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들에게 퇴직 후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물으면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 중 하나가 바로 여행이다. 오랜 시간동안 회사 일 등에 집중하면서 살다가 퇴직이 되면 이제 나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갖게 되는데, 이때 그동안 가지지 못했던 자유도 느끼면서 오랜 시간동안 나만의 혹은 가족들과의 함께 시간을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이러한 활동을 하기 위해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싶다거나 유람선 여행을 하고 싶다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 최근에는 한달살기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 제주도 한달살기나 해외에서 한달살기를 다녀오시는 분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 이러한 한달살기의 특징은 사진찍기나 맛집 탐방 성격의 짧은 관광이 아닌 새로운 환경에서 그 지역의 일부가 되어 관광과 휴식, 그리고 그 지역의 문화체험까지 함께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한달이라는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활동도 늘어나는 것이니만큼 비용도 늘긴 하겠지만 그 효용이 비용을 충분히 능가하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의 삶을 원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상상우리는 이러한 한달살기를 통해 일과 여행을 병행하면 어떨까라는 생각하게 됐다. 그것도 국내가 아닌 태국에서 말이다.

중장년이 본인이 가진 경험과 지혜를 가지고 일자리를 갖도록 하는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상상우리에서도 중장년들의 이러한 트렌드를 활용하여 어떻게 하면 여가도 보내고 일자리로도 연결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예전부터 해왔다. 그래서 제주도에 있는 중소기업에 일과 휴식을 함께 하는 프로그램도 기획했고, 본인의 고향에 있는 중소기업에서 일을 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가지는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운영해왔다. 하지만 좀 더 상상우리다운 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6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AVPN에 연사로 참여한 행사에서 만난 태국의 기업인 영해피(YoungHappy)와 함께 이 사업을 만들게 됐다. 행사 기간동안 매일 YoungHappy 대표를 만나면서 한국의 중장년들이 한달간 태국에 살면서 태국 현지 청년기업에서 일과 여가를 보내는 프로그램을 제안했고, YoungHappy도 이 아이디어에 대해 매우 흥미를 가지게 되어 이 프로그램을 사업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프로그램은 퇴직 후에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하는 중장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한달동안 현지에 살면서 여행 뿐만 아니라 현지기업에서 일을 하면서 나의 역량을 펼칠 수 있고, 기업을 통해 만난 그 나라의 사람들과 친구가 되면서 더 재미있는 기회도 만들 수 있는데다가 기업으로부터의 일에 대한 보상도 받을 수 있으니 참여한 사람들에게는 여러가지 면에서 매우 좋은 기회가 된다. 게다가 그 기업이 활동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면 한달살기가 끝난 다음에도 해외에서의 일자리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일석삼조 이상의 효과가 있다.

태국 리턴십 프로그램 참여자 모집 포스터/출처=상상우리
태국 리턴십 프로그램 참여자 모집 포스터/출처=상상우리

상상우리와 태국 현지 파트너인 YoungHappy가 6월말에 처음 만난 이후 서로의 나라로 돌아간 다음에 매주 온라인으로 회의를 하면서 이 사업을 계속 정교하게 만들었고 드디어 지난 9월초 태국 현장 실사를 마친 후 본격적으로 참여 퇴직자를 모집하면서 이 사업이 현실화했다. 10월에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자 원하는 퇴직자들을 모집하고 선발했으며 현지기업과의 인터뷰까지 하면서 10월 중순에 최종 5명의 참여자가 결정됐다. 그리고 2주 정도의 사전 학습을 마치고 11월 한달간 태국 방콕 현지에서 한달간 현지기업과의 일과 여가를 보내는 활동을 한 후 12월 초에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프로그램이 종료됐다.

상상우리나 현지 파트너인 YoungHappy 모두 처음으로 하는 해외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기획과 사업준비가 두세달 정도 안에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 참여자와 현지 기업과의 매칭도 한달 정도에 끝나 바로 현지에 파견될 수 있었다. 6개월 안에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무척 재미있고 보람된 시간이었다.

지난 12월 14일 충무로역에 위치한 상상캔버스에서, 태국 현지 파트너인 YoungHappy의 대표가 한국에 직접 방문해 프로그램에 참여한 다섯명의 참여자들과 이번 사업의 성과공유회를 가졌다. 이번 행사에서는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와 함께 한달간 참여했던 중장년들의 경험 공유와 소감발표도 있었고 현지 파트너인 YoungHappy 대표로부터 참여한 현지 기업들의 피드백과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행사에 참여한 예비 참여자분들과 궁금한 점에 대해 서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태국 리턴십 프로그램 성과공유회 / 제공=상상우리
태국 리턴십 프로그램 성과공유회 / 제공=상상우리

이번 성과공유회는 첫번째 해외 프로그램에 대한 성과를 나누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상상우리 내부적으로는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오랫동안 고민해왔고 또 이 사업을 하기 위해서 꼭 풀어야 할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정리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러한 고민들 중 대표적인 것 다섯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주제로 하여 이 사업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사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첫번째 질문은, "한국의 중장년들은 해외에서 한달간 일과 휴식을 함께 하는 것을 정말 좋아할까"라는 것이었다.

사실 사업 기획 초기에 이 사업에 대한 의견을 중장년들에게 물어봤을때 거의 대부분이 정말 좋아하고 가고 싶다고, 또 진행하면 꼭 신청하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한국도 아닌 현지에서 한달간 사는 것에 대해 실제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진짜로 진행을 한다면 실행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은 확인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실제 이 사업에 참여할 사람들을 모집할때는 개인의 의지나 바람 외에 고려할 사항이나 조건들이 많이 있다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변수들을 해결해준다면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겠다라는 확신을 가졌다. 물론 이러한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을 때에도 많은 분들이 신청을 해주셔서 선발을 하는 담당자들이 고생하기는 했지만 이러한 부분에 대한 준비를 더 충분히 한다면 향후 중장년들의 버킷리스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두번째 질문은, "한국의 중장년들이 해외에 있는 기업에게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이었다.

