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집중 현상이 지속되고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지역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인구가 줄면 인프라가 줄어들고, 남아있던 사람들도 지역을 떠난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은 일회성에 불과해 지속가능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소멸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사회적경제 미디어 <이로운넷> 취재팀은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소멸에 대응하고 있는 해외 사례를 연재해, 국내 실정에 맞는 지역소멸 대응 방법을 소개한다. 

"편리함도 좋지만, 불편함 속에 있는 풍요로움을 선택하고 싶어서 진세키코겐으로 이주했습니다." - 마스이 레이미오(増井 玲巳雄) 가족

지난해 진세키코겐으로 이주한 마스이 레이미오 가족 / 출처=진세키코겐 이주정착지원 웹사이트 캡쳐
지난해 진세키코겐으로 이주한 마스이 레이미오 가족 / 출처=진세키코겐 이주정착지원 웹사이트 캡쳐

일본 히로시마(広島)현의 조용한 산골 마을 진세키코겐(神石高原)정. 인구가 8283명에 불과하고 평균연령도 60세에 이르는 소멸위기지역이다. (출처: 일본 총무성)

피스윈즈재팬(Peace Winds Japan)이 2013년 이곳에 터를 잡고 '유기견 살처분 제로' 프로젝트 등 활동을 진행하면서 지역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관광객과 청년고용도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지만, 여전히 고민은 많다. (관련기사: 고향납세제도가 사회혁신조직을 만날 때) 대형 프로젝트 외에 삶과 맞닿은 작지만 다양한 활동이 필요한 이유다.

진세키코겐정이 공을 들이는 부분은 이주 지원이다. 앞서 소개한 마스이 레이미오는 대도시 도쿄(東京)에서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던 40대 남성이다. 아내 유리카(由理香)는 미술관에서 일했다. 이들 가족은 지난해 진세키코겐의 빈집을 구입해서 수리하고 이주했다. 지금은 하와이에서 수제맥주를 수입해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정주 인구를 늘리려는건 일본이든 우리나라든 모든 나라의 지방자치단체가 관심을 갖는 부분이다. 금전적인 지원을 비롯해 정책적으로도 다양한 혜택을 부여한다. 진세키코겐에서는 공공이 민간과 밀접하게 협업하면서 조금은 특별한 형태로 지역을 활성화하고 있다. 정주 인구를 늘리기 전에 마을에 관심을 갖고 교류하는 관계 인구를 늘리려는 노력이 이루어진다. 그 중심에는 비영리단체(NPO)인 nina진세키코겐이 있다. 지난 11월 15일 진세키코겐의 한 식당에서 nina진세키코겐의 우에야마 미노루(上山 実) 이사장을 만났다.

동네의 터줏대감들, 지역 활성화에 나서다

"3명 더 데리고 나가도 될까요?"

취재일정상 우에야마 이사장에게 점심식사를 겸한 인터뷰를 제안했더니 돌아온 회신이다. 인터뷰 수락에 감사하며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던지라 속으로 잠시 (비용) 고민을 했지만, 진세키코겐에서 활동하는 인물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어서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나중에 식사비용도 합리적으로 정리됐다.)

식사 자리에는 nina진세키코겐의 우에야마 이사장과 왕 헤펭(王 鶴澎) 국제교육사업담당자, '시골생활어드바이저'라는 특별한 직함의 하시모토 타츠유키(橋本 龍之), 피스윈즈재팬의 오니시 겐스케(大西 健丞) 대표와 다카하시 케이코(高橋 敬子) 홍보담당자가 왔다. 우에야마 이사장을 섭외할 때, "마을 활성화를 위해 지역사업 대부분을 관여하는 핵심인사"라는 설명을 들었던게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우에야마 이사장은 오랫동안 공무원 생활을 했다. 진세키코겐정의 부청장까지 역임한 후에 2012년 퇴임했다. 퇴임 직후부터 지역을 살리는 방안을 고민하다가, 2015년 nina진세키코겐을 정식으로 설립했다. 피스윈즈재팬의 지원을 받아 동북대지진 이재민 구호 활동을 하면서 NPO로써 활동을 본격화했다. 이후 빈집뱅크, 커뮤니티스쿨, 특산품 쇼핑몰, 원전 피해자 지원 등 지역 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면서 진세키코겐을 누구나 살아볼 만한 동네로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NPO법인 nina진세키코겐의 우에야마 이사장 / 사진=정진영 취재총괄
NPO법인 nina진세키코겐의 우에야마 이사장 / 사진=정진영 취재총괄

우에야마 이사장은 "은퇴한 전문가들이 nina진세키코겐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며 커뮤니티스쿨을 예로 들었다. 그는 "동네에 학원이 적고 발달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아이들이 멀리 도시까지 학원을 다녀야만 했는데, 지역에는 우수한 교사 은퇴자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이 저렴하게 일 대 일로 가르칠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말했다.

