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 알리스 '지브롤터 항해일지(2008)' 프로젝트 장면. 모로코와 스페인 아이들이 '신발 보트'를 들었다.

지브롤터 해협, 불과 13km를 사이에 두고 땅은 유럽과 아프리카로 나뉜다. 유럽 스페인의 아이들이 모로코를 향해 가고 아프리카 모로코의 아이들이 스페인을 향해 가면, 양쪽의 아이들은 바다 위 수평선에서 서로를 마주할 수 있을까? 

국가와 경계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영상, 드로잉, 텍스트, 설치물 등 다양한 매체로 선보여온 벨기에 출신 작가 프란시스 알리스(59)가 오는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국내 첫 개인전 ‘지브롤터 항해일지’를 개최한다. 개막에 앞서 29일 전시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알리스는 국가의 경계를 바라보는 작가의 지정학적 시선에 대해 이야기했다. 

벨기에에서 태어난 그는 1980년대 중반 멕시코 대지진 복구를 위한 국제구호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멕시코시티에 방문했다가 이주해 지금까지 거주하고 있다. 건축학을 전공한 그는 미술에 대한 전문적 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행위’를 기반으로 한 여러 프로젝트를 선보여 왔다. 현실 세계의 문제를 특유의 시적 행위로 풀어내는 그는 ‘픽션과 액션 사이의 작업을 하는 작가’라고 평가받는다.

29일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전시 '지브롤터 항해일지' 간담회에 참석한 작가 프란시스 알리스.

알리스는 쿠바 이민자들과 미국 이민 당국의 갈등에서 시작한 첫 번째 프로젝트 ‘다리(2006)’를 통해 주목받았다. 쿠바의 하바나와 미국의 키웨스트의 어민들이 양쪽 해안에서 각자 출발해 어선을 바다 중간에 배치해 마치 다리가 해상에 떠 있는 듯한 광경을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상이다. 

이후 역사적으로 강대국의 전략적 요충지였던 지브롤터 해협에서 두 번째 프로젝트 ‘지브롤터 항해일지(2008)’를 이어간다. 신발로 만든 배 모형을 손에 든 스페인과 모로코의 아이들이 양쪽 해안가에서 각각 출발해 수평선에서 만나는 장면을 담았다.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에 사는 아이들이 국경을 넘지 않고도 서로를 마주할 수 있는 일종의 시도였다.

알리스는 국경에 대해 관심을 가진 계기에 대해 “내가 멕시코에 살기 때문인데, 지정학적으로 미국과 멕시코는 맞닿아있고 이민자 문제는 늘 이슈라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다”고 답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에서 일할 때도 바로 맞닿아 있는 이스라엘과의 문화적 차이가 두드러진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며 “시각 미술가로서 이웃사촌끼리도 서로 얼마나 다른지 보여주고 싶어 이미지, 사운드, 영상 등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알리스가 2006~2008년 사이 선보인 2개의 ‘다리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자연의 일부인 바다가 어떻게 대륙 간, 국가 간, 사람 간 경계를 만드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총 20점의 드로잉, 6점의 영상 작업물을 비롯해 알리스에게 동기를 부여한 사건들이 담긴 신문 스크랩도 만나볼 수 있다.

'다리 프로젝트'를 통해 선보인 '신발 보트'를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저는 경계와 선에 대해 관심이 많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자유로운 움직임, 이동하는 것 자체를 더 조명하려 했습니다. ‘다리’라는 개념 역시 무언가를 분절하기보다는 각기 다른 두 성질이 만나 서로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잖아요. 분절보다는 연결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 

최근 한국 사회에서도 남북 분단, 제주도 난민 등 ‘경계’에 관한 이슈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전시 준비를 위해 지난해 11월 방한 당시 비무장지대(DMZ)에 가봤다는 알리스는 “남과 북을 나누는 DMZ는 매우 특수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일반적인 공간”이라며 “남과 북을 주제로 한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난민 이슈에 대해서 알리스는 “결코 멈출 수 없으며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나 역시 이민자인데 자원이 있는 곳으로 향해가는 건 동물이든 사람이든 본능이다”라며 “머물렀던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이민’은 인류의 시작부터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움직임을 막으려 하는 시도는 결국 실패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드러냈다.

알리스는 각 국가가 이민자,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자국으로 온 이방인을 문화적으로 통합하려는 시도를 해야 하며, 둘째 이민자들이 벗어나려고 하는 국가를 도와 스스로 경제 발전을 이루게 하는 것이 해답이 될 수 있다. 움직이는 과정 자체를 멈추려 하는 시도는 절대 답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 아트선재센터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