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은 작가(사진 왼쪽)와 제주도에서 해후한 김경은 기자.
박정은 작가(사진 왼쪽)와 제주도에서 해후한 김경은 기자.

박정은 여행작가는...
지금까지 여행한 나라 총 63개국, 출간한 여행 관련 책 총 30여 권. 인류애를 장착한 세계여행가이자 작가. 아이와 1년 살기로 제주도에 왔다가 제주도의 인문학적 매력에 빠져 아예 정착한, 책을 만들고 강의하고 여행 프로그램도 기획 중인 박정은 여행작가.

필자와 박정은 작가와의 인연은 약 30년을 훌쩍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생 때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언론비평 동호회에서 시샵과 부시샵을 함께 한 사이다. 나름 가까웠던 사이라는 것을 굳이 밝히고 싶을 만큼 그녀는 그때에도 틈틈이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다니는 에너지 넘치는 멋진 친구였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출근길 차 안 라디오에서 우연히 그녀를 조우했다. mbc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여행 웹사이트 운영자로 고정 출연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밝고 경쾌한 톤의 목소리는 여전했다.
 지난 7월, 제주에 내려가서 그녀에게 연락했다. 2년 전, 아주 오랜만에 서울에서 만나고, 제주에서 만나기는 처음이었다. 예고 없이 부탁한 인터뷰도 기꺼이 허락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 박정은 여행작가와 대화하다 보니 마음이 더 들썩들썩해졌다. 당장 여행가방을 꾸려 어디론가 또 떠나야할 것 같다. 

Q. 지금까지 몇 개국을 여행했고, 출간한 책은?
 여행한 나라는 총 63개국으로, 아이 출산 후 안타깝게도 10년째 정체 중이다. 출간 책은 여행 가이드북 『프렌즈 유럽』, 『파리 셀프트래블』, 『런던 셀프트래블』, 『동유럽 셀프트 래블』 등과 에세이집으로 『스페인 소도시 여행』, 『지금 이 순간 프랑스』,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 어린이 도서로는 유럽 인문학서 『떠나자! 구석구석 유럽 탐험』, 아이가 일러스트레이터로 참가한 『우주가 내게 온다』, 『왜 유명한 거야, 이 도시?』(출간 예정)가 있다.
 
Q. 첫 여행은 언제, 어디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첫 여행지는 1994년 프랑스 파리였다. 중학교 때부터 꿈꾸던 나 홀로 유럽 배낭여행이었다. 1 년 동안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유럽에 도착했는데 여행 시작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돈을 사기당했다. 니스에서는 소매치기당해 남은 현금, 여권, 유레일패스 등 돈 되는 것은 다 도난당한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지금 생각하면 스무 살 어린 나이에 나름 침착했다. 울어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았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으니, 도난당한 여행자 수표를 현금으로 바꾼 뒤 기차를 타고 파리에 갔고, 파리 한국대사관에서 여권을 신청하고, 한국에서 유레일패스와 현금을 다시 보내주는 동안(당시에는 열흘 정도 걸렸다) 파리 곳곳을 걸어 다니며(돈이 없으니) 현지인처럼 살았던 기억이 가장 남는다. 이전까지는 그저 관광이었다면 파리에서 걸어 다니는 동안은 파리지앵과 우연히 만나 수다도 떨며 그야말로 여행다운 여행을 했다.

Q. 나에게 최고의 여행지는? 그 이유는?
 가보지 않은 나라와 도시가 나에게 최고의 여행지다. 잘 모르는 도시에서 잘 적응하며 현지 사람들을 만나 그 나라의 문화에 스며드는 것이 좋다. 물론, 여행하며 그 나라를 더 좋아하게 될 수도, 반대로 싫어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건 이후 문제다.
 
Q. 여름에 추천할 만한 여행지는?
 코로나 시대 이후에 가고 싶지 않은 나라가 어디에 있겠나. (웃음) 물가가 비싼 나라는 성수기 때 만족도가 떨어진다. 기온이 30~35도나 올라 날씨도 더운데 관광객들은 너무 많고, 물가까지 비싸니 (특히, 숙소) 그런 나라들은 성수기 전후가 조금 낫다. 유럽이나 일본을 말하는 거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저는 한여름이라면 물가가 저렴하고 물놀이가 가능한 동남아를 추천한다.

Q. 혼자만의 첫 여행 장소로 특별히 추천할 곳이 있는지?
 여행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은 혼자 여행하기에 어렵지 않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예를 들자면, 일본, 동남아, 유럽 같은 나라다. 여행 경험이 전무한 사람에게는 인도와 같은 나라는 추천하지 않는다. 인도는 꼭 여행해 봐야 할 나라이고 좋아하지만, 이전의 여행 경험치가 필요한 나라다.
 
Q. 여행 준비에서 필수 준비물이 있다면?
 아무리 여행 준비를 안 하고 가더라도(요즘은 여행 준비를 너무 많이 해서 여행에 다양성이 없는 것 같다) 첫 번째 숙소와 공항에 내려 첫 번째 숙소까지 가는 방법만은 중요하다. 여행에 필요한 준비물은 여행 가이드북에 다 쓰여 있다. 본인에게 잘 듣는 약이나 라면스프와 같은 부피 적은 비상식량 등도 유용할 것이다. 마음의 준비물로는 모든 편견에 대한 무장해제! 위험에 대비는 하되, 현지 사람과 여행자와 소통할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Q. 나만의 여행 비법이라면? 나만의 특징?
 현지인들에게 많이 묻고 많이 듣는다. 그들이 알려주는 정보를 내가 찾은 정보보다 우선시할 때 협소한 정보의 우물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여행해야 한다.
 
Q. 제주 생활은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아토피로 아이와 함께 고생하다 공기 좋은 곳을 찾아 1년 살기로 제주에 내려왔다. 1년이 2년이 되고, 자연을 벗 삼아 아이를 키우는데 제주처럼 좋은 곳이 없겠다 싶어 집을 사게 됐다. 벌써 11년째 제주 생활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만 다니려고 했는데 내향적인 딸의 성향상 변화가 큰 육지로 이사를 어려워해 앞으로도 제주도에서 계속 살게 될 것 같다.

Q. 제주에서도 걷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제주는 인문학적 매력이 가득한 곳이다. 한국이지만 육지와 언어도 다르고(제주사투리라 하지않고 ‘제주어’라 한다. 독립적인 언어이기 때문이다), 식문화나 생활문화에도 차이가 많고 서식하는 동식물도 다르다. 그런 ‘다름’의 매력에 빠져 제주를 계속 공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제주의 바다, 산 등의 자연적 매력에 집중하는 여행이 주류였다면 앞으로는 인문학적 여행으로 폭넓어졌으면 좋겠다. 
코로나 때 걷기 운동을 많이 했다. 원래 걷는 것을 좋아해 산티아고와 제주올레도 걸었지만, 이번엔 디스크때문이었다. 오랫동안 집필을 하다보니 결국 허리에 무리가 간 것이다. 디스크 때문에 걷기 운동을 하다 ‘바르게 걷는 건 뭘까?‘가 궁금해 수업을 듣다보니 걷기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보다 내가 사는 제주에 관심을 갖다보니 ‘걷는 제주 여행’을 기획해보고 싶었다. 걸으면서 제주의 인문학적 매력을 느끼고 제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워킹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Q.  나에게 여행이란?
 세계는 인류라는 단일 종족임을 깨닫게 하고, 무지개처럼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기회
 박정은 여행작가 인스타 계정
www.instagram.com/hey_traveller_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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