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플립4'와 '갤럭시 Z 폴드4'를 소개하고 있는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 / 사진 =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플립4'와 '갤럭시 Z 폴드4'를 소개하고 있는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 / 사진 = 삼성전자

이로운넷 = 이화종 기자

애플 제품을 두고 '혁신이 없었다'다고 하는 말처럼 의미 없는 말도 없지만 이제는 혁신이 없는 기업은 다 도태되는 시기가 됐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Z플립이 출시된지 얼마 안된 2022년 7월 삼성전자 공식 트위터는 'Let us know it when it folds(그게 접히면 우리에게 알려줘)'라는 도발적인 트윗을 날렸다.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트러쉬톡을 시전한 모양새가 됐는데 당시 애플과 미국 언론들은 쓸데없이 왜 접냐는 조롱으로 응수 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접히는 것은 유용하다. 갤럭시Z폴드 시리즈는 펼쳐졌을 때는 화면이 두배로 늘어나니 게임할 맛도 더 나고 터치패드의 오타도 줄어드는데다 무엇보다 노안이 온 고객들에게 반가운 일이었다.

갤럭시 Z플립의 경우 접혔을 때는 휴대의 용이성 뿐 아니라 마치 명품 화장품의 컴팩트 케이스처럼 예쁜 모양으로 접히기 때문에 여성 고객들의 반응이 좋았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의 실적저하로 고전했지만 폴더블폰을 앞세운 모바일 부문과 가전의 선전으로 삼성전자를 견인했다.

지난해 말부터 애플도 폴더블 아이폰을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들리며 떨어지면 자동으로 접혀 화면을 보호하는 기술까지 선보일 것이라는 루머도 돌았지만 애플은 아직 못 접고 있다.

◆ 3번 접겠다는 3인자 화웨이···이미 특허 출원한  삼성전자

이런 가운데 중국의 화웨이가 롤러블(둥글게 말리는) 스마트폰을 선보인데 이어 Z자 형태로 3단으로 접히는 스마트폰을 올해 중에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14일 한국경제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Z 형태로 두 번 접히는 '트리폴드 스마트폰' 양산 준비에 들어갔다.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은 세계 최초의 트리폴드폰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8월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적용한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를 출시하고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36.2%의 성장률을 보이며 중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을 13.9%로 확장한데 이어 올해 초에는 애플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15억 명의 소비시장이던 중국이 기술을 축적하면서 애플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중국 당국의 중국산 애용을 종용한 선전 사업이 중국인들에게 작용한 것도 화웨이 점유율 확대의 큰 요인이다.

다만 화웨이는 독자적인 모바일AP(Mobile Application Processor)가 없다는 약점이 있다.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처럼 자국기업들을 위해 중·미 갈등을 다시 고조시키고 퀄컴 등 미국기업들에게 수출규제를 강요할 수도 있다.

독자 모바일AP를 확보한 갤럭시나 아이폰 제품군이 미국을 등에 업고 중국 시장을 다시 요리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출원한 '응용 프로그램의 실행 화면을 제공하는 전자 장치 및 작동 방법'의 일부 / 자료 = USPTO
삼성전자가 출원한 '응용 프로그램의 실행 화면을 제공하는 전자 장치 및 작동 방법'의 일부 / 자료 = USPTO

게다가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지난 2월 미국특허청(USPTO)을 통해 공개된 삼성전자 '응용 프로그램의 실행 화면을 제공하는 전자 장치 및 작동 방법'이라는 제목의 특허에는 다양한 방식의 폴딩 디바이스가 등장한다.

갤럭시가  화웨이 보다 더 빨리 완성도 높은 트리플 폴드 제품을 선보일 가능성이 더 크다.  게다가 화웨이가 트리플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더래도 내수용 상품으로 머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10인치에 달하는 화면이 펼쳐지는 트리플 폴더블 스마트폰의 등장은 테블릿PC 시장을 위협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테블릿PC는 스마트 폰에 비해 저가로 책정되고 큰 화면을 가진 장점이 있었지만 폴더블 폰을 이용하는 고객은 더 이상 가방을 주섬주섬 뒤져 테블릿을 꺼낼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 폴더블 스마트폰도 한 때···XR플랫폼의 도래 

그런데 삼성도 애플도 두 번 접냐 세 번 접냐의 고민에 너무 빠지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XR플랫폼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해 6월 비전프로(Apple Vision Pro)를 내놓고 사용자의 눈, 손, 음성을 통해 제어되는 3D인터페이스를 선보였다.

