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충돌하면서 여권 내부에서는 하루빨리 수습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실과 여당 모두 총선을 78일 남긴 상황에서 갈등 국면이 이어질 경우 여권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 내부에서는 '윤-한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김경률 비대위원이 사퇴하는 것을 갈등의 중재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김 비대위원은 명품백을 수수한 김건희 여사를 마이 앙투아네트로 비유하며 사과를 압박한데 이어 명품백 수수를 '함정 취재이자 불법촬영'이라고 주장하는 TK(대구-경북)의원들에게 "TK정서일 뿐"이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23일 여당 내부에서는 비주류 의원들뿐만 아니라 친윤계에서도 한 위원장의 사퇴보다는 갈등을 봉합하는 수순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전용철의 전격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한 갈등'을 "소통 과정에서 빚어진 오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오해는 금방 풀리고, 국민과 당원들을 생각하면 아주 긍정적으로 잘 수습되고, 봉합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한 위원장 사퇴시 대안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너무 나간 얘기"라며 "마치 사퇴가 전제된 것처럼 말을 하는데 그 단계까지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지 이틀 만에 양측이 모두 한발 물러선 것은 갈등 국면이 장기화 될 경우 총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친윤계 일각에서는 전날까지만 해도 한 위원장의 거취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 소집 요구 얘기까지 나왔지만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앞서 의원들이 참여한 단체 대화방에 '윤 대통령의 한 위원장 지지 철회' 기사를 공유했던 이용 의원은 당초 이날 당내 현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지만 갈등이 봉합 수순에 접어들자 취소했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외부 일정을 통해 조우하는 자리가 마련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각을 잡고 만나기보다 자연스럽게 악수를 나누고 웃으며 인사하는 장면을 통해 국민에 '봉합'을 보여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거듭 밝히지만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게 아니다. 사천(私薦)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게 파문이 확산했다"며 "더는 논란될 이슈가 없으니 당연히 봉합 국면으로 가는 게 맞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회동 시점은 빠를수록 좋다는 게 여권과 대통령실의 중론이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제6차 민생토론회가 진행되기 전 두 사람이 만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감기 기운을 이유로 매번 참석해 왔던 '민생토론회'에 불참했다. 통상 비밀로 분류되는 대통령의 건강까지 이례적으로 공개했지만 한 위원장과의 갈등 때문이라는 관측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이 늘 강조하던 민생 정책을 위해서라도 이번 충돌을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표출되는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제5차 민생토론회에 윤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불참하며 정책에 힘이 많이 빠진 게 사실"이라며 "한 위원장과의 충돌 국면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 윤 대통령이 다음 민생토론회에 등장한다면 여론은 정책이 아닌 정쟁에 집중할 수밖에 없지 않나. 공무원들도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