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윤보 삼척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심윤보 삼척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일하는 조직에서 ‘갈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이다. 갈등을 방치하거나 잘못 관리하면 공동체 조직의 경쟁력이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공동체 내 갈등은 과도할 경우 구성원들의 육체적, 정신적 소모를 초래하고 건강한 조직 문화를 파괴한다. 그러나 갈등이 반드시 부정적 영향만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공동체 내 어느 정도의 갈등은 구성원들에게 건설적인 긴장감을 줌으로써 생산성이나 창의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공동체의 갈등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지역공동체 모임이나 활동,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주민 간의 갈등이 불거지는 경우가 많은데, 갈등은 단기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존재하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이해관계가 대립하거나 이권의 배분 문제에 있어서 투명하지 못하거나 형평적이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때 이러한 갈등은 더욱 커지게 되며 공동체가 양분되거나 와해될 수도 있다.

다만, 주민 간 혹은 주민과 외부세력의 갈등은 잘 극복될 수 있다면 중장기적으로 지역공동체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갈등은 공동체라는 사회의 형성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이러한 갈등을 잘 극복하여 서로 간에 이해와 합의를 바탕으로 관계를 지속해 나갈 수 있다면, 갈등은 공동체성을 강화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의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공동체의 갈등을 바라보는 중요한 관점은 대립하는 양측 모두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존재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예컨대 마을 회의에서 화를 내면서 언성을 높이는 주민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왜 그렇게 화를 낼 수밖에 없는지를 읍소하는 것처럼, 갈등을 겪는 모든 주민은 나름대로 이유가 존재하며 그 이유에 대한 충분한 경청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자세와 행태를 통해 감정적으로 변질되지 않고 충분히 서로 다른 처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배려한다면, 대부분의 갈등 상황은 충분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공동체의 갈등 구조로 보면 공동체를 형성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민 간의 갈등은 이해관계의 불일치로 인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갈등은 이러한 이해관계의 충돌로부터 발생하며, 특정한 활동이나 사업을 추진하면서 민주적이지 않거나 불투명한 운영 등의 과정에서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된다. 특히 보조금이 지급되는 경우, 관련된 경제적 이익이나 편익을 균등하게 혹은 형평적으로 배분하지 않고 불공평하게 배분한다고 생각이 될 때 이러한 갈등 상황이 발생할 여지가 많다.

특히 도시지역이 아닌 농촌에서는 다양한 정부 지원 사업과 마을 발전 계획 등이 추진되면서 주민 간의 다양한 견해 차이로 인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역사회와 마을의 발전을 위해 큰 규모의 기업이나 시설을 유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주민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자연 생태를 보호하고 유지하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하는 주민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동체로서 공유된 목표에 합의하고 활동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는 것은 상당한 어려움이 존재하며, 주민 간의 소통 또는 논의 과정부터 추진에 큰 장애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사전에 기존 거주민들이 지니는 가치와 관습 등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동의를 거치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성이 약화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갈등의 예방과 해소를 위해서는 이러한 갈등 구조의 특성을 파악하여 접근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주민 간 이해 갈등의 해소를 위해서는 상호 소통과 합의를 기반으로 원칙과 규칙, 규약 등을 규정하고 준수함으로써 상호 간의 견해차를 충분히 배려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방향의 접근이 필요하다. 주민 간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충분한 소통을 통해 문화적이며 관습적인 규범들을 형성하고 준수할 필요가 있으며 무엇보다 주민 서로 간 다름을 인정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공통의 이해관계 아래에서 발행하는 가치의 충돌을 회피할 수 있다. 주민 간 문화적, 관습적 차이의 해소를 위해서는 다양한 모임과 협력 활동 등을 통해 서로 간 생각의 차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갈등을 사회불안의 원인이자 목표 달성에 방해물로 인식하여 갈등이 표출되지 않게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으나 현재는 갈등을 개인의 다양성에 기반을 둔 사회적, 조직적 산물로 인식하고 문제를 표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합의 형성을 위한 이해관계자의 적극적 참여와 협력을 중시하는 적극적 관리로 변화되고 있다.

