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방송된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2' 중에서 / 사진 = 백선기 에디터
지난 3일 방송된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2' 중에서 / 사진 = 백선기 에디터

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지난 한 해만도 거의 모든 채널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섭렵했다. 좁은 땅덩이에 어찌 그리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하고 편곡도 잘하고 연주도 기막히게 잘하는 숨은 고수들이 많은 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국악이라면 ‘궁상각치우’밖에 몰랐던 나에게 우리 가락의 ‘흥’과 ‘해학’의 멋을 일깨워준 것도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내가 오디션을 즐기는 진짜 배경이 있다. 노래나 춤이 주는 감흥도 무시할 수 없지만 출연자들이 들려주는 살아온 이야기들이 더 가슴에 와닿을 때가 많다.

‘너는 안돼’

‘이젠 마음 가는 것보다 돈 버는 일에 집중해야 하지 않겠니’

’아무래도 난 여기까지인 것 같아’

주변의 암묵적인 시선은 물론 스스로에게 조차도 수십 번 되뇌던 말들. 그 흔들림의 시간을 버텨내고 고수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들에겐 진한 감동이 있다. 이들은 경선이라는 냉혹한 현실에 마주하고도 ‘승리’보다는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무대’를 선택한다. 때론 그 무모한 도전이 대중의 선택을 못 받거나 심사위원들로부터 ‘아쉽다’라는 평을 받고 탈락할지라도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이질적인 음색이나 장르가 융합을 통해 완전히 색다른 무대로 감동을 줄 때면 내 안에 있던 선입견이나 편견의 벽이 조금씩 허물어져감을 느낀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요소는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지나온 경험을 비추어보거나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는 점이다. 누구에게나 뼈아픈 실패의 경험이나 후회의 순간들은 있기 마련이니까.

자작곡을 부를 때 가사에 엄마 이야기를 담는 것은 ‘반칙’이라는 어느 심사위원의 이야기처럼 보편적이고도 대중적인 감정들은 저마다의 가슴속에 묻어뒀던 누군가를 향한 미안함이나 고마움, 아쉬움의 감정에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그리곤 ‘지금이라도 잘해보자’라면서 스스로를 다독 거리게 된다.

국민가수로 등극해 3억 원의 상금과 트로피를 거머쥔 한 무명가수의 나이는 49살이다. 노래를 부를 때마다 마스터들로부터 타고난 재능이 있다는 극찬을 받은 도전자는 대학입시도 각종 오디션도, 연습생 활동마저도 줄줄이 실패하고 생계를 위해 고깃집에서 숯불을 피우던 청년이었다.

세계적인 경제지 <포브스>의 출판 발행인이었으며, 기업가이자 저널리스트, 강연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리치 칼가아드 (Karlgaard,Rich)는 그의 저서 '레이트 블루머'에서 “무언가를 이루는 데 너무 늦은 때란 없다”라고 말한다.

“요즘 태어난 아이들은 22세기까지 살 것이다. 우리는 예전보다 더 오래 살게 되고, 더 늦게 성숙하며, 더 자주 인생의 전환기를 맞게 된다. 따라서 스스로 꽃피우는 일에는 정해진 때도 기한도 없다. 무조건 정해진 성공 시간표에 순응하지 않아도 된다면 우리 모두는 분명 각자의 일정대로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꽃피울 수 있게 된다.” – 레이트 블루머(Late Bloomers: 늦게 꽃피는 사람) 중에서

임인년 새해 다시 운동화 끈을 조이고 달려보자.

“힘들지라도 다시, 시작해 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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