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필두로 의원 20명이 ‘공익주택 공급 촉진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민간임대주택에도, 공공임대주택에도 명확히 포함되지 않는 중간적 성격을 지닌 공익주택을 정의하기 위한 특별법이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민간임대주택 공익성 강화를 통한 임대차 시장 안정화 방안 토론회’에서 천 의원은 “현재 공공에서 공급하는 임대주택은 단기간 공급이 어렵고, 민간임대주택은 공급량은 많으나 임대사업자의 과도한 시세차익 중심 구조가 부작용으로 지적된 바 있다”며 “발의한 법안의 핵심은 사회적기업, 사회적협동조합 등 비영리단체에 의해 공급되는 민간임대주택을 공익주택으로 정의하고, 필요 사항을 지원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30일 공익주택 특별법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사진=최인호 의원실
30일 공익주택 특별법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사진=최인호 의원실

축사를 맡은 국토교통위원회 간사 최인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뉴스테이형 임대주택을 다시 공급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장점도 있지만 여러 부작용도 예견돼 상당히 걱정된다”며 “현행 임대주택 제도의 한계와 임대차 시장 안정화를 위해 새로운 공급 방식의 필요성을 논의하고, ‘공익주택’이라는 새로운 모델의 법제화를 모색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 발제를 맡은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상임변호사는 “우리나라 주거정책 법체계는 주거기본법이 상위 법률이고, 다른 법률을 제·개정하는 경우 이 법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며 “주거기본법에서 규정하는 주거지원 필요 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공공주택특별법’에서, 민간임대주택의 공급 활성화는 ‘민간임대주택법’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한편, 사회적기업·사회적협동조합 등 비영리단체의 공익적 목적 임대주택 공급 지원에 관해서는 별도의 법률 없이 민간임대주택법에 간략히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도입 필요성을 부연했다.

이전에 타법 개정이나 지자체 조례 제정을 통해서도 추진해봤지만, 역부족이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민간임대특별법을 개정해 공익적 목적을 갖는 주택을 위한 근거를 만들려 했지만, 국토위는 통과했는데 법사위에서 논의될 때 민특법의 체계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폐기됐다. 몇 군데 지자체에 관련 조례도 있지만 지자체장이 바뀌면 없어질 가능성이 크고, 공고가 취소되는 등 불안정하다는 단점이 있었다”며 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대가 모인 배경을 밝혔다.

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정책지원TF 단장은 사적 임대인이 공급하는 전월세 주택에 치중한 현 임대주택 시장의 문제점을 짚었다. 그는 “공공부문의 공급 확대에도 임대차 시장 구조는 여전히 개인 임대인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그동안 개인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지원이나 금융 혜택, 민간의 임대주택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리츠 활성화, 전문 임대주택관리업 도입, 기업형 임대주택을 주창한 뉴스테이 추진 등 다양한 시도에도 오히려 무주택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과 거주 불안은 더 심각해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 단장은 “정부가 발표하는 공급 물량 자체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공급의 능력’을 어떻게 갖추느냐다”라며 “비영리 민간부문을 활용해 부담가능한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사적 임대인에 대한 견제와 공급 균형을 맞춰야 공익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사회적경제주체가 공급하는 ‘사회주택’이라는 임대주택 모델이 시도됐는데, 도입 이후 6년간 3300호를 준공했으며, 이를 통해 셰어하우스나 주거시설 내 공유공간의 개념과 가치를 정착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제한 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 소장도 물량수치만큼 ‘결과의 공익성’을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정부가 공급한 주택 수량이 적지 않은데 주거불안이 해결되지 않은 이유는 공익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공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공급생태계가 다변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내집마련’에 치중된 주거 정책이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공공주택을 확대하면 내집 마련할 기회가 줄어든다는 인식이 있다”며 “공공주택은 내집마련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주거권 보장이 어려운 민간임대주택과의 대체 관계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버스전용 차로’에 비유했다. 그는 “운전자 입장에서 처음에는 버스전용 차로 때문에 차선이 줄어드는 듯 느끼지만, 결국에는 통행속도가 빨라지는 것처럼, 공공주택 확대도 결국 전반적인 주거안정에 기여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공익주택 법 제정 필요성에 의문을 던지는 의견도 나왔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독특한 시장구조에 대한 이해 없이 유럽의 사회주택 같은 모델을 도입하는 건 실험적인 사례를 만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우리 사회 구조와 사람들의 생각과는 불일치하는 부분이 있어 장기적으로는 보편화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경제주체도 민간”이라며 “새로운 특별법 체계가 필요한 게 아니라, 사회문화구조와 역사가 다르기 때문임을 인정해야 한다”며 기존의 제도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은 사회적경제주체들과 일반 민간기업은 동기 측면에서 차이가 있고, 공급자의 다변화를 위해서는 법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서울시에서 사회주택 조례를 만들며 공급자를 사회적경제주체로 한정하지 않고 일반 중소기업으로 확대한 바 있다. 그런데 이들은 대부분 사회주택 사업을 따놓고 추진도 안 하더라”라며 “막상 선정되고 보니 기대한 만큼의 수익성이 없어 추진 동기가 안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적경제주체들은 존립 목적이 공익 추구라 사회주택을 만들고 운영할 동기가 있는데, 기존 법 틀에서는 규제가 많고 지원할 체계도 없다 보니 생태계가 크지 못한 것”이라며 새로운 법의 필요성을 부각했다.

진남영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도 “주택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변하려면 공급 방식을 ‘소품종 대량공급’에서 ‘다품종 소량공급’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훈 국토교통부 민간임대정책과 서기관은 “법이 제정된다면 ‘공익주택’이라는 개념이 새로 생기는 것이라 사회주택이 공익주택으로 바뀌는 건지, 공공임대주택이나 등록임대주택까지 포함하는 개념이 되는 건지 등을 검토해야 하며,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토부에서는 매입형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단계적 정상화 방안을 논의·연구하고 있고, 주거 서비스 인증 제도 개편을 준비 중이며, 다음 달 말에는 청년 주거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국토부 차원에서 주거 안정을 위해 펼치는 노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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