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집중 현상이 지속되고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지역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인구가 줄면 인프라가 줄어들고, 남아있던 사람들도 지역을 떠난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은 일회성에 불과해 지속가능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소멸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사회적경제 미디어 <이로운넷> 취재팀은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소멸에 대응하고 있는 해외 사례를 연재해, 국내 실정에 맞는 지역소멸 대응 방법을 소개한다.

“태국은 지역(마을)에 어르신만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그 지역의 문화나 특성이 사라지게 됩니다.”

태국의 사회적기업 로컬얼라이크(Local Alike)는 태국 북쪽. 소수민족들이 주로 거주하는 마을을 관광 상품으로 개발했다. 관광 수익의 70%는 마을로 돌아가게 한다. 수익의 일정부분이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구조다. 솜삭 분캄(Somsak BoonKam) 대표는 “목이 긴 민족처럼 특징이 있는 마을은 관광객들이 찾긴 하는데, 정작 마을 주민들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거의 없다”고 했다.

“지역에는 지역의 문화와 특성이 드러난 좋은 제품(서비스)이 있어요. 어떻게 하면 그 제품(서비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수익으로 이어갈 수 있는지를 고민하죠.”

로컬얼라이크(Local Alike)가 개발한 관광상품을 통해 마을(지역)에 이용하는 관광객들. / 출처=로컬얼라이크(Local Alike)
로컬얼라이크(Local Alike)가 개발한 관광상품을 통해 마을(지역)에 이용하는 관광객들. / 출처=로컬얼라이크(Local Alike)

대표적인 관광 국가 중 하나인 태국. 하지만 그 수익의 대부분은 대기업이나 호텔 등에게 돌아간다. 주민들은 관광상품을 제공하고도 수익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솜삭 분캄 대표는 “태국의 작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관광에 대한 지식이 없다. 노동으로 수익을 내는 방법 밖에는 모른다”고 했다. 지역은 계속 빈곤하고, 청년들은 ‘돈을 벌러’ 도시로 떠난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솜삭 분캄 대표는 이런 지역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높은 월급을 받던 대기업을 나와, 미국으로 건너가 다시 공부했다. 2011년 설립됐고, 태국의 사회적기업이기도 한 로컬얼라이크는 태국 200개 마을의 관광상품을 개발했다.

관광상품은 마을마다 가지고 있는 관광력을 기본으로 한다. 풍경이 좋은 곳은 사람이 더 많이 찾아올 수 있게 알리는 방법을 고민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에 특별한게 없는 곳은 지역의 특색이 있는 음식이나 제품을 중심으로 상품을 개발한다. 솜삭 분캄 대표는 “마을마다 관광 루트를 만든다. 마을을 찾은 사람들에게 마을에서 생산하는 음식이나 제품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지를 고민해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홍보한다”고 말했다.

물론 관광상품을 개발한다고 해서 모든 마을이 전부 잘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로컬얼라이크가 개발한 관광상품으로 일년에 1000만 바트(한화 약 3억7000만원)정도 수익을 낸 마을도 있었다. 그는 "어떤 마을은 수익이 더 나기도, 또 어떤 마을은 덜 나기기도 했지만 (어떤 경우에도) 수익의 일정 부분이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로컬얼라이크가 개발한 관광상품을 통해 마을(지역)에 이용하는 관광객들. / 출처=로컬얼라이크(Local Alike)
로컬얼라이크가 개발한 관광상품을 통해 마을(지역)에 이용하는 관광객들. / 출처=로컬얼라이크(Local Alike)

“국내(태국)관광객들이 많죠”

로컬얼라이크가 개발한 관광상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주로 태국 자국민들이다. 그는 “대부분 태국인 관광객들이 많다. 태국에 있는 기업에서 지역을 방문해 직접 관광하고 체험하는 방식으로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1년 동안 40~50개의 기업이 로컬얼라이크를 통해 마을을 방문했다.

