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업에 2000만원 기부했더니 1억8천만원이...
내 사업에 2000만원 기부했더니 1억8천만원이...
  • 이경숙
  • 승인 2013.09.0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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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비즈니스로 창업하기]<1>사회 투자를 일으키는 사업, 소셜비즈니스란?



창업가가 자기 사업에 2000만 원을 '기부'했다. 그 돈에 자석처럼 다른 돈이 붙었다. 한 재단은 그에게 매달 150만 원의 생활비와 함께 법률, 세무 지원까지 3년간 '무상으로' 지원한다. 다른 재단은 사업개발비 8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공공기관 지원금 2500여만 원, 사회투자자금 1000여만 원 등 지원 확정 금액은 모두 합해 1억8000여만 원. 모두 창업을 준비하던 1년반 동안 확보했다.

언론과 블로그미디어들도 그의 사업을 앞다퉈 소개했다. 창립 보도자료가 나간 날, 한 라디오방송에서 진행자가 말했다. "어쩌면 이 사람들, 천사가 아닐까요?" 이 방송프로그램이 이어서 내보낸 가요는 "나 어쩌면 천사와 손 잡았나봐요" 하고 시작하는 이승환의 '세 가지 소원'이었다. 

대체 어떤 사업, 어떤 창업가이기에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이러한 지원과 응원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일까?

◇"내가 만든 4대강 광고, 믿으면 어떡하지?" 사표 내고 '광고 독립' 선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정화 인디애드 대표, 김수현 디자이너, 박혜미 인턴, 유은정 CF감독. ⓒ이경숙 기자
이 사업체의 이름은 (사)독립광고협회 '인디애드'(www.indiead.org). 지난 8월 15일, '자본에서 독립한 광고'를 모토로 107명의 광고인, 사회적 기업가, NGO활동가, 촬영감독 등 전문가들이 모여서 출범했다.

이 협회의 전신은 지난해 8월15일 설립됐던 비영리 임의단체 '인디씨에프'다. 이 단체는 인디애드의 한 사업부서로 흡수됐다. 박정화 인디애드 대표(34)는 8년 경력의 광고인이다. 홍익미대 졸업 후 한 광고제작사의 광고기획자(CM Planner)로 일했다. 그의 삶을 바꾼 건 '4대강 사업' 광고였다.

광고 의뢰가 들어온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핵심은 사실상 '운하 만들기'였다. 본질과 다른 내용으로 광고를 만들라는 회사의 주문에 그는 "내가 만든 광고를 보고 사람들이 그대로 믿으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이 생겼다. 그는 회사에 "이건 도저히 못 하겠다"고 선언했다. 6개월 후인 2011년 10월 그는 사표를 내고 인도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다녀온 후 일은 하고 싶은데 취직할 생각이 나지 않았어요. 낮잠을 자다 문득 '나 자신에게 회사를 선물하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그게 지난해 3월1일이었어요. 그 즈음 아름다운가게 홈페이지에 옷 기부하러 들어갔다가 '뷰티풀펠로우'를 선발한다는 공고를 봤죠. 그걸 보고, '아, 내가 하고 싶은 회사가 바로 사회적기업이구나' 했어요."

그는 "자본의 가치로부터 독립된 광고를 만드는 제작시스템"을 만들겠다며 무작정 아름다운가게의 '뷰티풀펠로우'에 지원신청서를 냈다. 덜컥 선정됐다. 3년간 생활비와 함께 사업개발을 위한 해외연수, 법률 자문과 멘토링 등 전 과정을 지원 받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른 사회적기업가로부터 여러 다른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 들었다.

그의 사업은 그후 1년반 동안 사회적기업을 육성하는 전문가그룹 '소셜벤처파트너스서울',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청년 등 사회적기업가 육성과정'의 지원을 받았다. 지난 3월 현대차그룹과 정몽구재단이 연 'H-온드림' 오디션에선 인큐베이팅 분야 지원대상자로 선정됐다.

덕분에 그는 모두 합해 1억8000만 원의 자본을 무상으로 쓸 기회를 얻었다. 그가 임의단체로 인디씨에프를 설립하기 위해 기부한 돈이 2000만 원이니, 그의 종잣돈이 9배의 새끼를 쳐서 돌아온 셈이다.

"전 운이 좋았어요. 로또 당첨이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면서요. 그만큼 어렵다는 지원 프로그램을 4가지나 받았으니, 저는 벼락을 4번쯤 맞은 셈이죠"

◇"돈보다 힘 되는 건 지지 기반...내가 미친 거 아니란 확신 줘"


그는 "명확한 사회적 미션을 가지고 창업하면 사회적 투자를 받아 창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디애드의 전신인 인디씨에프는 '광고 평등'을 미션으로 내걸었다. 많은 영세자영업자, 소기업들이 마케팅비가 없어 소비자한테 다가갈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무료 혹은 저렴한 비용으로 광고를 제공하겠다"는 그의 미션은 재단, 전문가 등 사회적 투자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러나 그는 "돈 자체보다는 지지 기반, 네트워크를 얻은 게 더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사회적 투자로 들어온 돈은 유연성이 없다. 지출, 보고 조건이 까다롭다. 그는 "만약 제 개인으로는 500만 원이면 될 일에 3000만 원을 써야 했던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자기 확신이 모호해지고 있었을 때에, 사회적 투자자들은 제가 하는 일이 옳다는 확신을 줬어요. 이 사업 시작했을 때 지인들은 미쳤다고 했거든요."

