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녹색경제: ?공유할수록 시간과 이웃이 쌓입니다



한국 최초의 사무실공유, 코업스페이스 양석원 대표를 만나다!


‘코업(CO-UP) 여럿이 함께’에서 운영하는 ‘코업 스페이스’는 한국 최초의 공유사무실이다.?칸막이 없는 책상들과 의자들, 사무기기가 자리하고 한쪽에는 커피 머신, 전자레인지가 있는 작은 부엌까지 갖췄다. 이곳에서 저마다 다른 회사에 속하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사무실을 나눠 쓰며 함께 일한다. 양석원 님은 공유와 나눔을 바탕으로 ‘공유경제 모임’, 여성창업가 모임 ‘Her story’, 열린 교육인 ‘CO-UP도 대학’을 열며 공유경제의 싹을 키우고 있다. [인터뷰 정리 사진 정은영]

코업스페이스 양석원 대표
2007년 <작아>에서 ‘공유’ 특집을 다뤘어요. 사무실공유를 시작하고 반응이 어떠셨나요?
2010년 3월 시작하고 2년이 흘렀어요. 시작하고 나중에 보니 이것이 공유경제더라고요. 처음엔 사람들이 이해를 못해 설명하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그래서 초반에는 이삼일에 한 번 꼴로 웹 관련 세미나나 컨퍼런스를 많이 했죠. 사람들이 우선 공간을 봐야 하니까요. 입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찾아왔어요. 한 회사는 거의 1년 반 정도 계세요. 에이치큐라는 기업은 목포에 있는데 한 분은 여기서 일해요. 게임 개발하는 분들, 방학 때는 프로젝트 하려는 대학생들도 오고요. 또 이런 공간에 익숙한 외국인들도 사용하곤 해요. 본사가 시카고에 있는 한 외국인은 아시아 지역 담당으로 일하는데 컴퓨터 한 대로 여기서 일하다 일본이나 대만에서도 일하더라고요. 공간을 같이 쓰는 사람들과 생일 케이크도 나눠먹고, 회사를 차려 나간 뒤 먹을거리를 보내주기도 하고, 창업 준비하다가 어려워 다시 회사로 돌아간 분은 커피머신을 사무실에 기증해주기도 했어요.

저는 싸이월드에서 웹기획자로 7~8년 일하다 쉬고 싶어 실리콘벨리에서 영어공부도 하며 공유사무실 구경을 많이 했거든요. 세계에는 이런 문화가 많이 퍼지고 있어 한국에서 최초로 시작해보는 의미가 있겠다 싶었죠. 사람들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이런 공간에 사회적기업이 있으면 제가 도움을 줄 수도 있고 재미있겠다 생각하며 한국에 돌아왔어요. 가장 먼저 간 곳이 희망제작소 ‘소셜디자이너스쿨(SDS)’이었어요. 영국에는 사회적기업만 모여 있는 공유사무실이 있거든요. 저는 사회적기업을 전부터 ‘대안기업’으로 접했던 터라 인터넷 지식을 사회적 가치로 창업하려는 분들께 도움을 드리며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겠다 싶었죠. 하지만 한국에서는 창업보다는 그냥 공부만 하시는 분들이 더 많더라고요.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의 가치에 대해 이해하는 사람을 찾다보니까 혼자 만들게 되었어요. 아쉬운 부분이죠.

코업스페이스
공유경제 창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도 진행하시는데, 사회적기업과 어떻게 다른가요?
지난해 말 준비해 2월 한 달 공유경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지원을 제안하고, 아이디어가 있으면 화상 스카이프로 ‘열린 사무실’에서 상담하며 최종 10개 팀을 뽑았죠. 공유경제 창업 프로젝트팀을 찾는 것이 힘들었어요. 뽑힌 팀에는 사무실도 지원하고 멘토링도 해주며 석 달 동안 인큐베이팅을 거쳐요. 6월 중순쯤 그동안 성과를 공개 발표하는 ‘데모 데이’를 열어 잘된 팀은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도록 끌어주는 프로젝트예요. 사회적벤처 인큐베이팅기업인 소풍(SOPOONG, <작은것이 아름답다> 2010년 8월호 참조)이 종자돈을 댔죠.

지속가능한 사업을 하려면 기업가 정신이 있어야 해요.


