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rt style="green"] 편집자주.?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의?이 글은?<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2.9 거둠달호에 실렸습니다. 거둠달호는 특집으로 '로그아웃요일'을 다뤘습니다.??제이크 라일리의 '아미시 프로젝트, 김현숙의 '인-아웃 그사이'?, 크리스토프 코흐의?'디지털 해독이 필요한 당신을 위한 처방전' 등 국내외 다양한 필자들이 가상공간에서 벗어나 진짜 삶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합니다. 과월호 구입 및 정기구독 문의는?<작은것이 아름답다>로 해주세요. 홈페이지??www.jaga.or.kr , 전화 02-744-9074~5 ?여러분의 참여가 작고도 아름다운 이 잡지를 지킵니다.? [/alert]

지난 3월 이후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제일 많이 듣는 질문 가운데 하나는 “왜 카카오톡 안 하세요?”이다.


한국에서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 동료 교수들, 심지어 학생들까지 내가 으레 카카오톡을 사용할 것으로 생각하고 카카오톡을 통해 나와 연결을 시도하다가 내가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나면 전화를 해서 왜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는지 따지듯 묻곤 한다.

그리고는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면 “얼마나 편한데… 문자비용도 안 들고”라며 은근히 카카오톡의 사용을 권한다. 한국 사회에서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는 나를 마치 외계인 취급하는 분위기다.

photo ⓒ from 최진봉 교수님

카카오톡과 우정 사이

내가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먼저 카카오톡은 끊임없이 나를 귀찮게 해 내 생활 리듬을 깨고 일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든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해서 어떤 성과를 얻었을 때 가질 수 있는 ‘몰입의 즐거움’을 빼앗아 간다. 끊임없이 기계를 통한 연결을 강요한다. 1분도 일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든다.

전국에서 아니 요즘은 세계에서 카카오톡을 통해 동시다발로 떠들어대는 소리에 정신이 나갈 정도다. 그렇다고 그 떠들어대는 소리에는 중요한 내용도 없다. 그야말로 수다 그 자체다. 그런데 쉬지 않고 ‘띵동띵동’ 울려대는 그 수다의 아우성에 2012년 오늘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던 종속되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마 카카오톡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누군가 카카오톡으로 ‘문자질’을 하고 있거나 누군가의 문자를 기다리고 있다면 분명 카카오톡에 종속되어 있는 게 확실하다.

photo ⓒ from 최진봉 교수님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들 대부분이 끊임없이 카카오톡으로 문자질을 하는 것을 수 없이 보아왔다. 그리고 상대방이 바로 답장을 보내지 않으면 신경을 곤두세우고 짜증을 내는 모습을 무수하게 목격해 왔다. 당신은 어떤가? 혹시 당신의 문자에 답장하지 않고 있는 친구에 대한 우정을 의심해 본 적은 없는가?

예전에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프로그램 진행자와 출연자가 어느 유명 연예인과 누가 더 친한가를 알아보는 대결을 본 적이 있다. 누가 더 그 유명 연예인과 친분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그들이 선택한 대결 방법은 동시에 그 연예인에게 문자를 보낸 뒤 먼저 문자의 답장을 받는 사람이 그 연예인과 더 친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었다.

문자의 답장 속도가 두 사람의 친분 정도를 재는 기준이 되는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21세기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인간관계가 얼마나 기계와 인터넷에 종속되어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결국 기계와 인터넷이 현대인들에게 또 다른 족쇄가 되고 있는 것이다.

상호 친분의 정도를 문자에 대한 답장속도로 결정하는 사회에서 과연 깊이 있는 인간관계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문자에 대한 답장이 늦으면 친구와 우정을 의심하는 속전속결의 기계 의존 인간관계가 난무하는 현대사회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 온기가 느껴지는 살내음 풍기는 인간관계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두 얼굴

인터넷과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기기의 출현, 모바일 기술의 발달은 분명 우리사회에 이른바 ‘ 스마트한 세상’이라고 불리는 예전에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의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환경은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사람과 접속할 수 있고 필요한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을 현대인들에게 제공한다.?뿐만 아니라 거의 실시간으로 모든 정보를 빠르게 공유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환경까지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새로운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환경은 생활의 편리함과 함께 예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사회문제까지 우리사회에 불러왔다. 앞서 예를 들었던 인터넷과 스마트폰이라는 커뮤니케이션 기계에 종속된 인간관계의 왜곡과 변질뿐만 아니라 중독 현상으로 번지고 있는 소셜미디어에 대한 지나친 의존 현상은 새로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photo ⓒ from 최진봉 교수님

업무시간에 소셜미디어의 과도 사용으로 직장인들의 업무집중도와 업무처리 능력 하락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그룹채팅은 현대인들의 일상생활 집중도 떨어트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실제로, 소셜미디어를 많이 쓰는 젊은이들 대상 설문조사에서 다수의 응답자들이 ‘사용하지 않으면 고립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나 현대인들, 특히 젊은이들이 얼마나 소셜미디어에 중독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환경은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라는 정보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계층과 경제, 교육의 제한으로 인해 정보기술을 적극 활용하지 못하는 계층 사이 ‘정보격차’라는 사회 차별의 문제를 낳고 있다. 이러한 정보격차는 정보사회로 특징지어지는 현대사회에서 경제와 사회 격차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사회 양극화를 불러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앞으로 이러한 정보격차가 가져온 사회 양극화 현상이 점차 심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커뮤니케이션 기술에 대한 사회 의존도는 점점 높아질 것이고, 디지털 기기의 소유와 활용에서 소외된 저소득층을 포함한 사회 약자들은 결국 디지털 시대에 정보 소외계층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는 소외된 계층에 대한 관심보다는 끊임없이 디지털기술의 발전에만 집중하고 있다. 우리사회가 근대 산업화 과정을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항상 차별의 그늘에서 억압당하고 소외당했던 사회 약자들이 디지털 시대에도 또 다시 소외당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인터넷 그룹인 구글의 최고경영자 에릿 슈밋은 지난 2009년 펜실베니아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컴퓨터를 꺼라, 휴대전화도 꺼라, 그리면 주위에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첫발을 떼는 손자·손녀의 손을 잡아주는 것보다 더 소중한 순간은 없다.”라고 말했다.?인터넷과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들 때문에 우리가 삶속에서 놓치고 사는 소중한 행복들이 많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말이다.

photo ⓒ from Flickr> photosteve101

최근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들이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을 차지하게 되면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과 대화가 줄어들고, 천천히 삶에 대해 생각하고 음미할 수 있는 인간만이 가진 사고의 기회가 박탈당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구사회에서는 디지털 기기 때문에 잃어버린 소중한 행복을 되찾기 위한 ‘디지털 디톡스(디지털 해독: Digital Detox)’, ‘디지털 다이어트(Digital Diet)’, ‘언플러깅(플러그 뽑기: Unplugging) 운동’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던 인터넷과 스마트폰에서 잠시 눈을 떼고 가족과 친구, 그리고 직장동료들과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손과 손으로 전해지는 사람의 온기를 느끼는 행복을 누려보기를 바란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잠시 꺼두고 사람을 마주하면 새로운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다. 로그온이 대세인 우리사회에서 로그아웃이 필요한 이유다.

글│사진 최진봉

최진봉 님은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교와 텍사스 주립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13년 동안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올해 초 한국으로 돌아와 새롭게 한국생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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