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안인숙 행복중심생협 이사장, 문보경 사회투자지원재단 사회적경제연구센터 부소장, 하재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사진=정재훈 기자 
(왼쪽부터)안인숙 행복중심생협 이사장, 문보경 사회투자지원재단 사회적경제연구센터 부소장, 하재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사진=정재훈 기자 

“초창기에는 느슨한 연대였죠. 법인격이 없는, 그냥 협의 구조였어요”

문보경 사회투자지원재단 사회적경제연구센터 부소장은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 초창기 모습을 이렇게 설명했다. 문 부소장은 “되돌아보니 정체성 보고서가 향후 10년의 연대회의를 결정짓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사회적경제가 건강성과 방향을 제대로 맞춰가는게 향후 10년의 과제일 수 있겠다”고 했다.

2022년 11월, 연대회의가 설립된 지 10년이 됐다. 그동안 연대회의는 흩어져있던 사회적경제조직이 연대할 수 있게 하고, 사회적경제 관련 법·정책 제정을 위해 정책 파트너로 활동해 왔다. 내부적으로도 큰 변화가 있었다. 느슨했던 모임에 법인격이 부여됐고, ‘집행위원장’의 명칭도 ‘상임이사’로 변경됐다.

<이로운넷>은 연대회의 설립 10주년을 맞아 역대 집행위원장들과 차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문보경 부소장, 안인숙 행복중심생협 이사장, 하재찬 연대회의 상임이사가 참석했다. 2대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이병학 (전)한국자활복지개발원 원장은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사회: 박미리 이로운넷 취재 팀장

▶정리: 정재훈 이로운넷 기자

▶참가자

문보경 사회투자지원재단 사회적경제연구센터 부소장

안인숙 행복중심생협 이사장

하재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

Q. 연대회의는 어떤 목적으로 언제 설립됐는가.

문보경 사회투자지원재단 사회적경제연구센터 부소장(이하 문보경): 2006년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정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 사회적기업과 규모 있게 운영하는 자활기업 등이 모여 ‘법 제정과 관련해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했다. 그리고 ‘올바른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정을 위한 시민단체 연석회의’가 만들어졌다.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되면서 ‘사회적기업’보다 ‘사회적경제’라는 포괄적인 명칭을 쓰자는 데 의견을 모았고, 단체 이름을 사회적경제연대회의로 정리했다.

2012년에는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됐는데, 그 전년도에 “협동조합연구소에서 협동조합기본법 초안을 작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협동조합 기본법 제정과 관련된 분위기를 살폈다. 토론회를 개최하고, 법 제정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 당시 있었던 사회적경제연대회의와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당시 만들어진 네트워크의 멤버십이 상당 부분 겹쳤고, 통합 논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명칭이 문제가 됐다. 하나는 ‘사회적경제’고, 또 하나는 ‘협동조합’이어서 고민하다 ‘협동경제 연대회의’라는 명칭으로 두 개의 영역을 통합해 2012년 발족식을 진행했다.

그러다가 명칭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일었다. 내부에서는 “연대회의가 협동조합 중심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명칭 개정 논의를 계속 진행하면서 2017년 한국협동사회연대회의에서 현재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로 명칭이 변경됐다.

문보경 사회투자지원재단 사회적경제연구센터 부소장./사진=정재훈 기자
문보경 사회투자지원재단 사회적경제연구센터 부소장./사진=정재훈 기자

Q: 초창기 연대회의는 어떻게 운영됐나. 

문보경: 가장 먼저 고민했던 건 정책위원회였다. 그런데 정책위원회에 대한 정의가 어려웠다. 내부 정책인 건지, 정부 정책에 대응하는 것인지에 대한 이슈가 있었다. 초반에는 ‘정책의 활동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 포럼 등을 진행했다.

2014년에는 금융 이슈를 살펴보기 위해 협동조합 금융 토론회도 열었다. 당시 공동체 기금을 만들 수 있는지, 얼마나 모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는데, 현실과 괴리가 커서 검토만 하고 실제로는 이뤄지지 않았다.

또 조직확장에 대한 이슈도 있었다. 당시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이하 한기협)도 연대회의 회원으로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다. 지역도 결합되지 않았다. 지역에서는 권역별 협의체 광역단이 별도로 있어서 접촉량을 늘려나갔다.

정리하면 초반에는 정책, 돈(기금), 조직. 이렇게 세 가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초반에는 정리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기도 했다.