국내에서 공유경제 시도들이 힘들었던 이유도 비영리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사업으로 접근하는 면이 부족한 탓이에요. 제가 바라보는 공유경제의 위치는 기존 기업과 사회적기업 사이에 있는 회사에요. 사업 자체, 존재 자체가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작은 거인들’인 거죠. 사람들이 차를 사고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보다 더 편하고 필요해서 자동차공유를 선택해야 해요. 가정마다 차 두 대를 갖고 있으면 나도 손해고 주차장도 문제잖아요. 그런 소비자들에게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기업도 성장할 수 있다고 봐요. 이런 혜택과 이득을 줄 수 있는 작은 기업들이 의미가 있는 거죠.

공유경제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들은 나아가 스스로 작은 창업자가 될 수도 있어요. 품앗이육아 경우 시간이 있는 주부가 ‘아는 엄마’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운영할 수 있거든요.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반경 1킬로미터 안에서 돌볼 수 있는 엄마를 쉽게 찾을 수 있고 또 아이를 맡기고 나서는 시간으로 일한 것을 계산하면 되죠. 아이 키우는 주부에게도 도움이 되고 공유경제기업은 수수료를, 품앗이육아에 참여한 주부는 여유시간에 반찬값이라도 버는 작은 창업자(마이크로 앙티푸르너)가 될 수 있어요. 이런 주부를 ‘맘푸르너’라고도 해요. 우리는 모든 직업이 상근, 반상근으로 매여 있고 시간여유가 있을 때 적절하게 일할 수 없잖아요. 나라밖에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일을 누리방에 올려 중개해주는 곳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심부름 다 해드립니다’로 잘 못 풀렸지만. 기업가가 사업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봐요.

아이티 경험이 공유경제에 쉽게 다가설 수 있었던 같은데요, 공유경제를 하려할 때 걸림돌은 없나요?
아직도 어려워요. 한국에 소개할 때는 일본말인 ‘협력적’인 말을 잘 쓰지 않아 ‘공유경제’라는 말로 바꿔 설명해요. ‘협력 소비’라는 상업 공유경제와 공동체 공유경제는 두레, 품앗이 같은 과거에 있었던 것들이죠. 요즘 정보통신 분야에서 정보, 소통, 기술이 만나 장애물이 없어졌어요. 물건이나 차, 집을 빌려줄 때, 시간을 공유할 때, 재능기부를 할 때, 스마트폰 위치정보, 어플리케이션, 인터넷 플랫폼,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 때문에 장애가 없어지면서 공유할 때 좋은 점들이 더욱 잘 드러날 수 있는 거죠. 나라밖에서는 협력소비 관련 사업가들이 어플리케이션으로 공유할 때 불편한 문제를 해결해주고 시장에서 인정받는 사례가 많아졌어요. 공유하기 더 편리하고 통장처럼 기록하는 기술이 따르면서 원래 장점만 살려낼 수 있게 된 거죠.

공유경제는 결국 문화의 문제예요.


서로 믿는 것도 중요하고요. 디지털 세대는 남 물건 쓰는 것을 더 멋지게 생각하고 빈티지 패션도 그렇고 훨씬 문화에서 걸림돌이 없어질 거라 생각해요. 경제 탓에 중고물품에 대한 기존 관념도 바뀌었어요. 구제금융 때부터 ‘아나바다운동’이 있었듯 공유경제하는 분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세계 어디라도 똑같거든요.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거래하며 일어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하는 거죠. 요즘은 페이스북이라는 강력한 소셜네트워크가 있어 편해졌어요. 만 원짜리 책 한 권을 안 돌려주려고 기존 300명 네트워크를 허물려고 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공유경제 사업을 하려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보완도 점점 생기고 있고요. 자동차 공유도 차가 어디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뒷받침되어 장애물을 하나둘 넘어설 것이라 봐요.

기관이나 단체에서 시도했던 자동차공유가 잘 안 되었던 이유를 저는 이렇게 봐요. 사업의 관점으로 볼 때는 규모와 밀도가 있어야 되거든요. 미국 자동차공유 기업인 ‘짚카’도 샌프란시스코나 뉴욕 같은 대도시 중심으로 먼저 시작됐어요. 차를 가지고 있는 것 자체로 골머리를 앓는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었어요. 짚카를 위한 주차공간을 마련하고 대학교와 연계해 대학생들도 차를 사지 않고 공유하다가 취업을 한 뒤 대도시에서 자동차공유를 할 수 있도록 한 거죠.

