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며, 국제사회 곳곳에서 ESG 경영 법제화에 나서고 있다. 수출 중심인 국내 주력 산업들도 법제화에 따라 국제사회로부터 ESG 관련 실사를 요구받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ESG 제도화 포럼: 인권·환경·거버넌스 실사 의무화 법제의 국제적 현황과 한국의 과제'는 관련 국제 동향을 짚고, 국내 과제 및 향후 대응 방향과 개선점을 모색하고자 국회 ESG 포럼(공동대표 김성주·조해진 의원)과 대한변호사협회, 유엔글로벌콤팩트(UNGC)가 함께 주최했다.

전문가들은 유럽을 중심으로 ESG 법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자본 유입을 목적으로 ‘EU 택소노미’가 발표된 데 이어, 2021년 EU 의회는 ‘인권·환경·거버넌스 실사 의무화 법안’을 EU 집행위원회에 권고하고, EU 집행위원회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실사를 2024년부터 의무화하도록 하는 법안을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제자로 참여한 민창욱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외국의 실사 제도를 소개했다. 민 변호사는 2021년 제정된 독일의 공급망 실사법을 언급하며 “인권·환경 리스크 유형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 기업은 리스크 관리를 위한 시스템 구축 등 9개 의무를 포괄하는 ‘실사의무’를 부담한다고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ESG 제도화 포럼. 국회 ESG 포럼은 여야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기업과 금융기관, ESG 관련 평가·검증·컨설팅 등 전문기관, 시민사회 등이 모여 지난해 발족했다./사진=대한변호사협회
16일 국회에서 열린 ESG 제도화 포럼. 국회 ESG 포럼은 여야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기업과 금융기관, ESG 관련 평가·검증·컨설팅 등 전문기관, 시민사회 등이 모여 지난해 발족했다./사진=대한변호사협회

노르웨이의 경우 2021년 제정한 투명성법을 통해 기업에 실사의무 및 결과보고 의무를 부과하는 것에 더해, 모든 사람이 기업에 실사 정보를 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관련 정보처리 절차를 명시했다고 전했다. EU 의회 차원으로는 ‘기업 실사 및 기업 책임 지침안’을 만들었는데, 이는 기업이 공급망 전반에 대한 인권·환경·거버넌스 실사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이행할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민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실사 관련 법제화를 시도할 때 대상 기업과 항목 등을 검토하고, 실사 의무의 내용, 위반 시 가할 제재 등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을 적용할 기업의 규모, 협력사 실사 여부, 주주이익과 충돌 시 처리 방법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거다.

ESG 구성 요소 중 ‘S(사회)’는 인권 개념으로 바라보고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민선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 요소는 환경이나 지배구조보다 넓고 정성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며 “공통으로 언급되고 있는 게 다양성, 근로 기준 등인데, 이는 ‘인권’이라는 개념 아래에 포섭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연구위원은 “이윤 추구를 본질로 하는 기업에 인권 존중은 별도의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인식돼 그동안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고 본다”며 “세계 흐름에 맞춰, 우리나라에서도 인권 실사 법제화를 위한 입법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은경 UNGC 한국협회 실장은 개별 제도를 넘어 생태계 차원에서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벤치마킹을 많이 하는 EU의 경우, 20년 전부터 지속가능성 이슈에 대해 큰 틀의 플랫폼을 갖고 추진 중이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펀드를 조성하는 등 중장기 로드맵을 갖고 움직이는 중”이라며 “국회나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어떻게 정책 일관성을 갖고 갈 수 있는지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철민 대한상공회의소 ESG경영실장은 대한상의 차원에서 업종별 아젠다 워킹그룹, 공급망 실사센터 등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법제화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ESG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맞고 언젠가는 모든 기업이 그 필요성을 받아들이겠지만, 법제화 과정에서 자율성 보장과 속도 조절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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