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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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ESG에 대한 열기가 시장경제 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 생태계에서도 계속되는 듯 합니다. 서울과 지방 등 각지에서 다양한 포럼과 교육 등 행사가 끊임없이 치러지고 있습니다. 물론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우리 사회의 일상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구호와 열기로만 기억될까 하는 기우(杞憂)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ESG는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적), Governance(지배구조)의 알파벳 두음을 따온 것으로 (제 생각에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 Rock)의 래리 핑크(Larry Pink) 회장이 2008년 금융위기 시 대처를 못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투자대상회사에 제시하고 있는 투자기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투자자나 투자자에게 평가받고자 하는 ESG와 진정 우리가 바라는 ESG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 제가 몸 담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 구성원들에게 ESG를 소개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다들 치열한 시장경제에서 30여년씩 중요한 역할을 다하고 제2의 인생을 시도하는 베테랑들입니다. 그런 분들이 함께한 자리임에도 “ESG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냐”, “우리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 “어느 세월에 ESG를 배울 것이냐”는 등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ESG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념에 대한 이해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너무 어렵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공정거래가 공정한 거래인 것처럼 용어 그대로의 ESG야 말로 우리가, 그리고 사회적경제가 지향하는 ESG일 뿐인데도 말입니다.

사회적경제의 정의가 분분하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문제인 환경, 안전, 교육, 여성, 노동, 빈곤, 돌봄 등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 활동을 하는 것이 사회적경제입니다. 이러한 개념에 순수하게 동의하여 창업을 하거나, 이미 하고 계시는 분은 ESG를 실천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사회적경제를 하시는 분이 어찌 E(환경, Environment)를, 어찌 S(사회, Social)를, 그리고 G(지배구조, Governance)에 반하는 마음과 활동을 할 수 있겠습니까? 시장, 사회적경제 단위가 경영 행위를 함에 있어 환경에, 사회에, 지배구조에 마땅하고 옳은 일인지를 우선 생각하면 그것이 ESG 경영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장경제에 계시는 분들이 ESG 워싱, 그린 워싱을 생각할 때에도, 사회적기업가 정신과 소명의식을 갖고 사회적경제 기업을 운영하는 분들이 어찌 ESG에 어긋나는 생각을 하겠습니까? 현재 ESG에 대한 열풍에 대해 사회적경제 생태계 전반에서 ESG 개념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적합하게 적용될 수 있게 도와드리는 시작과 끝이었으면 합니다. 다만 과유불급이면 오히려 사회적경제와 ESG에 대한 혼란이 오고 그로 인해 ESG를 다른 세상의 것으로 밀어내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현상에 집중하고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방안을 고민하지 않으면 문제가 반복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ESG에 대한 열기가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똑같은 안전사고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깨어있어야 합니다. 이처럼 사회적경제나 ESG 경영이 우리의 일상이 되기 위해서는 학습된 무기력이나 익숙한 무관심에서 벗어나 사회 전체를 통찰할 수 있는 사회학적 상상력을 길러야 합니다.

지난 9월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창업주 이본 쉬나드 회장이 자신과 가족들이 보유한 파타고니아 지분 전부(4조 2000억원)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기부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구호와 단타성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변함없고 우직한 실천으로 사회적기업과 ESG 경영의 진수를 보여준 것에 대해 경외심이 들었던 것은 저만의 느낌이 아닐 것입니다. 좁은 의미의 사회적기업 정의에서 벗어나고, 또한 본래 창업 당시의 초심을 한 번 더 살피고 다지는 것이야말로 현재 사회적경제 생태계에 필요한 ESG라고 생각됩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여러모로 잘못 해석되는 관계로 자유방임주의자, 신자유주의자로 호도되고 있는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그의 나이 36세에 저술한 ’도덕감정론‘에서 행복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건강하고, 빚이 없고, 양심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의 행복에 무엇이 더해져야 하는가?”

우리가 바라는 건전한 사회. 우리 모두가 만들고자 하는 행복한 사회는 올바른 ESG 경영과 여러분의 사회적경제로 앞당겨지리라 생각합니다.

한봉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SE코디/前 SK 전남도시가스 대표이사
한봉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SE코디/前 SK 전남도시가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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