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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logna, Santa Insolvenza. Coop, il giorno dello sconto del 23%Il Fatto Quotidiano님이 일부 권리를 보유함

[여인옥의 책읽기 삶읽기]

소설 ‘레미제라블’에는 ‘진보의 난폭함을 혁명이라 부르오.’라는 구절이 나온다. 임종을 맞은 국민의회 의원은 비앵브뉘 주교에게 “혁명이 끝나면 사람들은 인정하오. 인류는 곤욕을 치렀으나 진보했음을.”이라는 유언을 남긴다. 비앵브뉘 주교는 은식기를 훔친 장발장을 용서하고 그에게 새 인생을 선물한 인물이다.

‘협동조합, 참 좋다’를 읽었다. 김현대 한겨레신문 선임기자와 하종란 KBS PD, 차형석 시사IN 사회팀장이 협동 취재·저술한 선진 협동조합 현장취재 보고서다. 이 책을 읽으며 진보란 난폭의 동의어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또한 진보의 사려 깊음, 진보의 배려, 진보의 따뜻함이 가능함을, 이미 지난 100~200년간 협동조합을 통해 인류는 진보했음을 깨닫게 되었다.

협동조합의 발상지가 칼 마르크스가 혁명 사상을 발전시킨 영국이라는 것이 이채롭다. 세계 최초의 성공적 협동조합인 ‘로치데일 공정 선구자 조합’이 설립된 1844년은 마르크스가 그의 사상의 근간을 형성하는 ‘경제학-철학 수고’를 펴낸 해이다. 이후 런던으로 이주한 마르크스는 냉혹한 초기 자본주의에 대항해 혁명의 거대 담론을 발전시켰다. 이에 비해 로치데일 협동조합의 설립과 운영은 직물공장 노동자들이 중심이 된 자발적인 생활밀접형 운동으로, 지난 세기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 속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마르크스와 로치데일 협동조합 이후 1,2세기 동안 인류는 대공황과 세계대전, 냉전, 사회주의권 붕괴, 잇따른 세계금융위기를 거치며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모두 자유와 평등, 박애라는 인류의 이상과는 거리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대신 협동조합이 인류에게 적은 곤욕으로 많은 진보를 가져다줌을 알게 되었다. 협동조합은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해졌다. 현재 전 세계 협동조합 수는 70여만 개(국제협동조합연맹ICA 가입 협동조합 수), 소속 조합원 은 10억 명에 이른다. 협동조합은 성장과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협동조합 활동이 활발한 지역이 2008년 세계금융위기 속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국가에 속해있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동조합만은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협동조합의 성지’인 볼로냐와 세계 최대의 노동자협동조합인 몬드라곤은 각각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위치해 있다. 이들 나라들은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신용등급이 급락하고 거리는 실업자와 시위대로 넘쳐났다. 하지만 볼로냐와 몬드라곤의 협동조합들은 금융위기의 무풍지대였고 유럽 내 상위권 소득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1994년 한 특강에서 “1명의 천재가 1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천재경영론’을 내세웠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빌 게이츠 같은 천재만 나온다면 국민 전체가 다 잘살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안고 살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결과는 1% 대 99%의 양극화 심화였고, 중산층의 붕괴였으며, 부유층 대 서민층의 격차 심화였다. 1%는 결코 99%를 먹여 살리지 않았다. 이제는 99%가 스스로 먹고 살 궁리를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1명의 천재’ 없이도 나머지 9999명이 잘 먹고 잘 사는 법에 대한 책. ‘협동조합, 참 좋다’가 그래서 좋다.

?협동조합, 참 좋다 /김현대 하종란 차형석 지음/푸른지식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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