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자본주의' 책 표지 이미지/출처=교보문고
'플랫폼 자본주의' 책 표지 이미지/출처=교보문고

이번에 소개하는 책은 2016년에 영국에서 출판되고, 2020년에 번역되어 (한국의 사회과학서적에서 드물게 2023년 초 현재) 3판이 간행된 플랫폼 자본주의(닉 서르닉 저, 심성보 역). 이미 읽어본 회원들도 있겠지만, 이 책은 우리 연구소의 유튜브 방송 <시민교육채널 길>이 추구하는 적녹보라 주제들의 근저에 놓여있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이해에 특별히 기여한다고 판단하여 추천하고자 한다. 이 책은 인지-, 디지털-,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자본주의 같은 최근의 자본주의 변화를 규정할 수 있는 다양한 표현들 중에서도 플랫폼 자본주의라는 표현의 적합성과 깊은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1장은 플랫폼 자본주의가 발전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서술하고 있다. 세계 자본주의 역사에서 예외적이었던 전후 장기호황이 끝난 70년대 이래의 장기침체는 지금까지 제대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제조업 패권 아래의 장기호황을 끝낸, 독일과 일본의 미국을 앞지르는 불균등 발전과 경쟁에 의한 제조업의 세계적인 과잉설비로 드러난 자본의 과잉축적과 이윤율 하락의 경향은 이후 한국, 중국, 인도 등 후발국들의 불균등 발전을 통한 가세로 인해 지금까지 지속되기 때문이다. 불황의 타개책으로 80년대 이래의 노동에 대한 공격을 통한 임금하락과 고용 유연화, 복지축소, 제조업의 글로벌 외주화는 이전까지의 노동의 상대적 고임금과 안정적 일자리, 촘촘한 복지에 기초하던 고수요-고성장의 케인스주의를 더는 재현할 수 없게 했다.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은 자산가격 케인스주의로서 (하락한 이윤율의 분할인 탓에) 낮게 형성될 수밖에 없는 이자율을 반영한 (미래 수익의 이자율 환산가격인) 주식 등 자산가격의 인플레와 여기서 창출한 금융 수익에 근거한 수요증대를 통한 경제 활성화였다. 하지만 기본적인 부가(잉여)가치를 창출하는 제조업의 경쟁력 회복이 불가능했던 미국은 대안으로 신기술 사업으로서 인터넷 기반의 닷컴 붐을 조성했다.

그렇지만, 닷컴 붐은 2000년 초의 거품 파열로 붕괴되었는데, 닷컴 붐은 현재의 부가가치창출이 아니라 미래의 수익 가능성에 기초한 자산가격인플레를 통한 붐이었기 때문이었다. 금융자본이 기대한 수익이 실제로는 실현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될 때, 자산가격의 거품은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닷컴 버블은 그 덕분에 확보했던 과잉자본으로 건설한 인터넷 통신망이라는 방대한 하부구조를 남겼다.

한편, 닷컴 침제를 극복하는 방안은 주택 모기지 금융으로 서민들까지도 낮은 임금소득을 보완하여 수요를 증대할 수 있게 하여 경제를 활성화하는 낮은 이자율에 기초한 자산가격인플레의 지속이었다. 이것은 그 거품의 붕괴로 촉발된 2008년 세계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긴축을 절대명령으로 삼는 재정적자의 상한선과 제로금리에 따라 이자율도 더 낮출 수 없는 조건에서 (중앙은행이 발행한 화폐로 국채나 회사채를 사들여서 금융자본의 수익성을 보장하면서도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 완화라는 비전통적 수단을 통해 최근까지 지속해 왔다. (저서의 출판이후 사태인 양적 긴축과 포스트코로나국면의 높은 이자율이 이런 기조의 근본적 변경일지 여부는 별도 논의 사항이다.) 이런 상태에서 2008년 위기의 타개책으로 등장한 것이 이미 구축된 인터넷 하부구조를 기초로 하는 신기술 디지털 플랫폼 사업 붐이다.

