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사)소비자기후행동은 급박하게 다가오는 기후 위기 문제에 대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효과적인 활동을 전개하는 여러 영향력이 있는 단체의 사례를 직접 들고 확인하는 기회를 가졌다. 핀란드의 협동조합인 S-Group,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거버넌스인 Baltic Sea Action Group, Smart & Clean Foundation, Sitra 프랑스의 환경단체인 WWF France, FNE 농업협동조합인 La Cooperation Agricole 등을 방문했다. 협동조합(생산, 소비), 시민단체, 프로젝트 그룹들의 활동방식, 거버넌스 주도, 네크워크 구축과정과 성과에 대한 인식은 사회적 합의와 성과에 대해 조급한 우리를 돌아보게 했다.

(사)소비자기후행동은 이번 연수의 경험을 담은 기고글을 4회에 걸쳐 게재한다. 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적극적인 실천을 리드하는 핀란드 최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인 S-Group ② WWF FRANCE와 FNE 활동 소개 ③ 정부, 기업, 민간 단체의 협력 사례로 Baltic Sea Action Group, Smart & Clean Foundation, Sitra 사례  ④ 탄소 농업 실천 사례의 순으로 게재된다.

과연 농업이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수 있을까? 탄소농법으로 기른 농산물이 실제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될까? 농업을 선도해 온 유럽 각국의 저탄소농업 실천을 통해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연수기간 내내 부푼 호기심을 안고 핀란드와 프랑스를 분주히 다녔다. 낯선 곳에서 스치듯 만난 이방인들의 진심 어린 조언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가며 그 내용을 함께 되새김해 보려 한다. 

진지하고 모범적인 나라 핀란드

S-Group이 만든 소비, 채식, 탄소발자국이 보이는 모바일앱.
S-Group이 만든 소비, 채식, 탄소발자국이 보이는 모바일앱.

국토 면적이 남한의 3배가 넘지만, 전체 토지이용 면적의 4분의 1이 북극권이고, 70% 이상이 산림이다. 단 7%만이 경작 가능한 땅이라 핀란드의 농업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하지만 국민들의 자국 농산물에 대한 신뢰와 사랑은 매우 크다. 

전체 가구의 4분의 3이 S-Group이라는 소비자협동조합의 회원이고, S-Group은 전체 식품소매시장의 약 45%를 점유한다. 핀란드 국민이 소비하는 식품의 약 80%를 자국 업체로부터 공급받는다. 이렇게 S-Group과 다수 협동조합, 기업들은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 생산 비중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비롯해 지속가능한 농업과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 여러 사회단체와 생산자들이 함께 기후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렇게 국가적인 사랑과 지원을 받는 핀란드 농업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대부분의 EU 국가와 마찬가지로 감소해 왔지만, 핀란드에서 농업은 사양산업이 아니라 오히려 기간산업으로 대접받고 있다.

탄소농업을 위한 노력-BSAG (Baltic Sea Action Group)

BCAG 지원 탄소저감 농작물로 만든 보드카
BCAG 지원 탄소저감 농작물로 만든 보드카

S-Group, 네슬레, Fazer 등을 포함한 다수 기업들의 참여와 후원에 힘입어 해양 생물다양성과 해양 수송 분야 그리고 특히 재생농업(저탄소농업)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민간단체 BSAG(Baltic Sea Action Group)의 소개를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일찌감치 발트해를 구하기 위해서는 해양 오염의 원인이 되는 농업활동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들은 먹거리를 지속가능하게 생산할 수 있도록 농가뿐만 아니라 연구자와 기업들까지 상호 협력하여 연구개발, 교육 등의 탄소활동(Carbon Action)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과 공급계약을 맺은 농가에게 재생농업에 대한 교육과 훈련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들은 또한 참여 기업의 물품 취급기준에 재생농업 원칙을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탄소활동으로 생산한 농산물로 만든 보드카(Anora`s product)와 맥주(Sinerbrychoff`s product) 제품을 적극 판매, 홍보하면서 재생농업을 확산하고 있다. 특히 집중적인 연구를 통해 ‘탄소활동(탄소격리) 확인 시스템’을 개발해 위성 측정 등을 통해 실제 탄소 밸런스(CO2 유출) 측정 결과를 과학 학술지에 게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과학적 근거 확인을 통해 저탄소농업에 대한 소비자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고 향후 더 많은 예산을 더 신속하게 확보하도록 적극 노력했으면 한다.

