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rt style="green"] 지구 곳곳에서는 매일 이상기후에 대한 뉴스가 쏟아집니다. “대지는 지금 병들어 있다. 인간들이 대지를 너무도 잘못 대했기 때문이다…머지않아 (지구는)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한 시도로 크게 몸을 뒤흔들 것이다.” 법정스님의 저서『 오두막 편지』에 인용된 아메리카 인디언인 체로키족의 추장 ‘구르는 천둥’의 얘기가 어느 때보다도 가슴에 와닿습니다. 더 늦기 전에 무책임한 ‘낙관주의’에서 벗어나 지구와 내가 하나의 공동 운명체임을 자각해야 할 때입니다. [/alert]

"힐링이 필요해"

#가난하게 살아가는 중년 부부가 있습니다. 한창 커가는 사춘기 아이들이 있고, 자영업을 하고 있지만 소득이 변변치 못합니다. 이 부부의 유일한 낙이자 희망은 '로또' 당첨입니다. 매주 5000원씩 로또 복권을 사는 이 부부는 한 주동안 '혹시라도 로또에 당첨된다면 이걸 해야지' 하고 상상하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합니다.

#잘 나가는 직장에 다니는 40대 초반의 남자가 있습니다. 명문대 박사학위까지 받은 이 남자 역시 매주 로또복권을 삽니다. 로또 1등에 당첨되면 다니는 직장을 그만두고 건물을 사서 당구장을 차리는 것이 이 남자의 소원입니다.

#그럭저럭 중산층 대열에 끼어 사는 30대 중반의 여자가 있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별달리 부족한 것이 없어보이지만, 그녀는 늘 알 수 없는 마음 속 공허함에 시달립니다. 그녀의 유일한 낙은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입니다. 물건을 주문하면 택배로 배달될 때 '무언가 선물을 받는 기분'이라고 느낀 이 여자는 습관처럼 '주문하기' 버튼을 누릅니다.

요즘 뜨고 있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 서비스가 있습니다. 정기 구독을 의미하는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과 인터넷 기반의 전자상거래(e-Commerce)를 합성한 이 서비스는 화장품 시장을 중심으로 서서히 부각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서브스크립션서비스는 매달 일정 금액을 내면 그 금액만큼 여러가지 화장품 샘플이나 정품, 식품을 매월 배달해줍니다. (사진=이로운닷넷. 사진 속 제품은 특정 서비스와 관련이 없습니다.)
매월마다 4~7개의 화장품 샘플이나 정품을 한 개의 박스로 담아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는가 하면, 매월 월정액을 내면 그 금액만큼의 과일을 한 바구니씩 보내주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옷과 애견용품, 유기농 식품, 커피 원두를 매월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그냥 자기가 사면 될 것을 구태여 매월 뭐가 올 지도 모르는 한 박스를 받아보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심리에는 '선물'을 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큰 이유로 작용합니다. 구매후기를 보면 예쁜 포장박스에 정성껏 물건이 담겨있어 하나씩 풀어보는 재미가 좋다는 이야기가 많이 적혀 있습니다. 그 근간에는 아마도 '누군가로부터 관심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사회가 나날이 각박해진다고들 말하지만, 사람들은 그만큼 더 외로움에 시달린다는 방증입니다.

올 한해도 저물어갑니다. 돌이켜보면 올해 가장 많이 나왔던 단어가 '힐링(heeling)'이 아닌가 싶습니다. 서점에 가도 '힐링'에 관한 책들이 대부분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있고, TV에서도 '힐링'이라는 단어와 내용이 담긴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노래 제목에서도 '힐링'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환갑을 갓 넘은 엄마도 '도대체 힐링이란 단어가 뭐길래 텔레비젼에서 많이 나오느냐'고 묻습니다.

힐링은 마음을 위안하며 치유하는 것을 말합니다. 경제규모는 많이 성장했지만 양극화가 심화되어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나날이 악화되는데다, 무엇보다 지금의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희망상실'이 역설적으로 힐링열풍을 불러왔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자력으로는 지금의 어려운 처지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워 로또 복권과 같은 일종의 '마약'에 기대며 살아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 주간 로또 복권을 사면서 내가 부자가 된 것 같은 착각과 환상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점집을 찾아다니거나 사이비종교에 빠지는 것도 현실을 잊고 무언가에 도취된 채 살아가기 위해서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힐링'이 필요한 때입니다. 마음을 치유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크게 '자연'과 함께 하는 치유법과 '예술'을 통한 치유법 두 가지가 효과적입니다.

여성환경연대 'E형 여자들의 에코스쿨'에서 참가자들이 에코 요가를 배우고 있다. 사진 제공 : 여성환경연대
작가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를 보면 IMF시절 사업이 부도가 나서 모든 것을 잃고 노숙자가 된 사람이 지리산으로 건너와서 삶의 희망을 되찾는 내용이 나옵니다. 사람들은 삶에 지쳐있을 때 등산이나 여행 등을 통해 자연 속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본능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자연과 함께 있을 때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햇빛'은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입증된 바 있습니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치유효과는 무한합니다.

시 낭송, 노래부르기와 춤추기 등을 통한 예술 치료도 효과적입니다. 억압되었던 감정이 발산되는 과정에서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자신을 의식하게 되고, 감정 배출을 통해 정화됨으로써 정신적으로 안정을 가져다 준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예술치유사이자 작가인 김하리씨는 <시치유학>이란 책에서 일과처럼 매일 밤 어머니와 전화통화를 통해 외로움을 달래곤 했는데, 어느 날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자 그 슬픔을 시 낭송을 통해 극복했다고 고백합니다. 시를 낭송하면서 눈물을 흘렸는데 그 눈물만큼 우울증도 덜어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저도 요즘엔 '춤추기'를 배우고 있습니다. 예전엔 주로 독서나 글쓰기, 명상을 통해 힐링을 하곤 했지만 요즘엔 몸을 많이 움직이고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힘든 시기일수록 현실을 도피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자신만의 '힐링' 방법을 찾아나서야 할 때입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