2장은 플랫폼 자본주의의 현재에 대한 서술이다. 여기서 깨닫게 되는 점은 우리가 이미 플랫폼 자본주의에 깊숙이 연루되고 중독되어 있다는 것이다. 세상의 거의 모든 시민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아침에 기상하고, 정보를 검색하고, 음악/동영상/게임을 듣고/보고/하고, 움직일 경로와 일정을 정하고,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일하고, 학습하고, 병원가고, 공공기관을 이용하고, 상품을 구매하고, 서비스를 예약하고, 금융거래하고, 차량을 운행하고, 여행하고, 사진 찍고, 가족/지인과 대화하고 사회정치적으로 소통하고, 밤에 자는 동안까지 24시간, 365일의 모든 일상 활동은 해당 분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기초 데이터로서 축적되고 (집단적, 개별적으로) 의미 있는 정보로 가공되어 활용되고 있다. 한 마디로 우리의 모든 활동을 데이터로 수집, 분석, 가공, 활용하는 (디지털) 플랫폼 자본이 현재의 자본주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플랫폼은 네트워크로 상호 연계되고 작용하는 수요자와 공급자의 한쪽이 늘면 다른 쪽도 늘면서 서로 (책에서는 가치라고 잘못 표현하지만) 사용가치를 증대시키는 양면시장(네트워크)효과를 누릴 수 있고, (무료의 터전, 정보, 콘텐츠 등을 제공해서) 한쪽에서 입는 손해를 (광고비, 수수료 등을 통해) 다른 쪽에서 만회하는 교차지원 전략을 구사하여 한번 일정한 수준의 수요자와 공급자 즉 이용자 풀을 달성하고 묶어둘 수 있다면 (계속 축적되는 데이터를 활용하여 기존 매개기능을 더 효율화 하면서) 계속 성장할 수 있다. 이렇게 방대한 이용자 네트워크를 구축한 플랫폼은 자본순환의 관점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더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빨리 판매하여 자본순환 시간의 단축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자본의 경쟁우위 전략에 결정적 무기가 될 수 있다. 이런 플랫폼을 다섯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광고를 매개하는 구글, 페이스북, 카카오 같은 광고 플랫폼, 택시, 숙박업소, 배달음식, 청소, 육아 등을 매개하는 우버, 에어비앤비, 배달의 민족 같은 (해당 사업 자산 일체를 보유하지 않고, 노동력만 통제하는) 린 플랫폼, 기존 산업의 생산과정의 사물인터넷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 분석하여 더 효율적인 생산을 추구하는 GE, 지멘스 같은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으로 대표되는) 산업 플랫폼, 소비자 일반의 낮아진 구매력을 돌파하기 위해 주택, 자동차, 칫솔, 면도기, 개인용 비행기 같은 제품을 (판매가 아니라) 임대 서비스하는 구독자모델의 제품 플랫폼, 이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축적하는 플랫폼들에 클라우드를 임대해주면서 그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아마존웹서비스 같은 클라우드 플랫폼이 그것들이다. 이렇게 볼 때, 앞으로 모든 자본은 플랫폼 자본으로 변신하거나 플랫폼 자본의 네트워크에 종속되게 될 것이다. 그래서 플랫폼 자본주의라는 표현의 깊은 뜻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 3장은 플랫폼 자본의 미래에 관한 전망이다. 플랫폼 자본들은 해당 분야에서 (책에서 독점이라고 잘못 표현되었지만, 사실은 과점인) 시장 지배적 지위를 추구하지만 실제로는 업계의 경계가 계속 허물어지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에 놓여있다. 이들은 다음 다섯 가지 경향들을 통해 미래를 그려갈 것이다. 첫째, 데이터 추출의 확대 경향인데, 이것은 이용자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 외에도 데이터 자체가 (기존과 신규분야) 경쟁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소비자 사물인터넷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봐야 한다. 둘째, 핵심사업의 주변으로 생태계를 확장하고 그 안에서 핵심 지위를 추구하는 경향이다. 구글의 검색엔진 영역 지배에 대항하기 위해 페이스북과 아마존은 (공개된 웹이 아니라) 자신의 앱 내부에 검색엔진을 심었다. 페이스북은 또한, 자연어로 소통하는 챗봇 인터페이스를 통해 구글의 검색엔진이나 아마존의 물류망과 직접 경쟁하지 않으면서 전자상거래영역에 진출하였다. 셋째, 앞의 두 가지 경향으로 인해 수렴 경향이 나타나게 된다. 결국 모든 플랫폼들은 같은 영역에서 경쟁하게 된다.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 우버, GE는 서로 간의 차이에도 직접적인 경쟁자로 변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각 플랫폼은 결국 이용자와 데이터를 자기 영역 안에 가두려고 한다. 각 플랫폼은 이용자의 자신의 서비스 의존도를 강화하고, 다른 서비스 이용을 차단하거나 데이터 이전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지금 애플의 전략을 거의 모든 플랫폼들이 채택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자본주의 경쟁을 통해 플랫폼 자본들은 인터넷을 분절된 공간으로 몰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과 인민은 이런 플랫폼 자본주의 중독에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플랫폼 자본주의에 중독된다는 것은 노동이 기존 유연화, 외주화 경향의 극단에 처하게 되면서도 모든 일상이 자본의 순환회로에 완전히 포섭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안은 우선 공공적 플랫폼을 건설하고, 더 나아가 생산관계 변혁을 통해 탈자본주의 플랫폼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상 책 내용을 간략히 요약했다. 책은 얇지만, 문장들 각각이 학술적으로 엄밀하면서도, 쉽게 씌어 있고 번역도 잘되어 있어서 숙독하기에 알맞다(, 2009년 미국의 재정적자가 14억 달러라는 33쪽의 표현이 1,400억 달러의 오기라는 점은 예외다). 덧붙여서 역자 후기도 읽어보기를 권하는데, 저자의 지적 배경(디지털 정치경제학), 정치적 배경(가속주의 좌파)과 책의 저술 맥락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을 통해 나의 자화상을 발견한다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게 될 것이다. 세상을 바꾸길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사업도 운동도 정치도 디지털 플랫폼 방식으로 조직해야 할 것이다.

◇플랫폼 자본주의=닉 서르닉 지음, 심성보 옮김. 킹콩북 펴냄. 650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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