이런 지지 기반은 '옳은 일을 하겠다'는 당위만으로는 얻을 수 없다. 창업가가 여러 어려움을 헤치고 문제 해결에 이를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줘야 사회적 투자자들이 움직인다. 박 대표의 경우엔 광고 현장에서 쌓은 8년여의 경력과 함께 '광고 불평등을 광고 평등으로 바꿔내겠다'는 강렬한 사명감, 명확한 문제 인식, 문제에 대한 현실적 해법을 가지고 있었다.

실행력 역시 눈에 띈다. 해법 중 한 가지는 이미 실행했다. 영세자영업자, 소기업들에 무료 광고를 제공한 것. 지원 대상은 투표로 선정했다. 제작된 광고는 버스나 지하철 텔레비전의 매체 기부를 받아 무료로 내보냈다. 대신 기부영수증을 발급했다. 발상의 전환이었다. 이런 식으로 동네 작은 슈퍼마켓 '작은 공간', 소셜기부사이트 '개미팡', 우유팩을 재활용한 '코주부' 휴지, 장애인 사회적기업이 만든 '제주맘' 소시지 등 7편의 광고가 만들어졌다.

두번째 해법은 내년 3월에 아이폰 앱 형태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기획은 마쳤다. 그 자신과 협회에 참여한 광고인들의 노하우를 집약한 역작이다. 아직 수익구조는 구축 중이다. 개발사, 회계사 등 많은 전문가들이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행동은 행동을 이끌어냈다.

◇"소셜비즈니스도 비즈니스...시장 아닌 곳에 뛰어들지 말라"

↑거동이 불편하거나 지리상의 이유로 청력 검사를 받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딜라이트가 운영하고 있는 무료 청력검사 차량. ⓒ딜라이트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소셜벤처, 비영리법인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거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조직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조직에 정부는물론 여러 대기업, 자본가들이 지원하기 시작했다. 문제를 겪는 당사자들이 조직을 만들어 공동의 해법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회적 사업 즉 소셜 비즈니스(Social Business)를 한다는 것이다. 시장 혹은 정부가 해소하지 못하는 사회 문제를 비즈니스의 힘으로 풀어보려는 시도다. 뒤집어 보자면, 시장이나 정부가 해결하는 데에 실패했거나, 해결하려 나선 적이 없는 문제란 뜻이다. 당연히, 소셜비즈니스는 일반 비즈니스보다 어렵다. 그러니까 사회가 지원을 통해 창업 리스크를 줄여주는 것이다.

소셜벤처 딜라이트의 김정현 대표는 "아무리 중요한 사회 문제라고 해도 시장으로 정의되지 않은 곳으로는 뛰어들지 말라"고 말했다. 시장이 없으면 진입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2010년 고용노동부 주최 소셜벤처경연대회 대상을 받았던 딜라이트는 '보청기 시장'의 문제 해소에 뛰어들어 해법을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난청인에게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 34만 원만으로 살 수 있는 반값보청기를 개발해낸 것이다.

김 대표는 "창업가 본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 너무 큰 목표를 세우면 해법 마련에 실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럴 땐 여러가지 경연대회에 출전하거나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 지원 신청을 내보는 게 도움이 된다. 심사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 받을 수 있다. '탈락' 혹은 혹독한 심사평은 시행착오 비용을 줄이는 기회가 된다.

시장은 냉혹하다. 큰 대회에서 상을 받고 사회적 투자자들의 지원을 받았다 해도 시대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 사업은 죽는다.

대회 입상 경험이 있는 한 사회적기업가는 "사업에 가장 큰 위기는 과거에 들었던 주변의 격려에 집착해 변화의 타이밍을 놓칠 때 온다"고 말했다. 그의 사업은 창업 때만 해도 정부와 시장이 외면하던 영역이었으나, 2년여 전부터 정부와 기업의 사회공헌 영역이 직접 뛰어들면서 위기에 처했다. 그는 지난해 정부 용역을 통해 사업 노하우 일부를 이전하고 현재 다른 소셜 비즈니스를 개발하고 있다.

소셜 비즈니스도 비즈니스다. 지원과 격려만으론 살아남을 수 없다. 다음 편부터는 주식회사, 비영리단체, 협동조합 등 법인 유형별로 성공한 소셜 비즈니스 창업가들의 노하우를 소개한다.

【팁】기부금부터 출자금까지...소셜비즈니스의 자금원

국내에서 대표적인 소셜비즈니스법인인 사회적기업은 정부 인증을 받을 때 비영리법인∙단체, 조합, 상법상 회사 등 여러 형태가 허용된다. 소셜비즈니스의 자금원 역시 출자금, 기부금, 교부금 등 그 법인 형태만큼 다양하다.

주식회사형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의 자금 조달원은 일반 주식회사와 같다. 투자자들의 출자금, 금융사를 통한 융자금이 주요 자금원이다.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어내거나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할 땐 정부와 지자체의 교부금을 받기도 한다.

사단법인, 재단법인 등 비영리법인은 기부금이나 기증품을 모을 수 있다. 대신 일정 수 이상의 발기인 등 설립 요건을 충족해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으로부터 받는 출자금이 주요 자금원이다. 단, 협동조합이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선 정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 혹은 사회적 협동조합 인가를 받아야 한다.

마을기업은 지자체가 사업비 5000여만 원과 함께 공간임대보증금 대여를 지원한다. 5인 이상의 구성원이 출자하되 자치구 내 주민이 70% 이상 참여해야 한다. 사회적기업, 사회적 협동조합이 인증이나 인가를 받을 때에 그러하듯 마을기업도 사업계획의 적절성 등 심사과정을 거쳐 지원대상으로 선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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