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업계에 ‘착한 물결’이 일고 있다. TV 방송을 통해 취약계층 고용,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기업의 제품을 앞다투어 소개하고 나섰다.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업계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이들은 경제적 가치만 중시하던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며 ‘윤리적 소비문화’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판로 개척, 홍보?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던 사회적기업은 홈쇼핑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면서 ‘상생’의 길을 모색 중이다.

SK스토아, 유명 쇼핑호스트 앞세운 ‘유난희 굿즈’ 기획해 좋은 반응

SK스토아가 방송 프로그램 ‘유난희의 굿즈’를 통해 사회적기업 ‘동구밭’의 세정제를 판매했다.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장서고 있는 SK그룹은 TV를 시청하다가 리모컨을 통해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T-커머스’ SK스토아를 통해 사회적기업의 제품을 소개한다. 유명 쇼핑호스트 유난희를 앞세운 프로그램 ‘유난희의 굿즈(GOOD:S)’를 기획해 지난 4월부터 사회적기업의 제품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첫 방송에서 소개한 제품은 사회적기업 ‘모어댄’의 백팩 ‘컨티뉴’로, 폐자동차의 가죽 시트를 재활용해 만들었다. 지난 2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김동연 경제부총리에서 해당 가방을 선물하며 ‘최태원 백팩’이라는 애칭이 붙기도 했다. 지난 4~5월 SK스토아 채널을 통해 홈쇼핑에서는 처음 판매한 결과, 2차례 방송에서 매진을 기록했다.

지난 12일 두 번째 방송에서는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일하는 사회적기업 ‘동구밭’의 비누 세트를 판매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김판수 SK스토아 커머스본부장은 “단순 상품 소개를 넘어 브랜드 생산과정 및 운영을 전달해 소비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했다”며 “소비자들이 ‘착한 소비’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SK스토아는 지난 5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행복나래와 업무협약을 맺고 △사회적경제기업의 홈쇼핑 채널 진출을 위한 단계별 성장 지원 △사회적경제기업이 참여하는 방송 제작 및 송출 △TV, 모바일을 활용한 사회적경제기업 판로 확대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GS홈쇼핑 ‘두날개 프로젝트’, CJ오쇼핑 ‘1사 1명품’, 롯데홈쇼핑 ‘드림스튜디오’ 등 운영

GS홈쇼핑은 업계에서 비교적 빠른 지난 2010년부터 사회적기업의 제품을 소개했다. 장애인재활단체, 친환경기업, 공정무역단체 등에서 생산한 상품을 수수료 없이 판매할 수 있도록 방송시간을 기부해왔다. 상품기획자(MD)를 통해 상품 개발, 패키지 구성, 포장 디자인, 품질관리 등을 조언하기도 한다.

월 1회 진행되는 도네이션 방송 ‘따뜻한 세상 만들기’를 통해 ‘아름다운가게’의 코코넛오일, ‘블루인더스’의 방역마스크 등 사회적기업의 제품을 꾸준히 판매했다. 이밖에도 ‘착한상품 먹거리 장터’ ‘착한상품 특별전’ 등 다양한 기획을 온라인몰에서 실시해 인터넷, 모바일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도 상품을 만나보게끔 한다.

GS홈쇼핑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사회적기업활성화지원센터과 손잡고 ‘두날개 프로젝트’를 기획해 지난 12일 영상·미디어 분야의 사회적기업 4팀에게 후원금 1억 400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장애인·다문화 가정 등 소외계층의 어려움을 알리고, 윤리적 소비 등 사회적경제의 가치를 전하는 영상 콘텐츠 제작을 지원할 계획이다.
 

GS홈쇼핑은 ‘두날개 프로젝트’를 통해 영상·미디어 분야의 사회적기업 4곳을 후원했다.

CJ오쇼핑 역시 2012년 중소기업 상생 프로그램 ‘1사 1명품’을 시작해 6년째 무료 방송을 지원하고 있다. 우수한 상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판로 개척이 어려운 중소?사회적기업에 수수료를 받지 않고 판매 및 마케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 5월 ‘문재인 구두’로 유명한 장애인 자활 사회적기업 ‘구두 만드는 풍경’의 수제화 ‘아지오’를 판매해 주목받았다.

롯데홈쇼핑은 2016년부터 운영해온 사회적기업 지원 프로그램인 ‘드림스튜디오’를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지난 9일 서울시,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매월 1회 사회적경제기업 판로지원을 위한 무료 방송을 진행한다. 상품 컨설팅 진행과 교육 프로그램 운영, 상품 소개 영상 제작, 홈페이지를 통한 상품 노출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홍보?마케팅도 지원한다.

과시보다는 가치, 소유보다는 경험 중시…‘가심비’ 따지는 소비자 늘어

사회적기업 ‘구두 만드는 풍경’의 수제화 ‘아지오’가 CJ오쇼핑을 통해 소개됐다.

홈쇼핑 업계가 사회적기업 소개에 발 벗고 나선 이유는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 때문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내놓은 책 ‘트렌드 코리아 2018’에 따르면, 최근 소비의 흐름은 ‘과시보다는 가치’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가심비(價心比)’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제품의 성능이 아닌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중시하는 것을 뜻한다. 단순히 필요한 물건에 돈을 지불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기업의 제품을 구입함으로써 나눔에 동참하고, 사회 취약계층의 일자리 확보 및 자립을 도우면서 심리적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최근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이 성금을 전달 같은 직접적?일회성 방식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단체를 육성하는 간접적?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사회적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두고, 이들이 사회문제를 해결하게끔 한 발짝 뒤에서 돕는다.

다양한 유통채널과 상품 판매 노하우를 가진 홈쇼핑 업체들이 나서면서 판로 개척, 홍보?마케팅이 절실한 사회적기업의 숨통도 틔고 있다. 유석영 구두 만드는 풍경 대표는 “한 달 평균 1500켤레를 생산하면 장애인 직원들의 자립에 힘이 된다”며 “홈쇼핑을 통해 제품이 소개되면서 판매도 늘고 홍보에도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글. 양승희 이로운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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