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기술 ③]만드로...3D 프린팅기술, 4천만원 고가 의수→149만원
2년간 600개 제작...130여개 판매·나머진 교육용, 기증?
[편집자 주] 기술에는 두 얼굴이 존재한다. 전쟁과 실업·불평등을 낳는 어두운 얼굴과 불편함과 질병·장애를 이겨내는 고마운 얼굴이다. 고마운 얼굴은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킨다. 사람을 향한 이로운 기술로 세상을 밝게 비추는 사회혁신기업들의 이야기를 이로운넷이 전한다.딱 한 달만 하고 공을 넘길 생각이었다. 2015년 1월. 3D 프린터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동갑내기 청년의 안타까운 사연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사고로 양팔을 잃었어요. 의수를 하려니 한 손에만 4000만 원. 너무 비싸 엄두가 나지 않지만 쉽게 포기가 되지 않네요. 3D프린터로 만들 수 있을까요?” ---?‘정상에서’ (닉네임)
댓글에는 “힘내세요”라는 위로의 메시지뿐 ‘예’라고 답하는 이는 없었다. 이때 ‘할 수 있다’라는 답변을 단 청년이 있었다. 바로 이상호 만드로 대표다. 그는 3D 프린터를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겠다며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갓 창업을 한때였다. 남의 애로에 공감하기보다는 스스로 갈 길이 더 바빠 보였던 시기였다. 그 한 달은 이제 3년을 바라보고 있고 그의 말대로라면 최소 7~8년은 이 분야에 더 몰두할 계획이다. 그는 왜 전자의수에 매달리는 걸까.
“제 목표는 분명합니다. 돈 때문에 전자의수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 없게 하자는 것이죠. 의수를 만들 때 가격을 최우선으로 두는 이유입니다.”
“절단 장애인들을 만나보니 휴대폰은 대체로 갖고 계시더라고요. 돈이 없어도 속는 셈 치고 사는 가격이라면 스마트폰 가격 정도가 괜찮겠다 싶었어요.”
기존의 전자의수는 한 손에만 4000만 원, 정교함을 요하는 손바닥이 절단된 장애인을 위한 의수는 한 손에 1억 원을 호가한다. 일반인들에겐 언감생심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는 7만여 명의 절단 장애인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사용자 수는 0.1%에 그친다.
제작 순서는 제일 먼저 3D 스캐너로 3차원 촬영을 하고 이를 기반으로 설계에 들어간다. 피부에 닿는 부분은 부드러운 재질로 바깥쪽은 외부 충격에 견딜 수 있도록 딱딱한 플라스틱 재질로 만드는데 평균 일주일 정도가 걸린다.
“3D프린터로 제작하면 한 번 측정한 데이터가 고스란히 저장돼 수리를 하거나 재 제작할 때 시간이 절약되고 고객이 재방문하지 않아도 됩니다. 더불어 혼자 착용이 가능하고 충전과 보관도 쉽습니다.”
“삶이 우울했는데 의수를 하면서 긍정적으로 바뀐 분들이 많아요. 선천적으로 오른손이 없이 태어난 17살 소년이 ‘기타를 치고 싶다며 의수를 만들어달라’고 했어요. 싱어송라이터가 꿈인 그 청년은 지금 19살이 됐고 자작곡도 쓰고 버스킹 공연도 합니다.”
그의 덕을 본 이는 사람뿐만이 아니다. 이 대표는 동물병원 수의사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치치’는 학대로 4발이 잘려나간 골든레트리버입니다. 걸을 수 있어야 입양이 가능한데 이 반려견에게 다리를 만들어줄 수 있을까요?” --- 수의사가 보낸 메일 중에서
다리를 찾은 ‘치치’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이 동네에는 ‘장화 신은 강아지 치치‘ 라는 동요가 불린다.
“ 요르단에는 시리아 난민이 100만 명쯤 됩니다. 내전으로 인한 폭격과 지뢰피해로 사지가 절단된 분들이 많습니다. 저희는 우리 기술을 활용해 중동지역의 전쟁 피해자를 돕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창의적 가치창출 프로그램 (Creative Technology Solution)에 선정됐습니다.”
올해 말이면 2년을 맞게 되는 이 프로젝트는 요르단의 절단 장애인들에게 500개의 전자의수를 기증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매달 요르단을 방문해 전자의수를 기증할 뿐 아니라 제작 과정을 현지 대학교와 군병원, 국립병원 등에 전수하고 있다.
“ 기증만 하면 언젠가 예산이 떨어지고 나면 그걸로 끝입니다. 전자의수 하나로 평생을 살 순 없잖아요.”
만드로는 중동 지역에서 자생할 수 있는 자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요르단에 현지 사무실을 개설했고 주변 국가에서 제품 구매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스위스 NGO중 의족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있는데 저희 제품을 사서 아프리카에 보내고 있어요. 파키스탄과 이스라엘의 병원에서도 쓰이고 있습니다. 터키와 레바논에서도 요청이 오고 있습니다.”
전자의수를 사업화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에 빠졌을 때 그의 심장을 뛰게 한 것도 페이스북에 올라온 한 초등학생의 댓글이었다.
“ 사람을 향한 기술이 아름다운 기술이네요.”
이에 화답하듯 만드로는 지난해 11월부터 세운상가 사무실에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개?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장난감 로봇도 만들고 전자의수 만들기 교육을 진행하며 기술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다.
“ 2년 전 전자의수를 만들 땐 재능기부였어요. 시제품을 만드는 선에서 끝내려고 했지요. 하지만 끝을 보지 않으면 장애인분들을 희망고문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드로:?http://mand.ro/
글. 백선기 이로운넷 책임에디터
사진제공. 만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