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바리스타 대회의 화두는 “누가 게이샤 커피를 쓸 것인가”가 아닌 “누가 게이샤 커피를 쓰지 않고도 이길 것인가”가 되어가고 있다. 게이샤 커피의 압도적인 향과 지나치게 높은 가격은 커피 시장의 균형있는 발전 혹은 대중적인 발전을 저해할 여지가 충분하다. 초고가 커피의 독특한 맛에 지나치게 호소하지 않으면서, 카페 특유의 시그니처 메뉴 및 공간 구성을 밸런스 있게 신경을 써야 할 때인 것이다. 이 점에서 울산 무거동 싱귤러커피는 게이샤 커피 특유의 향을 잘 살리면서도 꽃과 에르메스 식기, 한옥 건축이 어우러진 이색적인 공간이다. 초고가 커피의 럭셔리한 스타일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동서양의 모던한 맛을 잘 녹여낸 훌륭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오늘날 바리스타 대회의 화두는 “누가 게이샤 커피를 쓸 것인가”가 아닌 “누가 게이샤 커피를 쓰지 않고도 이길 것인가”가 되어가고 있다. 게이샤 커피의 압도적인 향과 지나치게 높은 가격은 커피 시장의 균형있는 발전 혹은 대중적인 발전을 저해할 여지가 충분하다. 초고가 커피의 독특한 맛에 지나치게 호소하지 않으면서, 카페 특유의 시그니처 메뉴 및 공간 구성을 밸런스 있게 신경을 써야 할 때인 것이다. 이 점에서 울산 무거동 싱귤러커피는 게이샤 커피 특유의 향을 잘 살리면서도 꽃과 에르메스 식기, 한옥 건축이 어우러진 이색적인 공간이다. 초고가 커피의 럭셔리한 스타일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동서양의 모던한 맛을 잘 녹여낸 훌륭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커피 한잔에 10만원이라니? 
세계 최고의 커피는 과연 무엇일까? 미식의 기준은 개인과 문화에 따라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최고의 커피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단순하게 숫자 상으로 그러니까 소매 가격을 놓고 모든 커피 종류들을 일률적으로 비교해본다면 어떨까? 억만장자들이 모여 사는 미식의 도시 샌프란시스코는 이 질문에 비교적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듯하다. 2019년 기준 한잔에 75달러,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약 10만원에 팔린 게이샤(Geisha) 커피가 그것이다. 특별한 맛과 향을 위해서라면 정말이지 돈을 아끼지 않는 샌프란시스코이지만, 한 잔에 10만원이라는 이 놀라운 커피 가격은 당시 지역 사회뿐 아니라 미국 전체에 적지 않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귀하신 몸’ 게이샤 커피 
2019년 게이샤 커피를 샌프란시스코에 소개한 클래치 커피(Klatch Coffee Inc.)는 본래 로스앤젤레스 일대를 거점으로 하는 커피 전문점이다. 그렇지만 NBC Bay Area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샌프란시스코 지역 소비자들의 ‘미각(palate)’과 ‘소득(income)’을 고려하여 이 특별한 커피를 샌프란시스코에 소개하게 되었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라면 가격에 구애 받지 않고 이 커피의 진가를 제대로 평가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9년 당시 클래치 커피는 미주 지역에서 유일한 게이샤 커피 판매처로서, 이들의 게이샤 커피 판매 수량도 총 80잔에 불과했다. 이 정도로 희귀한 커피라면 높은 가격을 흠잡을 것이 아니라,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도 아니고 굳이 샌프란시스코로 가져와 준 정성에 되려 감사해야 할 것이다.

에티오피아 고리 게샤숲 유래 
당시 클래치 커피가 판매한 커피는 ‘엘리다 내츄럴 게이샤 803(Elida Natural Geisha 803)’으로, 여기서 게이샤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유래하여 중앙아메리카 파나마에서 재배된 특별한 커피 품종을 일컫는 말이다. 자칫 일본의 게이샤를 연상할 수 있겠지만 일본 예능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이 품종이 유래한 에티오피아 고리 게샤(Gori Gesha) 숲의 지명을 딴 것이다. 심지어 이 이국적이면서 대단히 고가인 커피가 자칫 아시아 여성에 대한 성적 판타지와 상업적으로 연관될 수 있기 때문에 게샤로 고쳐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에티오피아 지역에서는 이 커피를 일컬을 때 로컬 발음에 따라 게샤라는 이름을 선호하며, 중남미 지역 커피 농장과 북미 지역 소비자들은 영어 표기 전통을 따라 게이샤로 그대로 부르거나 혹은 ‘파나마 게(이)샤’라는 이름을 주로 사용한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표기 및 발음은 민족과 언어가 매우 다양한 에티오피아의 로컬 지명이 에티오피아 공식 철자 표기 혹은 로마자 표기를 거쳐, 전세계 커피 농장 및 최종 소비지의 다소 임의적인 발음표현으로 굳어지며 생긴 현상이다. 실제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커피 명소 시다모(Sidamo)는 에티오피아 현지에서는 ‘시다마(Sidama)’로 불리며, 그 유명한 에티오피아 예가체프(=이르가체페, Yirgacheffe 혹은 Irgachefe) 커피는 현지에서 ‘이르가 짜페(Yirga Chefe)’ 혹은 줄여서 '짜페’로 불린다고 한다.

