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달리자!?폐자전거의 부활 그리고 나눔

전북 전주 사회적 기업 ‘착한 자전거’

지난해 4월29일 그날은 부슬비가 대지를 촉촉이 적셨습니다.충북 제천시 산중에 자리 잡은 대안학교인 ‘간디학교’에 대형차량 한 대가 들어섰습니다. 트렁크 문이 열리자 아이들이 비를 무릅쓰고 달려 나왔어요.

차에서 자전거를 내리고 있는 사람이 바로 착한자전거 박석순대표다.
비를 뚫고 전주에서 제천까지 3시간30분을 달려온 사람은 사회적 기업 '착한자전거' 박석순 대표입니다. 박 대표는 어느 날 한 통의 메일을 받고 고민에 빠졌답니다.

“ 저희 학교는 산중이라 기숙사 생활을 합니다. 주말마다 읍내에 나가려면 교통수단이 필요한데 주로 히치하이킹을 합니다. 그래서 항상 위험에 노출돼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 까 친구들과 고민하다가 자전거라는 결론을 얻었어요.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주변에 자전거를 기증해 주실 분을 못 찾았어요. 그런데 우연히 인터넷에서 착한자전거를 발견하고 이렇게 무작정 메일을 보냅니다. 도와주실 수 있나요?”

충북 제천에 자리잡은 '간디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공을 차고 있다.
'자전거 10대 무상 기증+운반‘의 대장정은 그렇게 이뤄졌습니다.

“고민 끝에 우리는 그 용감한 학생들의 손을 잡아주기로 했어요. 지금의 사회를 보면 기성세대인 우리 어른들이 다음세대인 어린 친구들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 많아요. 또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 봤을 때 비로소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

박 대표를 맞이한 민석 군은 이렇게 말했어요.

"착한자전거잖아요....왠지 우리를 도와줄것 같았어요."

박 대표가 기증한 자전거는 특별한 자전거에요.일반 점포에서는 구하기 힘든 장인의 손길을 거쳐 재탄생한 환경 자전거랍니다.

전라북도 전주시 전주 공설 운동장 밖 7-8문 사이에 사회적 기업 ‘착한자전거’(http://www.goodbike.or.kr/?)가 있습니다. 이곳에 가면 다른 점포에서는 보기 힘든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바로 가게 밖 공터에 즐비하게 늘어선 고물자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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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전거들은 박 대표가 주변 아파트 단지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수거해온 폐자전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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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자전거는 이 폐자전거를 이용해 만듭니다. 그래서 일명 '환경자전거'라 불립니다.

환경자전거의 가격은 평균 7만원이다.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부활한 환경자전거
“수거된 자전거는 완전히 분해해 재사용이 안 되는 것은 과감히 폐기합니다. 이후 프레임을 세척하고 각 부품은 녹이 있으면 제거하고 필요한 건 페인트칠을 다시 합니다. 이때 케이블과 브레이크 관련 부품은 안전을 위해 새것으로 갈아 끼웁니다. 재조립이 끝나면 실제 주행 테스트를 거쳐 고객에게 선보입니다.”

재생자전거의 가격은 평균 7만 원선입니다.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삼천리자전거와 알톤스포츠의 경우 새 자전거가 15만 원이상 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되는 가격입니다.

“재생자전거라지만 외양을 깨끗이 하고 정비까지 마쳐 성능 면에서는 자신 있습니다. 특히 6개월 동안 품질보증까지 해주니 7만 원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박 대표가 이처럼 자신 있게 말하는 데는 근거가 있어요. 그는 자전거 정비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박 대표는 장애인기능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입니다. 2007년 일본에서 열린 장애인 기능올림픽에서 한국 첫 국가대표로 출전해 자전거 정비 부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자전거 기술자 양성에 힘써 그의 지도를 받은 교육생과 근로자들이 2012년부터 3년 내리 전북지역과 전국 장애인 기능경기대회의 자전거 기계조립 부문에서 금메달을 휩쓸었습니다.

박 대표는 초등학교 6학년 때 공사장에서 흘러나온 폭발물이 터지는 바람에 오른쪽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잃었습니다. 대학에서 정보공학을 전공한 후 처음에는 서울에서 펌웨어 개발자로 일했어요. 그러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자전거 타기가 자전거 정비 기술자로 직업을 바꾸는 계기가 됐습니다.

