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회적기업 부동산 취득세 감면 혜택을 법에 명시했으나, 현장에서는 오락가락한 기준 때문에 온전하게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시민자산화 시도 자체를 위축시킨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대다수 법인은 부동산을 구입하면 취득세를 내야 한다. 다만 법에 따라 사회적기업이나 서울시 사회적협동조합은 절반을 감면받을 수 있다. 지방세특례제한법 제22조의4에 의하면, 사회적기업이 고유업무에 직접 사용할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입할 경우 취득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의 경우 서울시 시세감면 조례에 근거해 감면받는다.

그러나 '고유업무에 직접 사용'이라는 표현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감면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명확한 기준이 없어, 일선 공무원 입장에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법인이 경정청구나 이의신청을 통해 추후 감면 결정을 받기도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개별 기업이 알아서 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명확한 법 규정 마련과 함께, 현장에 정보를 제공하고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는 사회적경제 지원기관의 역할 중요성이 부각된다.

목적 사업 확실한데 '임대'라 감면 불가?

사회적협동조합 '사람과공간'이 지난해 매입한 건물. 복합 문화공간, 돌봄센터, 카페, 공동사무실, 회의실, 공유주방 등으로 이뤄져있다./사진=사람과공간
사회적협동조합 '사람과공간'이 지난해 매입한 건물. 복합 문화공간, 돌봄센터, 카페, 공동사무실, 회의실, 공유주방 등으로 이뤄져있다./사진=사람과공간

서울시에 위치한 사회적협동조합 ‘사람과공간’은 정관에 적힌 목적사업으로 운영하는 공간 일부에 대해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지 못했다. 조합원(법인)에게 돌봄센터, 카페, 공동사무실 등의 공간을 빌려주는 임대업이라는 이유에서다.

서울특별시 시세 감면 조례 제11조 1항에는 '사회적협동조합이 그 고유업무에 직접 사용하기 위하여 취득하는 부동산에 대하여는 취득세의 100분의 50을 경감한다'고 규정돼 있다.

사람과공간은 정관에 “시민자산화를 위한 부동산 임대 및 관리"를 목적사업으로 명시했다. 그러나 강서구청(세무과)은 조합이 직접 사용하는 부분(57.24%)에 대해서만 감면대상이며, 조합원(법인)에게 유상으로 임대하는 부분(42.76%)은 감면대상이 아니라고 통보했다.

사람과공간 측은 "시민자산화를 위한 부동산 임대 및 관리와 조합원들이 수행하는 업무는 명백히 지역공동체 활동의 일환"이라며 "임차인인 조합원은 공간을 단순히 임차한 것이 아니라 시민자산화 사업의 주체이고 필요에 의해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한 주체" 라고 설명했다.

사람과공간은 지난달 서울시에 이의신청을 했고, 결정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의신청으로도 인정받지 못하면 조세심판청구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나상윤 사람과공간 대표는 전했다.

험난한 이의신청 과정은 기업의 몫

사회적기업 주식회사 아트브릿지가 2021년 신축한 '뭐든지아트하우스..'/사진=아트브릿지
사회적기업 주식회사 아트브릿지가 2021년 신축한 '뭐든지아트하우스..'/사진=아트브릿지

사회적기업 (주)아트브릿지(이하 아트브릿지) 역시 비슷한 일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혜택을 받아냈다. 아트브릿지는 지난해 지어올린 건물 '뭐든지아트하우스' 에서 임대 공간인 사회주택, 공유오피스에 해당하는 면적은 사회적기업 감면 혜택을 받지 못했다. 경정청구도 소용이 없었다.

다행히, 이의신청 단계에서 사회적기업 감면이 인정돼 올해 1500만원의 취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서울시는 올해 3월, 이의신청 결정서를 통해 ‘감면주체의 사업목적과 취득목적을 고려하여 임대 자체를 목적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임대의 경우에도 직접사용으로 판단된다’며 취득세 감면 결정을 내렸다.

표1. 아트브릿지 취득세 감면 과정 정리 / 디자인=정재훈 인턴기자
표1. 아트브릿지 취득세 감면 과정 정리 / 디자인=정재훈 인턴기자

그러나 양정선 아트브릿지 대표는 이 모든 과정을 처리하는데 매달리느라 시간을 쏟아야 했다. 납부의 부당성을 다투기 위해 유예를 할 수도 없었다. 경정청구 당시 양 대표는 지방세 납부유예를 요청했으나 지방세는 납부유예규정이 없다는 과세당국의 대답이 돌아왔다.

양 대표는 "잠시 연체를 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위험한 생각이라 판단했다. 사회적경제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정부나 지자체의 공공사업에 입찰을 많이 하는데 미납세금이 있으면 사실상 향후 사업에 응모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양 대표는 “세금 납부에 관한 예측가능성이 어긋나면서 순간순간 고비를 맞이했다”며 “정말 세금 한 번 잘못 맞으면 기업이 휘청할 수도 있다는 말이 실감났다”고 말했다. 그는 “세금이 많다, 적다에 대한 불평이 아니다. 어느 정도의 세금을 내야 하는지 미리 준비하고 대응할 수 있게 그 원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법 취지 살리려면 명확한 규정 마련 필요

공익적 목적으로 부동산을 취득하는 기업에 취득세를 줄여주는 제도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법 해석이 오락가락하다보니 담당하는 사람 또는 기관에 따라서 적용이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대법원 판결 중에는 임대를 직접 사용이라 해석한 사례도 있고, 직접 사용이 아니라고 해석한 사례도 있다. 종로구 관계자는 “법 규정이 애매하면 사람마다 판단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장 공무원 입장에서는 보수적으로 규정을 해석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표2. 아트브릿지와 사람과공간의 취득세 감면 쟁점 정리 / 디자인=정재훈 인턴기자
표2. 아트브릿지와 사람과공간의 취득세 감면 쟁점 정리 / 디자인=정재훈 인턴기자

경정청구나 이의신청으로 다시 감면 판정을 받을 수 있겠지만, 개별 기업이 모든 절차를 알아서 진행해야 한다. 규모가 작은 대다수 사회적경제기업의 경우, 이런 사안에 매달리다가 경영 활동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는 "시민자산화를 위해 부동산을 취득할 의지가 있지만 취득세 예측이 어려운 탓에 엄두를 못내는 사회적기업과 사회적협동조합들이 있다"며 “직접 사용에 대해 임대 등도 포함될 수 있도록 입법적으로 구체화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전했다.

유철형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행정안전부에서 유권해석을 한 후 각 지자체에 내려 보내면 훨씬 업무 처리에 도움이 될 듯하다”며 “(부동산을) 등기부상이나 정관상 목적사업에 사용한다면 이걸 직접사용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해석은 행전안전부에서 줄 수 있다. 그걸 토대로 지자체들이 처리한다면 전국적으로 통일성을 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원기관의 역할과 이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하다. 기획재정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사회적경제기업이 법과 제도로 인해 겪는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및 16개 권역별 통합지원기관에 ‘사회적경제 기업성장응답센터’라는 창구를 운영 중이지만, 아트브릿지와 사람과공간 측은 해당 센터의 존재를 몰랐다고 전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아직 센터가 설립된 지 1년 정도라, 이용자 친화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개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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