팀 쿡 애플 CEO는 "오늘은 컴퓨팅 방식에 있어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다"라며 "Mac이 개인 컴퓨터를 그리고 iPhone이 모바일 컴퓨팅의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Apple Vision Pro는 우리에게 공간 컴퓨팅을 선보이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십년 간의 Apple 혁신에 기반을 둔 Vision Pro는 수년간 앞선 완전히 새로운 혁명적인 입력 시스템과 수천개 이상의 획기적인 기술 혁신을 선보이며 이는 예전에 보아왔던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라며 "Vision Pro는 사용자들에겐 엄청난 경험, 개발자들에겐 신나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선두주자였지만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애플에게 잠식 당하고 있던 메타는 LG전자와 손을 잡았다.

지난달 28일 마크 저커버그 메타CEO가 ㈜LG의 권봉석COO, LG전자의 조주완 CEO와 박형세 HE사업본부장을 만나 LG와 XR사업 협력을 요청했다고 전해진다.

이코노믹 리뷰는 5일 단독보도를 통해 LG전자의 XR헤드셋에 '메타퀘스트 OS'를 탑재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추진 중인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현재 메타는 퀘스트3까지 직접 XR 헤드셋을 만든 경험이 있다. 그런 만큼 기술을 포함해 소비자가 뭘 원하는지에 대한 데이터까지 메타로부터 공유받을 예정이다"라며 이어 "(LG전자는) 현재 상태에선 메타 퀘스트의 OS를 사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메타는 이미 구글의 안드로이드XR에 합류하라는 제안을 거절했다. 

앤드류 보스워스 메타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수년 동안 VR에 집중하고 있는 메타를 지원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던 구글이 파트너들에게 안드로이드XR을 소개하면서 메타가 생태계를 분열시키고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생태계를 분열시키는 것은 구글"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구글이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구글-삼성, 메타-LG와 애플이 XR시장을 두고 3파전을 벌일 것이라는 추측이다.

여러 기업들이 XR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경량화와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면 XR이 스마트폰 시장을 위협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XR은 고성능의 스마트폰과 VR이 결합된 것이라고 보면 되는데 VR의 경량화는 이미 상당히 진척됐다. 지금은 500g 정도의 묵직한 제품들이 나오지만 조만간 영화 엔드게임에 등장했던 아이언맨의 선그라스 수준의 XR제품들이 나올 것이라 예상된다.

기존의 VR제품(좌)와 서울대학교 전기·정보학부 이병호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제작한  프로토타입VR / 사진 =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기존의 VR제품(좌)와 서울대학교 전기·정보학부 이병호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제작한  프로토타입VR / 사진 =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일례로 서울대학교의 지난 2021년 3월 연구성과를 살펴보면 렌즈 배열을 이용해 기존 VR에 비해 6분의 1 수준으로 부피를 감소시켰다.

서울대학교 전기·정보학부 이병호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기존의 VR에 2차원 렌즈배열을 삽입해 렌즈의 실질적 초점거리를 대폭 줄이는 방법을 찾아냈고 선그라스 수준의 부피를 가진 프로토 타입까지 제작했다. 2차원렌즈배열은 작은 렌즈들을 병렬로 배열된 광학소자다.

연구 논문의 제1저자인 방기승 연구원은 "이번에 고안된 안경형 VR 디스플레이는 지난 10년간 해결되지 못했던 불편한 착용감 및 제한된 사용 환경 등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해상도 등 성능을 더 발전시켜 실제 안경처럼 일상생활 내내 착용할 수 있는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하드웨어를 구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병호 교수는 "이는 VR 기기의 새로운 장을 열 혁신기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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