하재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이하 하재찬): 초반에는 집행위원회를 중심으로 기능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집행위원회가 정책위원회의 역할까지 하게 됐다. 그러다가 별도로 정책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이후 제도개선 TF가 구성됐고, 2년 정도 후에 제도개선위원회가 구성됐다.

안인숙 행복중심생협 이사장(이하 안인숙): ‘초창기’라는 분기점이 정권교체 시점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박근혜 정권, 이명박 정권에서는 모색기 상태였지만 운영원칙이나 구조는 만들어진 상태였다. 문재인 정권에 주요한 위원회가 구성되고 의사결정 구조도 달라지면서 모양을 갖춰 나갔다.

하재찬: 2017년 대표자 회의에서 사단법인 논의가 있었다. 회비 내는걸 부담스러워하는 단체들은 연대회의가 위탁사업을 받아서 진행하면 어떨까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위탁사업은 안 한다. 회비로 운영하자”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당시 연대회의 수준에서는 법인격이 절실하지 않다는게 내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연대회의의 위상이 높아지고 역할이 다변화되면서 본격적으로 법인 논의가 있었다. 안인숙 이사장이 집행위원장으로 있을 때 사단법인과 관련해 찬반 의견을 듣고 종합했다.

안인숙: 당시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긴 했지만 매우 소수였고 대부분 사람이 사단법인 전환에 찬성했다. (2020년 10월 19일 연대회의는 사단법인으로 전환하고 인가 기념식을 열었다.)

Q. 그동안 연대회의를 거쳐간 리더들을 소개해달라.

문보경: 통합 준비단계에서는 사회투자지원재단 상임이사였던 장원봉 박사가 운영위원장 역할을 했다. 연대회의가 공식으로 출범하면서 내가 초대 집행위원장을 했고, 2대 집행위원장이 이병학 (전)한국자활복지개발원장, 3대 집행위원장이 안인숙 행복중심생협 이사장, 현재 하재찬 상임이사로 연결됐다. 상임대표는 이상국 (전)한살림연합 상임대표, 오미예 (전)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장, 임종한 의료사협연합회장/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유영우 (전)논골신협 이사장을 거져 현재 이승석 충남적정기술연합회장으로 이어졌다.

하재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사진=정재훈 기자
하재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사진=정재훈 기자

Q. 10년 동안 연대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

하재찬: 초기에 연대회의가 만들어지면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슈나 쟁점 등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때 연대회의의 중심에 있었던 분들은 초창기 사회적경제를 띄운 전문가들이어서 사회적경제가 부각될 수 있었다. 현장에서는 ‘함께 으쌰 으쌰 하는 분위기도 만들어졌다.

중간에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고 나서는 정책환경 변화에 대한 요구들이 계속 있었고, 연대회의가 이같은 요구를 담아 전국을 순회하며 토론회를 진행하고, 법안을 내기도 하며 기본법에 대한 논의도 진행했다.

안인숙: 크게 두 가지 성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우리나라 법 제도 자체가 주무부처별로 쪼개져 있는데, 연대회의는 그 칸막이를 넘어 민간이 모여 종합적으로 토의할 수 있는 공간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내외부적으로 사회적경제의 필요성과 역할 등을 이야기하는 스피커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도 들 수 있다.

문보경: 네트워크의 장으로 기능은 하면서, 설립 당시 세웠던 조직의 위상이 잡힌 것 같다. 그리고 3대 집행위원장님 때부터 더 확장되고 넓어지고 현재 단계로 오게 됐고, 세력으로까지 자리 잡았다. 연대회의에 대해 정확히는 모르더라도 실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연대회의 사람들’이라고 하는 게 성립되는 상황이 됐다는 게 성과라고 생각한다.

안인숙: 회비에 의존하는 네트워크가 별로 없는데 연대회의의 회비 의존도는 99%다. 사회적경제기업들의 연합이어서 그런지 회비로 살림살이가 가능하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Q. 각각 활동 당시 주요 의제로 다뤄졌던 사회적경제 이슈는 무엇이었나?

문보경: 사회적경제기본법 통과가 공통된 주요이슈다. 내용을 우리가 만들었기 때문이다.

안인숙: 다만 사회적경제기본법에 대해 대응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1대에서는 토의, 2대는 추동, 나(3대)는 반대고 뭐고 무조건 나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웃음) 그리고 지금은 그런 국면이 아니니까 계속 타진해야 하는 거고.

