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첫 번째 부동산 대책인 6·21 대책을 발표했다. 부동산 시장 하락을 전망하며 국지적 불안 요인에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를 밝혔다. 자연스럽게 정책의 목표로는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과 서민 주거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문장을 강조했다.

그런데 내용은 딴판이다. ‘대출 규제 완화’, ‘분양가 인상’, ‘부동산 세부담 완화’까지. 3가지 주요 포인트는 주거 안정과 어떤 연관성도 찾을 수 없다.

먼저, ‘LTV 완화’는 지난 정부의 대출 규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보인다. 정치적 선택을 할 수는 있지만, 문제는 금리 인상의 추이이다. 미국은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고 있고, 한국도 7%~8% 수준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예상한다. 대단한 부자가 아닌 이상, 가구당 월 400만~500만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한국의 대통령 임기는 5년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보면서 금리와 부동산 버블이 안정되면 대출을 완화해도 충분하다. 정부라면 단순히 여론만을 의식해서 위험천만한 상황에 국민을 밀어 넣기보다 적절한 로드맵을 제시해야만 했다.

‘분양가상한제 완화’에 대한 평가는 보수 언론에서 호의적인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19와 전쟁으로 인해 건축 자재비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건설업계, 공인중개사업계, 재개발/재건축 이해관계자를 지원하는 정책은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정책의 취지에는 이러한 내용 없이, ‘서민들의 내 집 마련’만을 강조한다. 분양가상한제가 완화된다면 공급량은 늘겠지만, ‘서민’이 들어갈 수 있는 집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비아파트 주택의 단가가 올라간 상황은 방치한 채 고가 아파트 타겟의 정책만 발표된 것이다. 돈 많이 모은 사람에게나 호재지 생애 첫 집을 꿈꾸는 다수의 서민에게는 악재일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세부담 완화’의 경우 상위 5% 안팎의 세금 이슈는 차치하더라도, 임대사업자의 세부담 완화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공식석상에서 여러 차례 임대차법을 폐지 수준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2+2년 거주권을 보호했던 계약갱신 요구에 대한 권리를 없애고 임대인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골조다. 이중가격 방지를 위해 착한 임대인을 유도하는 세금 인하 방향은 이번 정부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정책이긴 하다. 하지만 문제는 임대인 인센티브의 방안으로 뜬금없이 양도세 완화가 담겼다는 것이다.

양도세는 결코 전세시장 이중가격의 해법이 될 수 없다. 양도세가 완화되면 2년 뒤에는 지금 전세로 공급했던 임대업자들이 매매로 전환할 것이다.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당장의 위기는 넘기겠지만 결과적으로 전세 물량의 총량 관리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폭탄을 2년 뒤로 돌려서 더 크게 만드는 정책이다. 애초에 양도세는 다주택자의 매매시장 유도 정책으로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세입자 안정화와는 관련이 없다.

시의적으로도 적절치 못하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며 전세가가 매매가의 100% 수준에 근접했고, 전세보증금 반환의 위험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보통 세입자의 문제가 됐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전세금 미반환 세입자를 구제한 비용은 어느새 2조원을 넘겼다. HUG 상품에 가입할 수 없는 주택 비율이 훨씬 더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세사기 및 깡통전세 이슈는 글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서민들이 평생 모은 돈을 순식간에 날리고 있는 현실에, 전세금 보호에 대한 대책은 8월로 밀렸다.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발표의 취지가 무색할 지경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이 6월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련 합동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이 6월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련 합동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부동산 이슈로 정권을 잡은 만큼 첫 번째 부동산 대책은 어떤 방향이더라도 공을 들였을 줄 알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 후보 시절부터 부동산 정책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명확한 방향이 없었던 원인도 있겠지만, 경제의 심각성을 외면한 채 그저 부동산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키려다 보니 엇박자가 난 것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유례없이 취임 초부터 30%대로 내려갔다고 한다. 이도 저도 아닌 정책을 계속 발표한다면 이러한 국면은 나아지기 어려울 것이다. 다음 대책에는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고, ‘국민들의 주거 안정화’라는 목표와 내용이 일치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부디 첫 번째는 시행착오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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