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고창신8
그림=최봉익

노동가치설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젊어서나 늙어서나 일자리를 갖고 일하며 산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일은 다양하다. 다양한 일 중에서 경제적 수입을 얻기 위한 생산적인 활동을 고정적으로 수행할 때 이를 직업이라 할 것이다. 사람은 직업을 가진 대가로 소득을 얻고, 이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며 물질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나간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경제적 대가 만을 위해 직업을 갖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직업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자아를 실현함으로써 정신적 만족을 얻는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경제적 대가가 적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직업을 선택하여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것에 큰 보람을 갖기도 한다.

직업은 개인적 차원뿐만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과거와 달리 지금 사회는 직업의 세분화로 개인은 서로 다른 직업을 수행하며 상호 의존관계를 형성한다. 따라서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각자의 직업을 성실히 수행하면 다른 구성원에게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고, 건전한 사회의 유지와 발전에도 이바지한다는 것이다.

일자리, 지난 1,2,3차 산업혁명은 그때마다 우려와는 달리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왔다. 인류역사상 세 차례의 산업혁명을 통해서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기존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더 많은 다양한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이는 4차산업혁명 시기에도 동일하게 작동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라지는 일자리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희망을 갖는다.

2012년은 UN이 정한 세계협동조합의 해였다. 우리나라도 발맞춰 2012년 12월부터 협동조합을 자유롭게 결성할 수 있는 제도를 갖췄다. 여야 공동발의로 국회에서 제정한 협동조합기본법이 그해 12월부터 시행되어 5인 이상이면 누구나 협동조합을 구성하여 법인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형자본 유통업체의 확산과 자유무역협정 등의 영향으로 서민경제가 휘청거리고 소득의 양극화가 심각한 당시 상황은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은 장밋빛 희망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1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차츰차츰 견문이 넓어짐에 따라 들뜬 분위기가 차분해졌다.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경제조직이 설립되기만 하면 금방 수익이 발생 되는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라는 소중한 깨달음의 과정을 겪은 것이다.

지금에 이르러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사회적경제는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민주적인 방식에 의해 스스로 만들어가는 경제영역이다. 이미 우리 주변에 만들어져 활동하기도 하고, 자활기업처럼 오래전부터 만들어져왔으며, 최근에 많이 등장하는 것이 사회적기업이기도 하다.

이런 즈음에 기존의 사회적기업들과 앞으로 창업하게 될 사회적경제조직들이 보완적으로 갖춰야 할 것이 회계영역이라고 사회적경제 전문가들은 말한다. 일반 영리기업처럼 매출과 수익의 성과를 우선으로 하다가 좌절하여 넘어질까 걱정이 돼서 그렇단다. 사회적경제조직도 당연히 매출과 수익의 결과를 중요시해야 함은 당연하다. 다만 과정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사회적 목적 수행, 환경적 가치 등 복합적 평가를 동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평가지표로 사회적 경제조직의 성과를 평가하는 도구가 사회적 회계이다. 다시 말하면 조직의 사명과 목적에 대한 다양한 활동을 검토하고 그것의 사회적, 환경적 그리고 경제적 효과를 측정하고 개선하기 위한, 내부 구성원들과 이해 관계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조직체 구성원의 지속적인 파트너십 발휘의 역할과 상호협력 과정의 기록이 사회적 회계인 것이다. 대기업에서도 최근에는 대표적 평가지표인 재무제표를 넘어 사회적 투자, 사회적 책임, 환경적 책임 등 지속 가능한 지수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에서 사회적경제조직에서 사회적 회계 운영은 대안적 기업문화를 선도한다는 사명과 더불어 시장경제 대안으로 대두되는 사회적경제를 성장시키는 견인 역할로 사회적 회계의 중요성이 떠오르고 있다.

일자리, 우리가 바라는 일자리의 기대 속성은 지속이다. 지속은 연속과 비약이다. 질 좋은 비약이 창신이고, 창직이며, 창업이다. 적극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창업은 자기가 하고자 하는 사업의 기초를 스스로 세우는 일이다. 창업은 인권을 선언하는 일이다. 창업은 생존권을 누리는 일이다. 희망의 과장은 삼가할 일이나,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과정에 합리성, 효율성을 뛰어넘어 사람과 사람, 사람과 환경이 함께 살아가는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을 우리는 과소평가 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지속가능 발전의 길라잡이 법고창신의 실천정신으로 학습동아리를 꾸려 정1-반1-합1으로 지양하면서 사회적 자본을 쌓고, 알2-토2-리2로 연찬하여 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고, 계획, 실천, 평가하는 계3-실3-평3의 사회적 회계를 일정 횟수 지속하면 신념과 용기와 열성이 저절로 우러나 창업이 꼭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 필자의 개인사정으로 인해 이번 칼럼을 끝으로 <판화로 엮은 마을공동체> 코너는 종료합니다. 그동안 본 칼럼을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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