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을 기다린 800만 사회적경제인들의 인내는 한계치에 이르렀다. 이제 우리는 행동할 것이다. 소통의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 국민의힘은 물론 집토끼 취급하는 민주당에 대해서도 분명히 경고한다.”

지난달 16일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가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며 거대양당에 관해 언급한 대목이다. 사회적경제는 언제부터 민주당의 ‘집토끼’ 취급을 받게 됐을까.

현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은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사회적경제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했다.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정책으로 모아야 한다는 취지로 특위를 구성했다. 기본법 입법 논의가 시작된 것도 그때부터다.

그러나 특위 위원장을 맡고 기본법까지 발의했던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사이가 틀어지며 동력은 확 줄어들었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끌어와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민주당 의원 수십 명이 기본법을 공동 발의했다.

그런데 기자가 지난 몇 년간 ‘사회적경제’를 주제로 민주당 의원들을 인터뷰해왔지만, 일부 의원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사회적경제에 특별한 철학이나 애정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특히 기본법 통과에 관해서는 ‘당의 입장이니까’ 안심하면서 필요성을 외치는 거로 보였다. 이들은 180석을 얻은 2020년에는 “올해 안에 통과될 것”이라고, 2021년에는 “이번 정부 내에는 통과될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결국 이제 대선이 일주일도 안 남았는데, 민주당 선대위 사회적경제위원회는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나서 3월 임시국회 때 법안 통과를 다시 추진할 거란다.

수십 명의 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을 발의하고,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 후보가 그 중요성을 강조하는 모양새는 사실 양날의 검이다. 당 차원에서 확실히 밀어주는 모습이 다른 당에는 반대하기 좋은 명분만 만들어주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몇 년 만에 열린 기본법 공청회에서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 질의하기도 했다.

사회적경제 현장과 민주당의 상관관계가 이미 너무 깊어졌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당장 이번 대선만 해도 사회적경제 분야의 정책 제안이나 지지 선언은 민주당만 향한다. 국민의힘과의 연결고리는 사회적금융 정책 전달식 정도만 있었을 뿐이다. 취재원들이 사석에서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제가 할 일이 많이 사라지지 않을까요”라는 말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질 정도다. ‘사회적경제는 좌우를 넘는다’라는 우석훈 성결대 교수의 도서 제목이 무색하다.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임팩트얼라이언스가 주최한 대선후보 사회적경제 정책 질의에 윤석열 후보는 답변 자체를 하지 않았다. 표심을 잡기 위해 사회복지사, 간호사, 주요 그룹 CEO 등 다양한 주체들과 열심히 만나온 이재명 후보는 아직 사회적경제 종사자들을 직접 만난 적이 없다. 소통의 의지조차 없는 당, 집토끼 취급하는 당을 만든 건 현장에도 그 책임이 있다. “보수진영은 어차피 우리에게 관심 없다”, “연락했는데 안 받아주더라” 같은 말은 어느 순간부터 변명으로 들린다. 국민의힘을 소통의 장으로 불러들이고, 민주당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는 현장도 각성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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