안인숙 행복중심생협 이사장./사진=정재훈 기자 
안인숙 행복중심생협 이사장./사진=정재훈 기자 

Q. 연대회의가 10년 동안 역할을 할 수 있었던 동력은?

안인숙: 함께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해 준 것. 그게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일부는 ‘모여서 무엇을 하는지’ 말 할 수도 있지만, 앞서서 제도를 구상하고, 확산하고 노력하는 자발적인 활동이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하재찬: 연대회의에 본격적으로 결합해 활동하면서 호혜의 느낌을 받았다. 연대회의에서 주요하게 활동하는 분들은 자신의 시간과 돈을 들여 활동한다. 그렇다고 개인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열심히 활동하신다. 이게 가장 큰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연대회의의 이런 호혜성을 잘 드러내는 게 나의 역할이라는 고민도 있다.

문보경: 편차가 약간 있긴 하지만 문화적인 측면에서 보면 굉장히 성숙한 것 같다. 경우에 따라 자신의 요구를 스스로 조절하기도 하고, 결정된 사항에 대해 같이 집행하기도 한다. 당연히 갈등도 있다. 그런데도 이렇게 계속 쭉 가는 걸 보면 매우 성숙했다는 생각이 들고, ‘사람들이 이렇게 목마름이 있었구나’하는 생각도 든다. 연대회의를 전국 네트워크 조직으로 인정해서 나오는 성숙함 인 것 같다.

물론 비판의 시선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조직이 오래되고 정체되는게 느껴지면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웃음) 하지만 그건 발전시키면 된다.

Q. 사회적경제 발전을 위한 연대회의의 바람직한 역할은?

문보경: 연대회의는 행정과 파트너십을 갖고 있지만 그건 파트너일 뿐이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이니셔티브다. 그게 연대회의가 가장 많이 신경 쓰고 가야 할 방향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건 이제 중앙조직이 되다 보니 역할 상 제도에 집중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헷갈리는 경우도 생긴다. 계속 우리가 사회적경제 기본법에 이렇게 매달려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제도를 보고 정책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거리를 어떻게 두고, 어느 정도의 깊이를 가져갈지를 항상 생각하고, 훼손당하지 않는 선에서 앞으로 나아간다면 지금까지처럼 잘 해왔듯이 앞으로도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안인숙: 연대회의는 좀 복합적인 것 같다. 정책집단이자, 카운터파트로 역할을 하면서도 네트워크로서 광범위하게 사람들이 참여하는 구조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조직이 커진다고 해도 정책 대응 집단으로만 갈 수는 없다. 반면 정책을 논할 때는 끊임없는 모니터링과 대응을 해야 한다. 이건 현장에서도 바라는 바인 것 같다.

또한 사회적경제라고 하는 연대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정체성도 제시해야 한다. 외부적으로는 정부와 대치하고, 내부적으로는 개별조직에 대한 슈퍼바이저가 돼서 역할을 계속해야 할 것 같다.

하재찬: 연대회의에는 다양한 형태로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존재하고, 각각 역사성을 갖고 있다. 각각의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가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사회적경제기본법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획일화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져가야 할 가치와 원칙은 동의하더라도 사회 속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가지고 다양하게 활동해야 한다.

내가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빨리 통과시키려는건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정책이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흔들림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경제는 제도와 정책에 의해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우리 사회에 사회적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회원들의 의견을 잘 듣고 메시지를 던지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정부에는 관련 있는 업종 네트워크가 대응해야 한다. 예를 들면 고용노동부에는 노동자협동조합이 중심으로 대응하고, 여성가족부에는 여성 중심의 미션을 갖고있는 업종 네트워크가 대응하는 방식이다. 연대회의는 정부를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할 때 기능하는 것이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정리되면, 연대회의는 업종별 네트워크를 강화를 위한 토대를 만드는 걸 하고 싶다.

두 분께서 말씀하신 대로 현재로서 사회적경제 정체성이 중요하다. 그래서 내용적인 부분에서 정체성을 탄탄하게 잘 만들고, 정체성의 이해 폭과 깊이를 키우는 작업을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연대회의가 우리 사회에 사회적경제 총회 기능을 하고, 이것이 사회의 흐름과 방향을 제시하며, 사회에 드러난 여러 현상을 사회적경제의 가치와 이념으로 평가하고 메시지를 내는 작업을 통해 연대회의 위상이 잡혀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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