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토리 인형 입양 프로젝트’에 퍼스트 도그 토리가 등장했다.

서울시청 광장에 ‘토리’ 2018마리가 등장했다. 토리는 짧은 목줄에 묶여 방치된 채 살다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입양된 유기견 최초의 ‘퍼스트 도그’다. 동물권단체 ‘케어(CARE)’가 토리를 모델로 만든 강아지 인형 2018마리를 만들어 초복인 17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잔디광장에 전시하는 ‘토리 인형 입양 프로젝트’를 열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개고기 수요가 가장 많다는 복날, 개식용 반대 의견을 전하기 위해 케어에서 기획했다. 개고기가 될 뻔한 토리도 사랑받는 반려견이 됐듯, ‘음식’이 아닌 사랑과 보살핌이 필요한 ‘생명’으로 강아지들을 안아주자는 취지를 담은 것이다. 캠페인 제목은 ‘아임 낫 푸드(I'm not food)-먹지 말고 안아주세요’다.

1년 중 가장 덥다는 ‘삼복더위’의 시작을 알리는 초복(初伏)이 다가오면, 개식용에 대한 찬반 논쟁이 해마다 되풀이된다. 박소연 케어 대표는 “사람들은 식용개와 애견이 구분된다고 하지만 원래부터 식용개는 존재하지 않았다”면서 “황금개의 해인 2018년, 2018마리의 토리를 통해 개식용 종식을 선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17일 열린 서울 시청광장 에서 열린 ‘토리 인형 입양 프로젝트’ 행사에는 2018마리 토리 인형이 전시됐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온라인으로 사전 신청한 일반인들이 토리 인형을 가져갔고, 현장 신청을 통해서도 판매를 진행했다. 가격은 인형 1개당 3만원이다. 케어 측은 “토리 인형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동물 구조, 치료, 입양, 개식용 종식을 위해 쓸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날 청와대에서 온 ‘토리’가 직접 행사에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박 대표는 “검고 잡종이라는 이유로 2년간 입양되지 않던 토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입양되면서 ‘견생역전’을 하게 됐다”며 “처음 청와대에 갔을 때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던 토리가 지금은 환하고 밝은 모습으로 앞마당에서 뛰어놀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케어 홍보대사인 ‘기생충 박사’ 서민 단국대 교수와 이번 프로젝트에 동참한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 김아랑, 심석희 등도 참석해 뜻을 모았다. 서 교수는 “6마리 강아지의 아빠로서 유기견으로 죽어가는 개들을 볼 때 마음 아팠다”면서 “유기견 입양도 좋지만 유기견이 나오지 않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복'인 17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서민 교수, 김아랑 선수, 박소연 케어 대표, 심석희 선수(왼쪽부터)의 모습. 박 대표 품에 안긴 '토리'를 모델로 인형을 만들었다.

케어 외에도 개식용에 반대하는 동물권 단체들은 초복인 17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목소리를 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이날 오전 9시 30분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의 반려견 마루의 친구들을 살려주세요’라는 이름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동물해방물결’은 오후 1시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개 도살 금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청와대로 꽃상여 행진을 했다.

복날을 앞둔 지난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는 ‘개, 고양이 도살금지법 통과 촉구’ 국민대집회가 열려 1000여 명의 시민이 모여 동물보호법 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발의한 해당 법안은 축산물 위생관리법 등 법률에 따라서만 동물 도살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같은 날 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은 서울 동화면세점 앞에 모여 생존권 보장과 동물보호단체 불법 후원금 수사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맞불 집회를 열었다. 김종석 대한육견협회장은 “개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먹지 말라고 강요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면서 “반대론자와 당당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개식용을 둘러싼 찬반양론이 팽팽한 가운데,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라’는 청원이 17일 기준 21만 3000명의 동의를 얻었다. ‘표창원 의원의 법안을 지지한다’는 청원 역시 18만 4000명의 지지를 받았다. 두 청원 모두 20만명 이상 참여가 확정되면, 개식용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적 입장 표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고 잡종이라는 이유로 사랑받지 못했던 '토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입양돼 '퍼스트 도그'가 됐다.


사진. 권선영 이로운넷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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