박 대표는 올림픽 출전 때 당시 전북대 오홍근 교수를 만나 사회적 기업가에 발을 들여놓게 됐습니다. 오 교수는 2011년 착한 자전거를 설립하면서 박 대표에게 함께 일하자고 청했습니다. 오 교수는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기업 형태로 자전거 사업을 시작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2007년 국제 장애인 기능 올림픽 자문위원으로 참가해 선수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자전거 수리에 세계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는 그 분들 조차 취업에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더군요. 몸이 좀 불편하다고해서 그런 기술을 사장 시킨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그 일을 계기로 좋은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실을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박 대표는 착한자전거의 기술센터장을 맡아 오 교수를 도왔고 오 교수가 건강상의 이유로 회사를 접어야했을 때 그의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최고의 기술력 때문일까요? 가게에는 생활 자전거부터 고급 MTB와 고급 로드용 자전거에 이르기까지 수 백만 원을 호가하는 자전거를 소유한 동호인들이 많이 찾습니다.


그의 가게 벽면을 빼곡히 장식한 다양한 정비도구들이 그의 기술력을 반영해줍니다. 남다른 기술력으로 2011년 문을 열 당시 4000만 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현재 약 2억 원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국내에서 자전거 이용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자전거는 전량 수입됩니다. 국내에는 생산 기반시설이 없기 때문이죠. 자전거 수입량과 판매량은 연간 220만대. 2012년 착한자전거 통계에 따르면 전북지역에만도 연간 6-7만 대가 버려진다고 하는군요. 그러나 폐자전거 회수률은 2000대로 약 3%에 그칩니다. 이 가운데 착한자전거가 연간 1000여 대의 재생자전거를 생산해 냅니다. 약 50%에 달하는 폐자전거를 재활용하는 셈이죠. 올해 1분기만도 약 300대의 재생자전거를 만들었어요.

재생자전거가 갖는 의미는 폐자전거 수거로 환경오염을 줄이고 이를 활용해 환경자전거를 만들어 수입대체 효과도 창출하고 있어요. 이 환경자전거는 또 나눔활동으로 자전거가 꼭 필요한 이웃들에게 전달됩니다.

전주 덕진경찰서에서는 ‘스쿨바이크’라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청소년의 건강한 여가문화를 조성하고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친구,가족, 전담경찰관이 함께 자전거를 타며 다양한 체험활동을 벌이는 겁니다. 착한자전거는 지난해 이 곳에 환경자전거 10대를 기증했어요. 또 해마다 다문화가정과 법무부 산하의 아동들이 생활하고 있는 자립관 등에 연간 100여 대를 기부하고 있습니다.

전주 덕진경찰서에 기증된 환경자전거들
착한자전거가 자리잡는 데는 가능성 있는 지역 기업들을 골라 돕는 동그라미재단의 ‘로컬 챌린지 프로젝트’의 지원이 컸습니다. 2014년 로컬 챌린지 프로젝트 2기로 선발돼 이 재단에서 시가로 4천만 원대인 이동수리차량을 제공받았습니다. 태양광집열판을 갖춰 자체 전기 생산이 가능한 이 차량으로 착한자전거는 고객이 원하는 곳을 어디든 찾아갑니다.

오른쪽에 보이는것이 동그라미재단의 도움으로 마련한 이동식 수리차량 내부 모습
“고장 난 자전거를 운반해 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동식 수리차량으로 아파트 단지를 돌며 자전거를 수리해줍니다. 휴일이나 가게가 문을 닫는 늦은 시각까지 운영하기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요.”

착한자전거는 하루도 빠짐없이 운영됩니다. 점포도 늦은 시각인 오후 9시까지 문을 열어 직장인들에게 인기입니다. 재생자전거에서 고급자전거까지 자전거 판매와 수리뿐 아니라 자전거 대여도 가능합니다. 밤 8시까지 평일 대여비용은 일반형 1인용 자전거의 경우?1시간에?3000원 (하루 1만 원)입니다.

착한 자전거는 이름 그대로 솔직하고 인심 좋은 점포로 동네에 소문나 있어요. 인터넷에 착한자전거를 치면 각종 카페와 블로그에 착한자전거와의 소중한 인연을 적은 글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사고가 났어요. 리어 펑크에 프론트 휠이 휘어버렸죠. 가까이 있는 착한자전거로 달려갔어요. 비용이 1만2000 원 나왔는데 수중에는 1만1000원 밖에 없었어요. 조심스레 천 원 깎아주실수 있냐고 물었죠. 웃으시면서 된다고 하시더니 자전거 다루는 요령도 가르쳐주시고 갈아야했던 림테이프도 무료로 해주셨어요. 기어세팅도 해주시구요. 샵가면 보통 1-2만 원 받는걸로 아는데... 정말 감동 먹었습니다. 공짜라고 하셨지만 음료수라도 들고 돈을 갚으러 가야겠어요.”

2014년 8월 픽시매니아라는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글입니다.


박대표는 때론 힘이 없고 나약하게 들리지만 "착함"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거란 확신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착한자전거 홈페이지:?http://www.goodbike.or.kr/

글. 백선기 이로운넷에디터

사진제공. 착한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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