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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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보고 전해줬어야 하는데 모바일 청첩장으로 초대해서 정말 미안해.”

이달 초 결혼식을 올린 친구가 “이런 시국에 결혼을 하게되어 미안하다”며 연락을 해왔다. 그러고 보니 예비부부들은 결혼식 전 청첩장을 나눠주며 결혼식에 초대하는 자리를 갖는데, 코로나 이후 친구를 제대로 만난 적이 없었다. 결혼 소식부터 초대까지 전부 다 휴대전화와 SNS로 알게됐다.

결혼식장에 도착하니 들어가는 것부터 복잡했다. QR코드 전자출입명부 확인과 체온체크, 손 소독은 당연했고, 접수하는 곳에서 입장을 확인하는 팔찌를 받아 착용해야 했다. 늦게오면 준비된 수량의 팔찌가 다 소진되기 때문에 식장 안에 들어갈 수 없으니 서둘러야 한다는 직원의 설명도 있었다. 예식이 끝난 뒤 식사가 가능했지만, 식사를 하는 사람도 소수였다. 같은 날 결혼한 남편의 지인은, 식사 없이 답례품으로 하객들에게 인사 했다고 했다.

코로나 시국에 결혼을 앞둔 많은 예비부부들은 계속 힘들어하고 있다. 유동수 의원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구갑)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예식서비스 관련 소비자 상담은 계약해제·위약금(1496건, 49.4%)이 가장 많았고, ‘계약불이행’(437건, 14.4%), ‘단순문의·상담’(285건, 9.4%), ‘약관’(212건, 6.7%)이 뒤를 이었다. 또한 올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예식서비스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는 1만1156건이었는데, 피해구제는 395건에 불과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지침이 강화되면서 결혼식을 취소하거나 연기를 고려하는 예비부부들이 계약문제로 예식장과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다.

예비부부들은 결혼식을 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예식장과의 계약 문제로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 친구 역시 “‘결송합니다(결혼해서 죄송합니다를 뜻하는 신조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사람이 북적여야 할 결혼식장은 텅텅 비었고, (일부)예식장에서는 자체적으로 보증인원을 설정해 예비부부들은 큰 손해를 떠안고 있다.

물론 코로나 상황에서 모임은 자제해야 한다. 하지만 더 이상 결혼을 미룰 수 없는 예비부부의 입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수익이 생계와 이어지는 예식업 종사자들에 대한 대책도 있어야 한다. 어렵게 결혼식을 마친 친구는 나에게 “이런 시국에 결혼하게 돼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수 차례 했지만, 사실 결혼은 미안한 일이 아니라, 축복을 받아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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