한 남자를 만났다. 그가 바로 서른두 살 그린 디자이너 이명우다. 다소 생소한 그린 디자인, 그린 디자인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우리를 위해 그는 그린디자인에 대한 그의 생각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린 디자인은 환경과 사람 모두에게 이로운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그 동안 사람들의 욕구에만 충실한 디자인이 많았고 환경에 적지 않은 피해를 주었잖아요. 잘못된 과거가 있다면 반성하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려는 움직임인 것이죠, 인간과 자연이 지속하고 공존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하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그린 디자인이에요.”

그가 만난 디자인

이명우(32) 그린디자이너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 화가가 되고싶었지만, 고3 입시미술학원에서 원장선생님의 권유로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게 되었고 그래픽디자이너를 꿈꾸게 됐다. 그러던 그는 대학 3학년 때 <월든> 이라는 책이 계기가 되어 그린 디자이너로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

“대학교 3학년 때 <월든> 이라는 책을 읽게 됐어요. 19세기 미국동부에 살았던 헨리 데이빗 소로우라는 청년이 하버드 대학졸업 후 월든이라는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홀로 살아간 2년간의 기록이에요. 모험소설인 줄 알고 재미 삼아 읽었는데, 환경과 문명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심어주더라고요. 너무 큰 감동을 받았고요. 책 한 권에 많은 영향을 받은 셈이에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삶을 살아보자 생각했어요. 디자인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특정 기업이나 고객의 디자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는 부분적인 역할 만이 아니라 보다 보편적인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죠.”

그 뒤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월든으로 무작정 떠나보겠다고 마음먹었던 그에게 새로운 인연이 찾아왔다. 이명우에게 월든 이라는 책과 그린 디자인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새로운 생각을 하러 새로운 장소로 무작정 떠나고 싶어, 미국 동부의 ‘월든’ 호수로 목적지를 결정하고, 열심히 돈을 모으며 준비했어요, 어느 날 월든에 관한 자료를 검색하는데 유독 한국의 어떤 디자이너가 연관검색이 되는 거예요. 국민대학교에서 그린디자인을 가르치시는 윤호섭 교수님이었죠. 그 당시 그린디자인이라는 이름에 많이 끌렸던 것 같아요, 디자인으로 환경문제를 다룬다는 점이 흥미로웠는데 때마침 대학로에서 ‘녹색 공감 교실’이라는 공개강연을 진행하고 계셨고, 1달간 들으며 디자인에 대한 다른 시각을 갖게 됐어요. 그래서 월든에 가겠다는 결심을 잠시 접고 그린디자인을 공부하게 되었답니다.”

이명우의 지속 가능한 그린디자인
그렇게 우연하지만 특별하게 시작된 그린디자이너로서의 길을 걷고 있는 그는 꾸준히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2009년 5월 그의 첫 개인전인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는 잃음으로써 얻는 것과 얻음으로써 잃는 것에 대한 주제로, 버려진 박스 위에 무표정한 동물들의 얼굴을 그림으로써 사람이 자신의 편의를 위해 무언가를 얻을 때 반대로 수많은 동물들의 생명과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며 사람들에게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해주었다.

이명우 그린디자이너의 <지구 온난화 포스터 시리즈>

또한 CO2 배출량 상위국들의 국기를 이용해 지구온난화의 원인과 결과를 이미지화한 <지구 온난화 포스터 시리즈>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더불어 지구온난화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지 단지 몇몇 특정 국가만의 것으로 규정지을 수 없음을 표현했다.

그리고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의 작품 <워터 드로잉 퍼포먼스>는 땅이 젖으면 색이 짙어지는 현상을 이용한 드로잉 퍼포먼스다. 물고기 모양으로 구멍을 오려낸 박스 위에 물을 뿌리면 물에 젖은 땅이 물고기 모양으로 짙어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증발하는 현상을 이용한 작업이다. 청계천변을 따라, 상류로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 무리를 표현함으로 소리 없이 사라져가는 물, 생명, 자연의 소중함에 대한 생각을 전달한 작품이다.

“워터 드로잉 퍼포먼스는 <물> 이라는 생명에 필수적인 요소를 이용하기 때문에 자연과 생명 문명의 지속 등 그 의미가 포괄적일 수 있어요. 또한 작업 전 과정에서 에너지 사용이나 오염 등의 피해를 주지 않아 주제 정신에 잘 부합 되고요. 또한 길 위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작가와 다양한 사람들이 직접 교감할 수 있다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점이에요. 앞으로도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저의 생각들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그린디자이너 이명우가 청계천변에서 작업한 워터 드로잉 퍼포먼스 < 물>

작품 하나하나마다 나름의 의미가 담겨있는 그의 작업들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 꾸준한 생각과 자신의 디자인 철학에 대한 깊은 사고의 결과물이었다.

이명우, 그가 꿈꾸는 디자인
하지만 그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디자인은 ‘그린디자인’에 국한되어 있지는 않다. “전 궁극적으로는 굿 디자인을 하고 싶어요. 굿 디자인에는 분명히 그린디자인이 포함돼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환경을 생각하는 의식을 넘어 소박하지만 소중한 인정이 담겨 있었다.

“저는 디지털만큼이나 아날로그가 가지고 있는 가치도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이 둘의 차이는 우열이 아니라 매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날로그는 다소 불편하고 번거로워서 대부분 멀리하지만, 그래서 제겐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같은 바느질도 손과 기계는 분명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기계바느질이 빠르고 정확하다면 손바느질은 견고하고 제작자의 감정이 담기죠.

또 요즘에는 대부분의 소통을 컴퓨터 메일이나 휴대전화 문자로 하잖아요. 디지털 전달방식은 빠르고 즉각적이지만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목적이라면 손으로 쓴 편지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요즘처럼 디지털이 만연한 시대에는 더욱 그렇겠죠. 저는 그런 디자인을 하고 싶어요. 디자인된 물건이나 시스템에 사용자가 맞추어가는 것 이 아닌 사용자가 사용하는 과정까지 모두 디자인일 수 있는 것이요.

자신의 손때가 묻어서 닳고 닳아도 애틋해지면, 다른 새것보다도 이게 더 좋은, 못났어도 내 자식이 예쁘잖아요. 그래서 버릴 수 없게 되는 그런 마음이 생기는 디자인 말이에요. 보기에는 굉장히 매력적이어서 구매하게 되지만 막상 사용해보면 불편하고 내 것 같지 않은 물건들보다는, 단순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사용 할수록 자신 같아지고 편리해서 정이 드는 것 이죠.”

그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디자인을 꿈꾸는 ‘그린디자인’을 하는 것이 보람 있고 기쁘다고 한다. “그린디자인을 하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개인의 물질적 보상 이외에도 공적인 부분의 가치도 다루게 되니 사람들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에요. 다양한 사람들의 반응과 격려가주는 에너지가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돈보다 사람의 마음을 받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그의 고백에 진심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자연을 향한 사랑과 사람을 향한 마음,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 그의 소박하지만 진실 된 마음이 대화를 통해 전해져 왔다.

단순해도 중요한 것을 잃지 않고 작은 것을 소중히 하는 그 마음이 우리들에게는 작아 보이지만 우리들을 살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원동력인 자연의 생명력을 닮았다. 그린디자이너 이명우, 그가 만들어갈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이 조금 더 환경을 생각하고 친밀해지기를, 그리고 그것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소중히 여기길 기대한다.

글: 이윤자 프리랜서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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