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소처럼 고소한 자연영양제 '청시', 영양간식 겸 술안주(?)로 좋은 연해주청국장...
이로운몰의 스테디셀러, 바리의꿈 청국장 제품들 잘 아시죠?

'바리의꿈'은 한국의 소비자한테는 자연농 건강한 콩제품을 공급하고, 강제이주 아픔을 겪은 러시아 연해주의 고려인들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이에요. (바리의꿈 브랜드숍 가기)

그런데 얼마전 바리의꿈에 갔다가 가슴 찡한 사연을 들었답니다.
고려인 나스차 마마가 친구들을 위해 자신의 일자리를 나누고 있다는 거에요.

나스차 마마는 2006년에 나눠묵자가 연해주 우수리스크 우정마을을 방문했을 때 밥을 차려주셨던 분이에요.
그 분이 내어주신 김치 맛이 한국 김치 맛과 너무 비슷해서 신기해하던 기억이 납니다.
다른 고려인 댁에서 먹은 김치는 토마토 등 야채를 함께 넣어 샐러드 같은 맛이 났거든요.

2007~2008년 한국에서 청국장 붐이 불면서(장이 약해 고생하던 유명작가가 연해주청국장 먹고 좋아졌다는 소문도 일조했죠) 나스차 마마와 가족 분들은 청국장 생산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얻게 되었고, 나스차 마마는 우즈벡에 남아 있던 친구들을 연해주로 불러들이셨대요. '여기 일자리가 괜찮다, 같이 살자' 하셨다지요.

그런데 지난해 국내 청국장업체가 늘고 청국장 인기는 줄어들면서 연해주로 가던 청국장 주문도 줄어들기 시작한 거에요.
일감이 줄어들면 서로 일감을 따내려고 경쟁을 벌일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지난해 12월, 나스차 마마와 고려인 친구들은 참 아름다운 선택을 하셨어요.
경쟁하는 대신 나누신 거죠. 3명 일감을 4명이 나눠하면서 그만큼 돈을 덜 버는 식으로요.
- 자세한 사연은 아래에 붙인 주인영 동평기금 농업정착지원팀장님이 보낸 편지에 잘 나와 있답니다. -

바리의꿈 분들한테 전해들은 얘기로는, 요즘 나스차 마마와 친구들은 1명 일감을 3명이 나눠서 하고 계시대요.
한국의 청국장 소비가 많이 줄어들은 탓이지요.

바리의꿈은 그동안 뭐하고 있었냐고요?
한국 소비자의 달라진 취향에 따라 청국장으로 건강기능식품 '청시'를 만들었어요.

청시 인기는 이로운몰 회원님들의 상품평만 봐도 아실 수 있으실거에요.
어떤 회원님은 개인인데도 청시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주문하셔서 저희 네네승우가 전화로 '혹시 주문수량을 잘못 기입하신 것 아니냐'고 전화로 여쭌 적이 있지요.
회원님은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부터 온 가족이 청시를 좋아해서 집에 청시 떨어지는 일 없게 한꺼번에 많이 주문했다"고 하셨대요.

바리의꿈에 대기업들처럼 광고&홍보에 쓸 돈이 있다면 이렇게 좋은 제품을 더 널리 알리겠지만, 안타깝게도 아직은 기업규모가 작아 그런 마케팅은 꿈도 못 꾼답니다.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자연영양제 청시.
영양제도 성분과 재료 따져서 드시는 주변 분들께 선물하시거나 권해주시면 기뻐하실거에요.
청시가 잘 팔리면 연해주에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마마들의 일자리도 늘어날거에요.

우리~ 좋은 먹을거리로 몸도 살리고, 고려인 일자리도 살리고, 자연농으로 땅도 살려요. ^^

나눠묵자 배상

PS. 아래에 러시아에서 온 편지를 전해드립니다.(바리의꿈을 통해 받았어요)



아시노브까는 우수리스크와 한까호수의 중간지점에 있는, 마을 전체에 햇살이 고루 퍼지는 아늑한 느낌을 주는 마을이다. 잘 정돈된 깨끗함과 고요함이 있는 그래서 그 마을 초입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전체 가구 수는 400 여 호 그중 고려인 가구 수는 10여 호. 이 마을 역시 동북아평화연대의 연해주 현지법인인 동평기금의 6개 농업정착지원마을 중 한곳이다.