희망찬 비전이 숨 쉬는 농업 대국 프랑스

현재 존재하거나 만들어질 예정인 프랑스 친환경 라벨
현재 존재하거나 만들어질 예정인 프랑스 친환경 라벨

프랑스의 국토 면적은 우리나라의 1.8배이고 경지면적은 무려 12배에 달한다. 프랑스 유기농업 면적은 전체 농지면적의 8.8% 정도이지만 우리나라 전체 경지면적과 비교해 보면 무려 1.6배가 넘는다. 프랑스의 식량자급률은 2009년도 이미 190%에 도달했다. 

그러나 프랑스 농업에도 위기요인이 없지 않다. 농산물 가격이 하락해 2011년 전체 GDP 대비 농림수산업 생산액 비중은 1980년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다. 1990년 이후 농업경영체수도 절반 가량 줄어들었고, 농림어업 전체 취업자 수도 1980년 대비 2011년 절반 가까이 감소한 이래 계속 감소 중이다. 국토공간상 불균등한 인구배분이 심화되고 있고, 농촌지역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요인에 맞서 생산자들의 협동조합 연합회 La Cooperative Agricole(이하 ‘LCA’)가 적극 활동 중이다. 이들 연합회에는 전국적으로 2200개 농협이 소속돼있고 프랑스 전체 농가의 4분의 3이 현재 회원이다. 프랑스 식품 브랜드의 3분의 1을 포괄해 전체 식품산업 매출의 40%(약 860억 유로)를 점유하고 있으며, 자회사 포함 19만 개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을 정도이다.

LCA는 작물별 전문가들을 모아서 생산자들에게 자문을 제공하는 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처럼 당면한 농업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하여 농산물과 농식품 생산의 효율성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집중적인 노력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농업·식품 체계를 달성하기 위한 활동에도 집중한다. 이들은 2021년 초 ‘지속가능한 식량 및 지역과 연대 조성’을 위한 ‘비전2030’을 수립해 ‘협동조합을 매력적으로 만들자’는 목표와 ‘2035년 탄소중립 달성에 이바지하자,’ ‘2050년까지 탄소포집을 3배 늘린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4/1000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탄소농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유력한 방법으로서 법령 규정의 제·개정과 보조금 지급, 외부사업에 참여해 수익률을 제고하는 방안 또한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프랑스는 EU에서 처음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법을 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저탄소 농법 적용에 따라 추가되는 생산비를 누가 부담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탄소농업을 장려하기 위한 보조금도 충분히 지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생산자로 하여금 외부사업에 적극 참여하게 하는 것 즉, 각 생산자로 하여금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탄소 대차대조표(저탄소 농법 적용을 통해 탄소가 얼마나 저감했는지를 기재한 장부)를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축산업의 경우 EU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경우 지금까지 약 600개 농가가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아 외부사업에 참여했다고 한다. LCA의 목표는 외부사업 참여에 따른 배출권이 2030년 지금의 15배, 2050년 100배가 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들의 노력과 비전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한국 생산자단체, 스스로 단결해 탄소중립 나서야

우리나라의 생산자단체도 LCA의 이러한 적극적 활동에 배울 점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친환경직불금체계 개편을 통하여 저탄소농업을 위한 직불금 수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를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스스로 단결해 탄소중립을 위해 나서야 한다. 농협 등 생산자단체가 민간 영역의 전문가(연구자)와 기업들과 서로 합심하여 외부사업 참여를 위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현장 전문가를 양성하여 이들로 하여금 각 생산자를 도와 그렇게 개발된 방안을 현장에 적용하게 하고, 대차대조표까지 실제 작성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한국의 농업 현실을 고려할 때 당장 충분한 자원과 역량을 갖추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일단 계획을 수립하면서 첫 발을 내디딘 후에 전문가(연구기관)과 기업체 등에 협력을 요청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물론 이들 말고도 생산자들에게 든든한 아군이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땅과 환경을 아끼고 미래세대를 걱정하는 소비자들이 든든한 지원군이며 사회적협동조합 등 다양한 사회적경제 분야의 기업들 또한 적극적인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저탄소농업 분야야말로 협동조합간 협동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분야가 아닐까 생각한다. 절체절명의 기후위기 앞에 유례없이 하나로 단결된 협동조합들의 모습에 정부도, 국회도 깜짝 놀랄 일을 만들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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