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모바일 AP 엑시노스2400 / 사진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엑시노스2400 / 사진 = 삼성전자 제공

이로운넷 = 이화종 기자

이코노미스트가 26일 "삼성전자가 '온 디바이스 인공지능'(On-Device AI) 개념을 현실에 구현해 냈다. 이는 오픈AI(Open AI)가 주도한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확산만큼의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본다”라고 한 IT업체의 임원을 인용해 갤럭시 S24시리즈를 평가했다.

매체는 IT업체 한 고위 임원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세계 첫 인공지능(AI)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 출시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변화를 주도할 기회를 잡았다는 견해를 전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 중인 'MCW 2024'에서 공식 출범한 AI-RAN얼라이언스는 삼성전자, 엔비디아(nVidia), 암(ARM), 소프트뱅크, 노키아, 에릭슨, 마이크로소프트, 미국의 노스이스턴 대학 등 통신기업, 소프트웨어기업과 대학이 창립멤버로 구성됐다.

삼성전자는 이번 얼라이언스 참여로 AI를 무선통신 기술에 적용해 서비스 혁신을 선도하고 통신망 효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6G 연구 및 생태계 확장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AI-RAN 얼라이언스는 3개의 워킹그룹으로 구성된다. 

▲AI for RAN 워킹그룹을 구성해 주파수, 비용, 에너지효율 제고를 위해 AI 및 러닝머신을 활용한 무선통신 최적화 기술을 연구하고 ▲AI and RAN 워킹그룹은 효율적인 자원관리와 인프라 극대화를 위한 무선망 융합기술 ▲AI on RAN 워킹그룹은 무선망에서의 신규 AI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 발굴에 집중해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찰리 장 삼성리서치 6G연구팀장(상무)은 "AI와 6G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사람들이 기술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2019년 5월 삼성리서치 산하에 차세대 통신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차세대 통신 선행기술을 연구 중이다. 2020년 7월에는 6G백서, 2022년 5월에는 주파수 백서를 발간했다.

◆ 갑자기 똑똑해진 엑시노스 2400···RDNA3와 삼성전자의 만남

AI는 병렬연산 장치들이 반복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성장하는데 이 역할은 CPU보다 GPU가 더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NVIDA는 지난해 12월 ‘AI시대에서 GPU가 필수적인 이유’ 리포트를 통해 애초부터 병렬처리방식으로 설계된 GPU는 슈퍼컴퓨팅 수준으로 시스템이 확장될 수 있으며 CPU보다 더 빠르고 더 높은 에너지 효율로 기술적 계산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스텐퍼드의 인간중심 AI그룹(Human-Centered AI Group)는 2003년 이후 GPU성능은 (기존보다)약 7000배 증가한데 비해 가격 대비 성능은 5600배 개선됐다"라고 보고했다.

이 기간은 블록체인 마이닝을 위해 GPU가 활용된 시기와 겹친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자산 채굴로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면서 대표적 GPU개발사인 NVIDIA와 AMD가 앞다투어 고성능의 그래픽 카드들을 선보이던 시기이기도 하다.

AI개발이 과거에는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이유로 회의적이었지만 가상자산 열풍이 기술 혁신을 주도하며 고효율 저비용의 하드웨어들을 탄생시킨 것이다.

블록체인 마이닝에서 특히 두각을 드러낸 기업은 AMD다. 이전에는 가성비 외에는 딱히 NVIDIA에 비해 장점이 없었지만, 오직 연산만을 위한 컴퓨팅 모드의 재발견이 이뤄지면서 470시리즈가 마이닝 업자들의 대량 구매가 이뤄졌다. 이후 발표된 제품군들 역시 NVIDA 제품에 비해 높은 가성비를 보이면서 AMD의 주가와 실적이 말 그대로 '떡상'을 하게 된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2400에는 AMD사의 RDNA3 아키텍쳐를 기반한 엑스클립스 940GPU가 탑재돼 있어 높은 성능의 그래픽 지원을 한다.

이 RDNA 아키텍쳐는 AMD57xx시리즈부터 체택됐으며 이때부터 놀라운 전성비(소모 전력대비 성능)를 보여주며 병렬연산 능력을 뽐냈다. 현재의 RDNA3는 RDNA2에비해 50%더 높은 전성비를 가지고 있다. 

