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태어나 30여 년을 살았다. 어쩌다 전라북도 군산에 정착한 지 3년차다. ‘아는 사람’이라곤 남편 하나밖에 없는 낯선 지역에서 심지어 코로나19 시국에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얼마 전 이로운넷에 복귀해 주로 재택근무 중이다. 난생처음 지방 소도시에 살면서 임신-출산-육아를 경험하며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일들을 기록해나가려 한다.

드라마 ‘산후조리원’ 스틸 컷./출처=tvN
드라마 ‘산후조리원’ 스틸 컷./출처=tvN

‘나이, 직업, 학교 등 공통점 하나 없는 다 큰 어른 여자들이 단지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 만으로 순식간에 대동단결, 절친이 되는 지구상 유일무이한 곳.’

지난 2020년 방영된 tvN 동명의 드라마에서 ‘산후조리원’에 대해 소개한 내용이다. 산후조리원은 산모가 아이를 낳은 후, 몸조리를 하도록 시설과 인력을 갖춘 공간이다. ‘산후조리’는 한국에만 있는 특별한 시스템인데,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산모와 신생아를 돌봐줄 마땅한 사람과 장소가 줄어들면서 산후조리원이 생겨났다고 한다.

보건복지부가 2020년 출산한 산모 31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 산후조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산모 10명 중 8명(81.2%) 이상이 산후조리원을 이용했으며, 비용은 평균 243.1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시행된 같은 조사에서 산후조리원 이용 산모가 75.1%, 평균 비용이 220.7만원인 것을 보면, 산후조리원 선택은 증가 추세인 것으로 보인다. 

나 역시 10명 중 8명인 다수에 속하는 산모로, 아이를 낳으면 당연히 산후조리원에 가야 하는 줄 알았다. 임신 중 필수로 해야 했던 일도 다름 아닌 산후조리원 예약이었다.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산후조리원의 비싼 비용이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519개 산후조리원의 이용 요금은 일반실 평균 232만원, 특실은 294만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최고가는 2600만원, 최저가 90만원으로 이용 요금이 28배나 차이났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비용에 눈앞이 아찔해지다가도 ‘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인 산후조리는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나 역시 과감히 결제를 선택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적당한 시설을 찾지 못해 전주에서 출산과 산후조리를 했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산후조리원은 ‘천국’이라고 말했지만, 코로나 시국에 출산한 산모들에게 산후조리원은 다름 아닌 ‘감옥’이었다. 감염 위험 때문에 남편도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고, 다른 가족들의 방문도 불가능했다. 아기와 함께 있었지만 하루에 몇 번 수유 시간에만 얼굴을 볼 수 있어서 대부분 혼자 외로운 시간을 버텨야 했다. 

더욱이 산후조리원에서는 원래 갓 부모가 된 부모에게 기저귀 갈기, 목욕 시키기 등을 가르쳐주고 요가 강습이나 모빌 만들기 같은 간단한 클래스도 수강할 수 있다고 들었다. 엄마가 된 여성들끼리 ‘조동(조리원 동기)’을 맺고 친분을 쌓는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는 모든 것을 중단시키며 산모들을 각자의 방안에만 있기를 강제했고, 대동단결이 불가함은 물론이고 절친도 당연히 만들지 못했다. 

2주간의 조리원 생활이 결코 좋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충분한 산후조리를 하고 나왔다는 점에는 감사한 마음이 든다. 사실 국내 산후조리원의 절대다수가 민간 시설인 탓에 높은 비용이 부담돼 이용하지 못하는 산모들도 많기 때문이다. 

위의 같은 조사에서 만족스러운 산후조리를 위해 △산후조리 경비지원(75.6%) △배우자 육아휴직·출산휴가 활성화(37.6%) △출산휴가 기간 확대(20.8%) △건강관리지원사업 확대(17.4%) △공공 산후조리원 확대(13.4%) 등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나왔다.

이미 오래된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사회구조 개선이 필요하겠지만, 아이를 낳은 당사자인 산모들의 산후조리부터 지원해주면 어떨까. 산후조리 단계부터 빈부격차가 생기지 않으려면, 국가가 나서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몇 년 전부터 공공 산후조리원에 대한 필요성이 커져 전국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아직 13개소에 불과해 입소가 쉽지 않다고 하지만, 더 많은 지자체에 설립돼 더 많은 산모들이 합리적 비용에 질 높은 산후 관리를 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 아직 코로나 위험 때문에 조리원 내 교류는 어려울 수 있지만, 적어도 비용 면에서는 ‘천국’이 맞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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