같은 국가에 살고 있지만, 다른 마을(지역)에 대해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사람들은 로컬얼라이크를 통해 만난 마을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였다. 솜삭 분캄 대표는 “회사 워크숍을 통해 마을을 접한 분들 중에 (관심이 생겨) 나중에 따로 찾아오기도 하고, 마을의 매력에 빠져 또 다른 마을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주민들이 계속 살던 곳(지역)에 살 수 있게 하는 환경을 만드는 로컬얼라이크. 지역에 사람의 발길이 계속 닿아야 한다는 솜삭 분캄 대표는 “어린 시절 나도 마을을 떠나본 적 있다”며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그는 “마을이 너무 가난하고, 그러니까 계속 마을에 살기 힘들고, 그래서 나도 어렸을 때는 마을을 떠났었다”며 “그러다보니 마을에는 어르신만 남게 됐다. 그럼 점점 마을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걸 깨닫게 됐다”고 지역 주민들이 계속 지역에서 살 수 있게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가 개발한 관광상품을 기회로 만들어 사람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고, 떠난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게 하는게 목표에요. 사실 떠난 사람들은 마을이 가난하고,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이거든요. 마을의 상품을 개발하고 돈을 벌 수 있게 하면 스스로 돌아오게 되지 않을까요?”(웃음)

로컬얼라이크가 개발한 관광상품을 통해 마을(지역)에 이용하는 관광객들. / 출처=로컬얼라이크(Local Alike)
로컬얼라이크가 개발한 관광상품을 통해 마을(지역)에 이용하는 관광객들. / 출처=로컬얼라이크(Local Alike)

코로나19 이후 수익 급감…다른 방식의 프로젝트 고민

코로나19의 영향은 로컬얼라이크도 피해 갈 수 없었다. 기업의 수입은 제로(0)가 됐고, 자연스럽게 마을에도 수익이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빨리 해결해야 했다. 회의와 고민끝에 사무실을 식당(카페)으로 바꿔 마을에서 생산한 농산물로 만든 제품을 판매하기로 했다. (인터뷰도 이 공간에서 진행했다. 북쪽의 작은 마을에서 키운 유기농 장미를 올려낸 음료도 판매해 눈길을 끌었다.)

마을 주민들이 전문 셰프와 협업해 특산품을 활용한 요리를 선보이게 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파인다이닝인 셈. 그는 “파인다이닝은 간헐적으로 열리는데, 한 달 동안 4번 정도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올해에는 12월쯤 진행하는데 예약을 통해서만 손님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로컬얼라이크 솜삭 분캄(Somsak BoonKam) 대표. / 사진=박미리 기자
로컬얼라이크 솜삭 분캄(Somsak BoonKam) 대표. / 사진=박미리 기자

“앞으로는 잠재력 있는 마을에 투자를 하고 싶어요”

솜삭 분캄 대표는 “로컬얼라이크가 지금까지 (관광상품) 개발자, 마케터 역할을 주로 해 왔다면 앞으로는 투자자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전했다. 그는 “잠재력 있는 마을에 투자를 하고싶다. 이미 관광상품을 개발한 마을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곳도 있으니 투자를 통해 마을의 관광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또한 B2C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 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이 잦아들면 해외 관광객들도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상품으로 해외 관광객들을 받고 싶다”고 했다.

“보통은 ‘관광’이 활성화 되면 지역에 수익은 들어올지 모르지만, 원래 있던 문화는 사라지고, 돈만 벌려고 하는 곳들이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사람들이 '관광'을 통해 지역(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도록 하면서도, 지역이 가지고 있던 문화는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관광’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아지게 하고, 본래 문화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게 저희의 가장 큰 목표에요.”

Behind...

솜삭 분캄(Somsak BoonKam)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태국에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일할 곳이 사라진 청년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 그는 “고향으로 돌아간 청년들이 도시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쌓은 창의력을 발휘해 지역에 특별한 인테리어를 한 식당이나, 작은 카페를 만드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한다”면서 “뉴-제너레이션이 마을에 유입되기 시작했다”며 긍정적인 변화를 전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