주민의 참여 및 권리의식의 성장 대응으로 주민들이 갈등의 당사자로 전면에 등장하여 정책 및 사업 추진 과정 전반에 개입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등 소규모 갈등이 증가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또 분배의 형평성에 기반한 요구의 증가로 정책 및 사업 추진의 공익적 목표 실현과 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지역 혹은 집단, 개인 이해당사자의 사익과 형평성에 근거한 문제 제기도 일어난다.

갈등관리는 갈등이 다양한 부작용이나 지역사회, 공동체에 파괴적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고 갈등의 순기능이 증가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구조와 조건을 마련해가는 과정이다. 갈등관리는 사고와 위기가 아닌 사람과 조직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관리와 처리를 통한 성과가 아니라 대화나 소통을 통한 절차이다.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교육하여야 할 객체가 아닌 동등한 주체로 인식해야 한다.

분배적 형평 차원에서 정책 및 사업 추진으로 인해 선량한 피해를 보게 되는 당사자들과 함께 예방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기기 위한, 혹은 이익을 얻기 위한 업무가 아닌 상호 간 합의점을 찾아가는 작업이다. 무리한 합의 진행, 편의를 위한 반대 세력 배제 등 갈등 예방 또는 해결에서의 일방적 편의주의는 오히려 더 큰 갈등으로 초래될 수 있다.

어떤 조직이나 집단이든 한정된 자원을 공동으로 분배하여 사용하고 시간 계획을 작성하기 위해 공동 의사결정을 하여야 할 때 집단 간에 빚어지는 갈등, 구성원 간에 공동 결정을 하는 것은 각 구성원의 입장에서 자율성을 상실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다.

과거부터 지역공동체는 향약, 두레, 품앗이 등 전통적인 규범을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규범은 생활공동체이자 경제공동체로서 생존에 필수적인 마을의 공유 자산 또는 공유자원 등을 지속 가능하게 관리하고 상호 간 갈등 예방과 신뢰의 구축 등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하다. 지역공동체의 갈등 해결과 발전 방안으로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참여적, 집합적 의사결정에 의한 규범, 규약 등의 마련과 신뢰의 회복 방안 마련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지역공동체는 모임으로서 그 구성원이 명확히 파악되며, 구성원들 간의 합의된 명칭과 목적, 그리고 운영규칙 등을 규정화하고 실제적인 활동을 수행함으로써 모임의 실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주민들이 소속감을 가진 공동체 모임으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개인이나 개인들의 단순한 집합이 아닌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이며, 소속감을 강화하고 신뢰를 구축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될 것이다.

어느 정도의 갈등은 공동체 모임의 형성이나 활동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현상이다. 공동체 모임이나 개인의 문제점에 대해서 구성원들의 관심을 끌게 하는 계기가 되어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갈등이 합리적으로 해결되면 쇄신이나 변동, 발전과 재통합의 계기가 된다. 공동체 모임이나 개인에게 창의성, 진취성, 적응성, 융통성을 향상시키고 침체한 공동체를 거기에서 벗어나 더욱 생동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 공동체 구성원들의 다양한 심리적 요구를 충족시키고 내부 갈등을 관리하고 방지할 방법을 학습할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갈등이 없는 조직은 살아 있는 조직이라 할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갈등이 없다는 것은 아무런 목표도 의욕도 없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갈등이 너무 깊은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갈등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구성원 간의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상대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건전한 토론 문화와 다양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아이디어 개발, 협상 기법과 갈등관리에 대한 교육 등이 필요하다.

갈등은 근본적 원인이 규명되고 다뤄지지 않는 한 갈등 해결은 이뤄질 수 없다. 갈등 해결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공정성과 정당성이 확보되지 못하면 갈등을 해결하고 평화를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다.

사람들의 기본적인 욕구는 크게 다르지 않다. 갈등을 해결하는 일은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지역 내의 공동체 구성원들 간 그리고 지역 외의 다양한 공동체나 기타 이해 당사자와 협력체계를 적절히 구축함으로써 갈등이나 분쟁을 예방하고 상생발전을 도모하는데 앞장설 수 있을 것이다. 천천히 가는 것이 빨리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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