이 사업과 유사하게 한국에서는 프로보노 사업이나 단기 컨설팅 사업들이 있는데, 그 활동이 참여한 기업들은 대체로 만족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 일에 대한 퀄리티를 보장하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이 사업은 해외에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언어나 일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그래서 태국 현지에서의 사전실사에서 참여기업들의 실제 니즈 및 원하는 결과의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했다. 컨설팅처럼 무거운 주제도 아니고 인턴십처럼 기업에서 일을 배우는 것이 아닌 멘토링과 유사하지만 좀 더 실무에 집중을 하는 형태의 일이라는 것으로 집중적으로 포지셔닝을 했고, 실제 이 방향으로 일을 진행했다.

세번째 질문은, "한국의 중장년들이 해외에 있는 기업들과 만났을 때 세대간, 문화적인 어려움은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이었다.

사실 이 질문은 한국보다 태국 현지에서 이 이슈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있었는데 그 이유를 살펴보면 한국은 평균퇴직이 빠르다보니 중장년들이 청년기업과 함께 일 할 기회가 많은 반면에 태국은 중장년들의 퇴직이 늦기도 하고 워낙 일을 하고자 하는 청년들도 많기 때문에 청년이나 중장년이 함께 일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장년을 존중하는 한국의 유교문화로 인해 태국에서는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될까라는 걱정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지 태국 기업에서의 피드백에 따르면 세대간, 문화간 이질감은 전혀 없었다. 아마도 이번에 참여한 분들의 좋은 성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도 큰 요인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최근 중장년들이 문화적인, 그리고 세대공감적인 부분에서 많이 유연해졌다라는 것도 그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네번째 질문은, "현지에서는 일과 여가의 비중은 어느 정도를 할 때 가장 이상적일까"라는 질문이다.

기획 초기에는 일을 하는 것과 여가의 비중이 50대 50이었다. 일주일 중 2~3일만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실제 기업과 참여자들에게도 이런 정도의 비중으로 진행하는 것을 권장했다. 그리고 파트너기업인 YoungHappy 뿐만 아니라 현지에 파견된 상상우리의 직원도 이 부분을 계속 모니터링을 하면서 지켜보았는데 결과적으로 말하면 이 부분은 케이스별로 다양할 수 있겠고 규정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이유는 참여한 기업들이 원하는 주제의 난이도나 투입되는 시간이 모두 다르기도 하거니와 참여 중장년들의 개인별 경험이나 역량의 차이로 일의 속도면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으며, 기업들의 역량도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부분은 권장하는 비율은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 기업과 참여자가 조율하는 것이 현명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실제로 이번 프로그램에서도 이러한 방식으로 자동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섯번째 질문은, "이 사업은 향후 지속적인 비즈니스로 키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이번 파일롯 프로그램은 이 사업이 기능적으로 가능할까에 대한 확인을 하는 목적으로 운영이 됐지만 향후의 사업 전략을 짜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이 프로그램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비용이 발생하는데 그 비용을 내는 주체가 누가 될 것이고 어느 정도가 합리적일 것이며, 그 규모나 비용부담에 대한 명분은 어떤 것으로 하면 좋을지에 대한 것을 고민했다. 물론 아주 단순하게 모든 비용을 기업 등으로부터 후원 받아서 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지만 참여기업이나 참여자들이 비용적인 부담이 없을 때는 일에 대한 몰입도나 책임감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향후 좋은 사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그 부분에서 조심스럽고 정교한 설계가 필요했다. 실제 이번 프로그램에서도 참여기업이나 참여자들도 일부 비용을 부담을 했고 그 부분이 이번 사업을 성공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번 성과공유회는 금년에 진행된 사업에 대한 일회성 성과공유회라는 성격보다는 이번 사업을 통해 좋은 점과 아쉬운 점에 대해 공유하고 내년부터는 더 큰 사업으로 만들겠다라는 포부를 밝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실제 내년에는 이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하며, 국내 참여자들도 더 확대하고 후원하는 주체도 참여시키게 하면서 더 성장시킬 계획이다. 내년에는 태국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 태국 파트너기업도 합의했고 그 부분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진행해갈 것이다.

태국 현지에서 현지 주민들과 함께 진행한 문화체험 워크숍/출처=상상우리
태국 현지에서 현지 주민들과 함께 진행한 문화체험 워크숍/출처=상상우리

사업초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 사업과 유사한 사업으로 KOICA의 해외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이야기 했다. 물론 해외를 가는 것에 있어서 이 사업과 유사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 목적이나 사업 후의 방향, 진행방식에서 있어서는 매우 다른 사업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이유는 KOICA의 사업은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자원봉사의 성격이 매우 강하지만 우리 사업은 자원봉사가 아닌 다양한 국가에서 지속적인 활동과 여가시간을 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향후 이 일을 통해 해외에서의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다라는 부분이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이 사업은 향후 아시아 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 등 여러 나라들이 참여해 각 국의 중장년들이 퇴직 후에 다른 나라에 있는 기업들에서 일을 하면서 지속적인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것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상상우리가 가지고 있는 "중장년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지혜가 사회혁신의 자원이 되도록 한다"라는 소셜미션이 다른 나라의 중장년들에게도 적용되는 글로벌 사업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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