RDNA 아키텍쳐 발표 당시 AMD는 기존의 GCN(Vega 및 Polaris)와 RDNA와의 차이점을 설명하면서 "GCN은 강력한 컴퓨트 엔진과 하드웨어 통합 메모리 등의 장점에도 게임에서는 NVIDIA사의 부품(Cuda)에 비해 효율적이지 못했다"라면서 "RDNA 아키텍쳐는 더 낮은 지연시간 및 더 나은 효율성을 위해 GCN의 기본 구성요소를 재구성한다. 훨씬 적은 하드웨어로 훨씬 많은 작업을 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IT관련 커뮤니티에서 엑시노스 2400이 갑자기 개선된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 커뮤니티의 겔럭시S24 관련 게시물에는 "60억명이 사는 행성에 CPU제조사가 2개뿐인 것이 불만이었다"라면서 "이제 3개로 늘어날 희망이 보인다"라는 반응까지 나왔다.

또한 자사 OS가 아닌 구글의 OS에 모바일AP를 최적화 시키는 과정은 상당히 고단한 과정을 거쳤어야만 했을 것이기에 삼성전자 개발진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Vulcan API 레이트레이싱이 적용된 갤럭시 S23 / 사진 = 삼성전자 제공
Vulcan API 레이트레이싱이 적용된 갤럭시 S23 / 사진 = 삼성전자 제공

◆ 스냅드래곤8 3gen과 엑시노스2400의 격차 더 좁아지나···가격경쟁력과 Vulcan API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와 S24플러스는 엑시노스2400을 탑재하고 울트라는 스냅드래곤8 Gen3가 탑재됐는데 엑시노스2400의 가성비와 전성비를 고려하면 스냅드래곤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비교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두 회사의 제품 모두 최적화 과정을 거치면서 긱벤치마킹 성적이 상승하고 있는데 그 격차는 점점 좁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역시 '화려한 귀환 엑시노스'라면서 엑시노스 2400과 스냅드래곤의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 두 제품의 성능차가 10%이하로 좁혀졌다고 평가했다.

하드웨어 커뮤니티 퀘이사존에서도 해외 언론을 인용해 "엑시노스2400이 탑재된 갤럭시S24+ 벤치마크 항목은 스냅드래곤8 3gen 테스트와 일치하는 성능 수치를 보인다"라면서 "최적화라는 먼길을 가고 있으며 삼성은 많을 일을 해낸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출시 이전에 유출된 엑시노스 2400의 벤치마킹 점수(싱글코어 2067점, 멀티코어6520점)에 비해 최적화 과정을 거친 최근의 벤치마킹 점수(싱글코어 2193점, 멀티코어 6895점)가 더 높게 나오고 있다. 

스냅드래곤이 탑재된 S24 울트라는 싱글코어 2297점, 멀티코어 7104점으로 다소 앞서고 있지만 엑시노스2400의 경우 두 개의 추가 저에너지 코어를 제공해 에너지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출시 이후 고객과의 피드백을 통해 최적화가 더 진전된다면 성능 격차가 더 좁아 질 가능성도 있다고 해석된다.

머니투데이도 엑시노스2400이 전작에 비해 대폭 개선됐다면서 "전작보다 AI 성능을 14.7배 향상시켰다"라면서 "인터넷 연결 없이도 생성형 AI기능이 수행되며 사진과 동영상 촬영도 개선할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갤럭시 제품군은 2016년부터 Vulcan이라는 차세대 그래픽스 API를 적용했다. Vulcan의 역할은 그래픽 랜더링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레이트레이싱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S23의 GPU개발 업무를 총괄한 김정우 프로는 "레이트레이싱은 광원에서 출발한 빛이 사물에 반사, 굴절, 회절되어 눈의 시신경으로 돌아오는 복잡한 광확 시뮬레이션을 역추적하는 방식"이라며 "실제 빛처리와 매우 유사하다"라고 설명했다.

Vulcan API는 개발 초기부터 모바일, PC, VR 등의 분야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됐으며 하드웨어 직접 접근 3D 그래픽스 API인 만큼 CPU에 가해지는 부담을 덜어 준다.

Vulcan API는 다른 API에 비해 성능이 뛰어나지만 상당한 그래픽 지식과 많은 코드 작성이 필요하다는 난제를 가지고 있다. 엑시노스 2400의 최적화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성능향상이 눈에 띄게 나타나는 원인 중 하나일 것으로 추측되는 부분이다.

엑시노스 2400의 또 다른 장점은 가격경쟁력이다. 미국 IT매체 Wccf테크에 따르면 스냅드래곤8 3gen의 가격은 160달러로 알려져 있다.

반면 엑시노스2400의 가격은 훨씬 저렴한 100달러선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것은 경쟁작인 스냅드래곤8 3gen은 물론 전작인 엑시노스2200(약 120달러)보다도 낮은 가격이다.

성능 격차는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어졌으면서 가격경쟁력을 어마어마하게 확보했다는 점에서 엑시노스 2400의 '권토중래'는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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