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 모금을 위한 후후 회원들의 굿즈 판매 활동 사진
후원금 모금을 위한 후후 회원들의 굿즈 판매 활동 사진

언젠가 남편이 상하이에서 경찰서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교통사고가 난 현장의 목격자로 다녀온 것이다. 제법 크게 난 교통사고여서 피해자가 피를 많이 흘리고 있었는데, 많은 사람이 그 현장을 에워싸며 구경만 하고 있을 뿐,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않았다고 한다. 마침 출근 중이던 남편이 그곳을 지나면서 보게 되었고, 답답한 마음에 중국어도 유창하지 않은 본인이 경찰서까지 따라가 진술을 해 주고 왔다고 한다. 비슷한 상황은 종종 마주친다. 크고 작은 사건 사고 현장에서 구경만 하는 중국인들. 그럴 때 한국인의 오지랖은 빛을 발한다.
 상하이에서 한국인들은 본업 외에도 여러 방면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다양한 취미활동 모임은 물론이고, 시민단체, 봉사단체도 여러 개가 있다. 오늘은 봉사단체 중에서도 유기동물돕기 단체 ‘후후(HUHU)’를 소개하고자 한다. 

동물을 사랑하는 상하이 거주 한인들로 이뤄진 ‘후후(HUHU)’는 주변의 유기 동물에 관한 관심을 공유하고, 돌봄과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후후(HUHU)’는 상하이를 뜻하는 중국어 후(沪)와 보호할 호(护)를 딴 이름으로, 2020년 9월 10여 명의 회원으로 시작해 현재는 50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매월 회원들의 정기 후원금(매달 100위안, 한화 1만9천 원)을 모아 회원들 거주 지역의 유기견과 길고양이들에게 하루에 한 번씩 사료를 제공하고, 구조와 치료, 정기적인 중성화 수술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임시보호소로 위탁되는 유기 동물과 1:1 결연을 하여 보호비를 지원하는 활동과 유기 동물입양 가정을 대상으로 산책, 소통, 교육 등의 입양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후후의 이윤영 대표는 상하이에서 15년째 유기견과 길고양이에게 하루도 빠짐없이 사료를 제공하면서 보살피고 있다. “생명을 돌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아야 한다. 사료를 주는 주변 환경의 청결에도 신경을 쓰고 있고, 누군가 자신의 집 근처에서 사료를 주는 것을 원치 않을 때는 장소를 이동하기도 한다”라고 했다.
 박일 부대표 역시 한국에서부터 유기 동물 지원 활동을 해 왔고, 상하이에서도 위험에 처한 유기견을 직접 구조한 경험도 여러 번 있다. “동물을 매번 구조할 때마다 구조 후의 상황까지 생각을 하며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늘 지금 구하고 보자는 결정을 한다. 적어도 오늘은 밥을 먹을 수 있고, 하루를 더 살 수 있다는 데에 의미를 둔다”라며 “유기동물을 돌보면서 동물들의 입장도 되어보며 더불어 사는 삶을 배우게 된다”라고 했다.
 

중국은 아직 국가 차원에서 동물보호법이 제정되지 않아 보호소 시설과 운영이나 유기견 처리 과정도 한국과는 달리 체계적이지 못하고 불투명하다고 한다. 이에 민간들의 자발적인 관심과 지원이 더욱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후후가 지금까지 구조 후 입양을 보낸 유기 동물은 15마리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잦은 봉쇄와 이동의 불편으로 침체되어 있던 시기에도 후후의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이국땅에서 내 가족과 이웃뿐만이 아니라 동물들까지도 더불어 살고자 하는, 오늘도 우리는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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