다사다난 역사 간직한 게이샤  
게이샤 커피는 그 복잡한 명칭만큼이나 다사다난한 역사적 풍파를 겪어온 품종이다. 원래 이 커피는 1930년대 영국이 에티오피아 게샤 지역에서 여러 커피 품종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채집되었다. 이후 이 커피는 아프리카 케냐와 탄자니아를 거쳐 1950년대 중부 아메리카의 코스타리카에 전해진다. 당시 커피 나무의 전염병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었던 중부 아메리카에서는 병충해에 다소 강한 이 품종을 나누어 심었으나, 수확량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다만 파나마 지역의 일부 농장에서 소규모로 근근이 재배되면서 게이샤 커피는 이후 수십 년간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특히 파나마는 대서양과 태평양 사이에 위치한 좁고 험준한 지형 탓에 좌우 대양으로부터 습기와 비가 일정하게 몰려오고, 고산지대의 깊은 계곡이 많아 이 예민한 커피 나무를 품어주는 안정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었다.

세계를 놀라게 한 경매가격  
2004년은 게이샤 커피뿐 아니라 스페셜티 커피 역사 전체에서도 전설로 남은 해이다. 이 해 파나마 게이샤 커피는 베스트 오브 파나마(Best of Panama) 옥션에 처음으로 참가하였으며, 모든 바이어들은 이 커피의 듣도 보도 못한 향과 맛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베스트 오브 파나마 종전 최고 가격은 파운드당 4.8달러였는데 게이샤 커피의 경매가는 순식간에 15달러를 넘겨 관계자들이 시스템이 해킹당한 것은 아닌지 의심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최종 경매 낙찰 가격은 파운드당 무려 21달러라는 기록적인 수준으로서, 이후 게이샤 커피는 전세계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 일대 돌풍을 일으키며 ‘신의 커피’라는 표현까지 얻게 된다. 그러나 이 역사적인 경매가는 파나마 게이샤 커피가 일으킨 돌풍의 시작점에 불과했다. 2023년 올해 파나마 게이샤 커피의 경매가는 데뷔 시점 대비 무려 220배에 달하는 파운드당 4,588달러, 즉 1킬로그램당 약 1341만원에 달한다. 물론 이는 로스팅되지 않은 현지 생두 가격이며, 그 자체만으로도 원두 한 톨당 가격이 1달러를 훌쩍 뛰어넘는다. 2023년 올해 미국 커피 전문점에서 판매 중인 파나마산 블랙 재규어 게이샤(Black Jaguar Geisha)의 경우 8온스(237㎖=스타벅스 숏 사이즈)에 소매가 150달러, 즉 약 2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 정도면 커피가 아니라 금을 갈아 마시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독특한 향과 맛의 ‘신의 커피’  
허황된 돈 잔치처럼만 보이는 이 파나마 게이샤 커피의 소매 가격은 분명히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그 압도적인 향과 맛에 일정 부분 기초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게이샤 커피의 독특한 향과 맛은 흔히 자스민, 파파야, 라임, 인동초, 초콜렛, 꿀, 홍차, 화이트 와인, 망고, 귤, 베르가못 등에 비유되곤 한다. 이 수많은 맛과 향을 한 컵의 커피에서 어찌 다 상상이나 해 볼 수 있겠는가? 전설로 남은 2004년도 게이샤 커피를 손에 넣은 커피 거래처는 총 7군데에 불과했는데, 그 중에는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 위치한 커피 원두 상점 스위트 마리아스(Sweet Maria's)도 있었다. 스위트 마리아스의 표현을 그대로 빌어보자면, 막 추출한 상태에서 향기로운 꽃내음이 나고, 감귤 꽃의 신선하고 선명한 느낌과, 가벼운 입 안의 무게감, 허브와 꿀을 탄 듯한 맛이 느껴진다고 한다. 특히 게이샤 특유의 과일 및 허브 향은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커피를 연상시킨다고 한다.
다채로운 변신에 큰 기대를 
백년의 시간을 돌고 돌아 완전히 새로운 대륙에 정착하였지만, 에티오피아 게샤 커피는 원산지의 풍부한 향과 맛을 잃기는커녕 파나마 농부들의 사랑 속에 풍미를 더욱 발전시킨 형태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과열된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허풍만 제대로 걷어낸다면, 앞으로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를 가로지르며 에티오피아 커피가 보여줄 다채로운 맛과 향의 변주곡들을 진정으로 기대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굴지의 다국적 식품 회사와 커피 전문가들이 에티오피아 밀림의 어두운 그늘 속에 숨어있을 제2 혹은 제3의 파나마 황금을 그토록 애타게 찾아 다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에티오피아 숲의 보물 커피 나무들은 지금 어디서 무슨 꿈을 꾸며 자라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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