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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


위의 문장은 마케팅의 기본 명제 중의 하나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만들기 전까지는 우리 중 누구도 아이폰을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부족함을 느끼지 않았지요. ^^ 애플처럼 명민한 기업은 새로운 제품 만이 아니라 '새로운 욕망'까지 제시해 줍니다. 하루가 다르게 신기하고 멋진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점점 많아져 갑니다. 그러니 항상 마음이 바쁘고 조급해지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하나 쯤은 가지고 있는 것, 이제 '기본'이 된 물건을 가지지 못한 것은 밥을 굶은 것처럼 허기지고 외롭고 슬픈 것이니까요.

요즘 사람들은 모든 것의 가격을 알지만 어떤 것의 가치도 알지 못한다.


1890년대 후반, 오스카 와일드가 했던 말입니다. 현재도 여전히 유효한 말인 것 같습니다. 끝도 없이 길어지는 wish list에 한 숨을 내쉬는 대신 모든 것, 요즘은 경험까지도 포함해서, 돈으로 환산되는 세상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을 소개합니다.

[가격은 없다] 당신이 속고 있는 가격의 비밀 | 원제 Priceless: The Myth of Fair Value
윌리엄 파운드스톤/ 동녘 사이언스

소비자는 새롭게 포장된 제품을 새로운 가격에 사는 게 이전보다 이득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길이 없어 고민하다가 상품을 그냥 카트에 던져 넣고 만다.?눈에 빤히 보이는 사기라고 생각하는가? 맞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이런 사기는 너무 빤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 소비자들은 이제는 절대 바보처럼 속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가격 컨설턴트들은 소비자들이 실제로는 그들의 말처럼 행동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본문 12쪽 ~ 14쪽

[슬로 라이프] 우리가 꿈꾸는 또 다른 삶 | 원제 Slow Life 100 No Keyword
쓰지 신이치/ 디자인 하우스

요컨대, '빈둥거린다'는 것은 '생산적이 아닌'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로 인해 당사자의 사회성에 결손이 생겨난다고 여긴다... 그러나 게으름 피우기를 장려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의 바깥에 있는 참된 자신의 '거처'를 발견하는 일이다. 즉, 생산성의 가치로부터 벗어나 있는 자기 자신을 재발견하는 일인 것이다.- 본문 287쪽

[즐거운 불편]?소비사회를 넘어서기 위한 한 인간의 자발적 실천기록
후쿠오카 켄세이/ 달팽이

이 책을 읽음으로써, 소비문명으로 인해 잃어버렸던 것들 중에 더없이 소중한 뭔가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할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결과, 당신의 인생이 조금이라도 풍요로워졌다고 느낄 수 있게 된다면, 그 보다 더한 기쁨은 없을 것이다. ?-<한국의 독자분께> 후쿠오카 켄세이

[가격은 없다]를 읽으면 포장 용기를 작게 만드는 것, 가격의 끝자리를 9로 맞춰 눈속임을 하는 것 등 우리의 소비행동을 '배후조정'하는 매카니즘에 눈을 뜰 수 있을 것 같네요. [슬로 라이프]와 [즐거운 불편]은 소비사회를 넘어선 삶을 실천한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우리 삶을 지배하는 돈과 소비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를 넓혀주는 책도 골라 보았습니다. [소비의 사회]는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책은 아닙니다. 프랑스 철학자들의 책을 읽다보면 ?'결코 쉽게 이야기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 그렇지만 힘들게 올라간 높은 산 정상의 나무는 푸르고 아름답지요.

[돈의 인문학] 머니 게임의 시대, 부富의 근원을 되묻는다
김찬호/ 문학과 지성사

인간에게 돈은 무엇인가? 개인은 돈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이며, 인간관계에서 돈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사회는 돈의 시스템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나를 끊임없이 모독하는 힘에 굴복하지 않는 얼은 어디에 있는가. 천박함과 난폭함으로 치닫는 세계로부터 마음을 지키는 항체를 갖고 싶다. -본문 270쪽~271쪽

[소비의 사회] 그 신화와 구조 | 원제 La societe de consommation
장 보드리야르/ 문예 출판사

소비는 하나의 신화다. 현대사회가 자기 자신에 대해서 하는 말(parole), 우리 사회가 스스로를 말하는 방식, 그것이 소비다. -본문 328쪽





위의 5권을 다 읽는다고 우리가 당장 소비에서 자유로워 질 수는 없겠지요. 촘촘하고 견고한 물신의 그물망이 그렇게 쉽게 우리를 놓아줄리는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소비' 권하는 사회를 거절할 수 있는 힘을 조금씩 키워나가는 시작은 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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