공유경제는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는 ‘이웃’이라는 누리방에서 지역사람들이 필요한 모든 장비 도구를 빌려주는 곳이 있어요. 사다리, 잔디 깎는 기계… 물건을 빌려 쓸 수 있는 혜택도 있지만 지역사람들이 인사를 하게 되는 거죠. 이사를 온 사람들이 이웃과 말을 트게 하게끔 하는 기제가 된다는 거예요. 공유경제 사업의 가치가 거기에 있어요. 물건만 오가는 것이 아니고 사람을 만나게 하고 물적, 인적 자원이든 사회적자본이든 지역 안에서 문제들을 해결하며 돌아간다고 생각해요. 물리적으로 건물을 세우고 물적, 화폐자본이 들어갔던 과거와는 다른 거죠. 그동안 우리가 물건을 만들고 사느라 보냈던 시간을 기존 물건을 어떻게 잘 활용하고 공유하는 데 더 두다보면, 남는 시간도 자원도 있다고 봐요. 그것을 자기가 정말 쓰고 싶은 곳에 쓰게 되면 그렇게 선순환하지 않을까요.


이것이 ‘본 디지털’ 세대와 잘 맞아 떨어진다면 공유경제가 확산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릴 거라 보지 않아요. 요즘 젊은 세대들이 여행 다니는 방법 가운데 ‘카우치서핑’이 있어요. 여행자에게 자기 집 소파를 내주는 것이거든요. 언어교환도 되고요. 십 몇 년 전 대학생들이 비영리로 시작해 지금은 투자를 받아서 사업이 되었어요. 또 하나 고무적인 것은 샌프란시스코 시장이 도시 전체를 ‘공유도시’로 만들겠다 천명했고 준비하고 있어요. 서울시도 사회적경제 부분에서 마을 경제, 마을 기업 공동체 사업도 그런 연장선에 있다고 봐요. 협동조합도 그렇고요.

안타까운 것은 우리사회가 사회적진흥법으로 지원하며 사회적기업이 많이 생겼지만 기업의 논리는 다르거든요. 소비자는 주머니에서 돈 빠지는 것에 예민한 경제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기업이나 사업의 탈을 쓰고 할 일은 아니라고 봐요. 복지나 비영리 영역에 있어야 하는데 엉뚱하게 자본주의 영역에 있으니 안 맞는 거죠. 연말 협동조합법이 발효되면 원래 협동조합으로 출발했어야 할 기관들이 이제야 맞는 옷이라며 옮겨가리라 보고 있어요.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 방법을 들여다보면 사회적 문제해결에 대한 도전보다도 고용창출이라는 숫자가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일자리 창출은 자연스럽게 되는 거지, 일자리 창출형으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사회적’이란 것에 대한 정의가 사회적으로 고용창출하고 장애인 고용하는 일은 솔직히 기업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복지 영역으로 두고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바라는 것들이 있다면?
공유경제를 시도하려는 사람들이 미디어에 많이 소개되었으면 좋겠어요. 민간에서도 그런 사례를 알고 시작하고 공무원들도 그런 정보를 접해서 지원할 수 있고요. 3년차가 되는 해에는 또 다른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러 기관들이 포근한 공간에서 협동조합 형태로 공간을 공동운영할 수 있는 건물로 옮겨 보고 싶어요. 1층 카페, 2층 사무실, 3층 게스트하우스 두고 외국손님들에게 한국의 역동적인 사회적기업을 그 장소에서 보여주면 좋잖아요. 큰 빌딩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원을 한꺼번에 출원해 공간을 공동 운영하는 거죠. 적정 인원이 되면 공동부엌도 만들어 지역의 음식 솜씨 좋은 분이 조미료 넣지 않은 밥을 해 놓으시면 일하는 사람들이 같이 먹고 음식도 같이 하기도 하는 그런 비즈니스를 꿈꿔요. 저는 공유경제의 커뮤니티가 복사되는 것을 원하는 것이지, 제 비즈니즈 1호점, 2호점이 아녜요. 코업 정신을 가진 곳들이 전국에 퍼지면 좋겠어요. 그렇게 엮어져 코업 회원이 지방이나 동남아시아, 미국… 어디서든지 공간을 공유할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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