사실 연해주의 고려인들 관계는 거의가 사돈의 팔촌일 정도로 가까운 사이이지만 아시노브까마을의 고려인은 좀 특이한 점이 있다. 우즈베끼스탄에서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들이 이미 연해주에 와 정착하고 있던 친구들과, 우즈베끼스탄에 바로 이주해 온 친구들이 서로 의견을 모아 2006년부터 이 마을에 다시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공동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8명의 사람들도 대부분 친구들이다. 길게는 1967년 짧게는 1988년부터 인연을 갖기 시작한 사이로 약 40년에서 20년 가까이 된 친구들이다. 그래서 이 마을을 우리는 친구마을이라고 부른다.
이곳 작업장에서는 10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의 겨울기간동안에는 청국장과 메주등 콩가공제품 생산을, 5월부터 9월까지는 농사를 지으며 일 년 동안의 작업을 공동으로 해나간다. 청국장과 메주의 경우 2교대로 진행되는데 한조에 3명의 인원으로 구성되니 총 필요인원은 6명이다. 그런데 올 10월에 문제가 생겼다. 필요인원보다 일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8명인 것이다. 다들 생활이 어려워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이런 문제가 생길 경우 주로 작업장책임자가 결정해서 인원결정을 하는데 이곳은 다르다. 책임자가 있기는 하지만 책임자이기 전에 친구이기도 하고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결국 8명이 돌아가면서 일을 하기로 하고 월급을 조금씩 덜 가져가는 걸로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기로 했다. 다른 작업장에서는 볼 수 없는 따뜻한 결정이었다. 그리고 그 결정에 대해 그 누구도 아무런 불평이 없다.

이곳 작업장의 결정 방식은 대부분 이렇다. 누가 먼저 일을 시작했는가보다는 누가 더 어려운가, 누구에게 일자리가 더 필요한가 세심하게 살피면서 자신들의 일자리를 나누고 어려움도 나누며 살아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내가 농업정착지원1팀장으로서 작업장을 돌며 작업에 대한 여러 가지 일들을 지시하기도 하지만 때때로 삶에 있어서 더 소중한 것들을 배우기도 한다.

작업장이 만들어지고 안정화되려면 적어도 6개월에서 1년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 대부분이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 때문이다. 그러나 아시노브까 작업장의 경우는 가장 늦게 만들어졌지만 관계에서 오는 힘이 유감없이 발휘하였기에 초기부터 아무런 어려움 없이 잘 운영되어지고 있다. 그 관계의 중심에 강나스쟈와 송슬라바 부부가 있다.

이 두 분은 우리와 인연을 맺은 지 6년이 되어간다. 나스쟈는 우정마을에 있는 솔빈문화센터를 방문하셨던 분이면 모르는 분이 없을 것이다. 2004년 8월부터 아시노브까로 이사 간 2008년 1월까지 3년 5개월 정도 우정마을 솔빈문화센터를 찾는 한국분들에게 맛있는 식사와 친절함을 제공해 주신 분이다. 남편인 송슬라바아저씨는 참 다재다능한 분이시다. 건축, 전기, 난방, 농사 심지어 부식제공을 위한 시장보기까지 필요한 모든 일들을 척척 해주시는 분이시다.

이 두 분은 우정마을의 집을 떠나, 살기에는 훨씬 불편하지만(아시노브까는 집에 수도시설과 내부에 화장실이 없음)친구들과 함께 하기 위해 기꺼이 아시노브까로 이사를 갔다. 두 분이 있었기에 아시노브까 작업장이 단시간 내에 안정을 찾고 맛있는 청국장과 메주 생산이 가능했으리라.

아시노브까 작업장이 가동된 지 만 1년이 되어간다. 공동작업장 식구들은 머나먼 우즈베끼스탄에서 부모들의 고향인 연해주로의 이주, 힘들고 고된 정착의 시간들을 거치면서 이제는 친구들과 함께 맛있고 구수하게 발효된 청국장과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며 우정과 희망이라는 힘으로 아시노브까에서 새로운 정착을 하고 있다. (2009. 12. 28. 주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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