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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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90년대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활동이 부동산 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당시 경실련 학자들은 공통적으로 “부동산 문제의 해법은 보유세강화와 거래세완화”가 가장 기본적인 대책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방안은 지금까지도 그렇게 환영받는 상태는 아니다. 지난해 12월 19일 이준구 서울대학교 교수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종부세는 국민의 97.5%와는 관계없는 세금’이라고 했지만, 우리 국민들은 대개 ‘세금폭탄’, ‘나쁜 세금’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어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결국 이번에도 민주당은 종부세의 대상을 상위 2%로 정하고 양도소득세 과세도 12억원 이상의 주택으로 정하는 등 후퇴하고 말았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 가는 데 있어서 세제의 측면뿐 아니라 주택공급 방식의 변화라는 방법으로도 접근하는 것도 함께 필요하다. 왜냐하면 필요한 주택이 적절한 가격에 공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쪽방이나 고시원에서 화재가 나서 사람들이 사망하는 일이 매년 일어나고, 청년들도 독립해서 살기에 어려운 주거환경 문제를 계속 제기해왔다.

이는 오세훈 시장의 당선으로 귀결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쟁점 ‘도시재생 대신 재개발, 재건축을 통한 주택공급’과는 다른 방향의 문제다. 집값 안정을 위해 재개발과 재건축을 통해 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은 지난 경험에 비추어 봐도 긍정적이지 않았고, 논리적으로도 집값 안정 보다는 가격인상에 기여할 공산이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싹 다 밀고 새 단장’ 하는 재개발 재건축은 공공이든 민간이든 어느 주체가 집값 상승을 통한 불로소득을 내가 갖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주택공급을 하게 만드는 방식인 셈이다. 당연히 대기업과 투기이익을 바라는 주체들은 소규모로 진행되는 도시재생 방식의 도시정비를 선호할 리 없다.

그러므로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다양한 주체들이 도시재생이라는 틀안에서 사회주택 형태로 주거를 공급하는 방식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재개발을 원하는 주체들은 적대적이기조차 하다. 특히 우리로 보면 기존의 주택공급 중 임대주택이 일종의 사회주택인데,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긍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이해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사회주택은 공공임대주택과 같이 국가 또는 지방정부가 소유하고 관리하는 주택 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사회주택은 소유 및 경영과는 무관하게, 독일 정부의 공적 지원을 받으며 그 대가로 임대료 통제 및 임대계약 통제, 최저 주거기준 통제 등 다양한 통제의 의무를 받는 모든 주택을 가리킨다.

모든 조직과 개인이 사회주택의 형태로 주택공급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독일에서는 사회주택과 일반주택의 괴리가 없어져갔다. 학교에서까지 임대주택에 사는 아이들을 차별하는 은어들이 퍼져 있는 우리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 주거로 인한 차별이 없는 것에는 주택공급방식의 다양성이라는 제도도 한 몫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정부지원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데, 왜 여전히 주택공급이 문제가 될까? 겨울이면 고시원에서 살던 어르신들이나 쪽방에서 살던 청년들이 화재로 목숨을 잃는 일이 여전히 일어나고, 청년들은 주거가 없다며 스스로 협동조합을 만들어 쉐어하우스를 짓고 있다. 독일의 경우처럼 임대주택이라는 말이 곧 ‘차별’이 되지 않는 공급의 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주택협동조합들이 만들어지고 이들이 스스로 필요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금융지원제도를 만드는 것을 고민해 봐야 한다.

최근 우리도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 등처럼 초기 주택협동조합에 청년 주거를 위한 쉐어하우스를 공급하는 주체들이 생기고 있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나 대규모 사회주택 단지를 만들고 있는 사회혁신기업 더함 등 다양한 형태의 공급주체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좋은 변화다.

이런 주체들이 단순히 임대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에 목표를 두는 것이 아니라 주거문제 해결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공동체 복원까지 나아가 도시생태계 재구성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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