nina진세키코겐이 펼치는 다양한 활동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양봉 지도, 동네 어린이 활동 지원, 이주 설명회, 마을과 연계 활동 / 출처=nina진세키코겐
nina진세키코겐이 펼치는 다양한 활동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양봉 지도, 동네 어린이 활동 지원, 이주 설명회, 마을과 연계 활동 / 출처=nina진세키코겐

이주 지원은 체계적이면서도 친밀하게

빈집뱅크(空き家バンク) 사업은 특히 흥미롭다. 진세키코겐의 인구가 줄어들면서 빈집이 많이 늘었다. 시골 생활을 하고 싶은 사람들과 빈집을 연결해준다. 이주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실제 이주를 하기 전에 우선 잠시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임시주택도 마련해놨다.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게 아니라 진세키코겐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맞춤형으로 동네를 안내한다.

시골생활어드바이저(田舎暮らしアドバイザー)는 이렇게 탄생했다. 이주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친절하게 다가갔다. 시골 생활의 기본과 집의 유지 관리 방법은 물론이고 이웃집과 교제하는 방법 등을 전수한다.

이주를 결정하기 전에 한 번 살아볼 수 있는 임시주택 / 출처=nina진세키코겐
이주를 결정하기 전에 한 번 살아볼 수 있는 임시주택 / 출처=nina진세키코겐

이 역시 지역의 은퇴한 전문가가 책임지고 있다. 하시모토 타츠유키 선생은 애초 구 도요마쓰(豊松)촌에서 지역 대책 과장으로 일했던 공무원이다. 지난 2004년 도요마쓰촌을 비롯한 4곳이 합쳐져 진세키코겐정이 된 후에는 건설과장과 회계관리자를 역임했다. 공무원 출신이기 때문에 이주희망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행정절차를 빠르게 제공할 수 있다.

하시모토 어드바이저는 지난 3년간 200명 이상을 안내했다. 그는 "이제 온라인으로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등 인프라가 잘 돼 있기 때문에 도시가 아닌 곳에서 거주하면서도 일을 할 수 있다"며 "내가 안내했던 사람들이 정착해서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골생활어드바이저는 이주 행정업무를 잘 알아야할 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 신뢰를 받아야 한다"며 "지역 어드바이저가 되려면 어떤 요건을 갖춰야하는지를 적어놓은 강령도 있다"고 말했다. 

시골생활어드바이저로 활동중인 하시모토 타츠유키  / 사진=정진영 취재총괄
시골생활어드바이저로 활동중인 하시모토 타츠유키 / 사진=정진영 취재총괄

공공과 협력해 활동 기반 닦아... 이제 청년에게 넘겨줄 때

nina진세키코겐이 진행하는 일의 특성상 모든건 공공과 협업을 통해 이루어진다. 

우에야마 이사장은 "공공이 해야하는 업무를 우리가 더 잘 되도록 도와주는 형태이기 때문에 해결할 지역의 문제가 끝나지 않는 이상 우리의 역할도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nina진세키코겐의 웹사이트에는 활동마다 진세키코겐정 사무소의 지원사항과 담당 공무원 연락처가 빼곡히 적혀있다. 예를 들어 이주를 위해 집을 지을 때 마을의 목재를 무상대여하려면 진세키코겐정 사무소 총무과에 연락하면 된다고 안내하는 식이다.

nina진세키코겐이 지역에 꼭 필요한 프로젝트를 이어나가면서, 매년 8000만엔(8억원)의 고향납세(ふるさと納税)기부금을 지역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고향납세기부금은 nina진세키코겐 활동비의 약 70% 정도를 차지한다.

진세키코겐정 정부가 운영하는 이주정착 지원 사이트 / 출처=웹사이트 캡쳐
진세키코겐정 정부가 운영하는 이주정착 지원 사이트 / 출처=웹사이트 캡쳐

우에야마 이사장은 2017년 9월 지역에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도록 돕는 진세키챌린지기금을 만들었다. 신규 사업자에게 자금 지원과 함께 경영 지도를 하는 형식이다. 무이자, 무보증으로 상한액 3000만엔(3억원)까지 빌려준다. 10년 이내에만 갚으면 된다. 5년 동안 총 10건, 1억엔(10억원)을 지원했다.

우에야마 이사장은 "nina진세키코겐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지역의 은퇴한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춘건 물론 행정 업무도 잘 알고 인생 경험도 많아서 일을 능숙하게 진행한다"며 "하지만 이제 세대 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함께 자리한 왕 헤펭 국제교육사업담당자는 젊은 활동가였다. 고향납세 기부금을 재원으로 지역이 해외와 교류하는 활동을 맡고 있다.

우에야마 이사장은 "청년들이 모이게 하려면 자금 지원도 지원이지만, 일단 살고 싶은 지역을 만드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nina진세키코겐'이라는 이름에서 nina는 '새로움'을 뜻한다. 늘 새로운걸 발견하고 도전하면서 즐거운 것을 함께 찾아갈 수 있는 진세키코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말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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