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독립 만세!” 우렁찬 목소리가 극장 가득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응답했다. 1919년 3월 1일 일제에 항거하며 전국적으로 부르짖은 ‘만세’는 여전히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울컥하게 하는 특별한 외침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항일 독립운동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콘서트·오페라 ‘백년의 약속’이 열렸다.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99주년을 맞아 올린 작품은 독립운동의 역사적 의미와 임시정부 수립이 지닌 ‘통합’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기획됐다.

공연은 오는 2019년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전석 초대’로 진행됐다. 온라인을 통해 국민 누구나 관람권을 신청할 수 있었는데, 양일간 4000여 명이 극장을 다녀갔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온 어린이부터 나이 지긋한 노년층까지 다양한 세대의 관객이 객석을 가득 메워 역사의 의미를 저마다의 가슴에 새겼다.

‘백년의 약속’은 여타 공연과 달리 국가의 주요 행사처럼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등으로 엄숙하게 시작됐다. 6월이 호국보훈의 달인 만큼,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위한 존경의 무대로 가득 채워졌다.
 

콘서트로 구성된 1부는 체코 민족음악의 창시자인 작곡가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으로 문을 열었다. 일제강점기 당시 블라디보스톡 지역에 진출해 있던 체코군이 우리 독립군에게 제공한 무기가 ‘청산리 대첩’ 승리에 큰 힘이 됐다는 사실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선곡했다.

1920년대 초반 독립운동가 김원봉을 도운 헝가리인과 인연을 기념해 프란츠 리스트의 ‘헝가리안 랩소디 No.2’, 1919년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중국 상하이 내 프랑스 조계지 내에서 활동한 것을 기억하기 위해 ‘병사들의 합창’ 등 연주도 이어졌다.

소년소녀합창단이 부르는 ‘3.1절 노래’, 베이스 양희준의 ‘산아’, 소프라노 김성은의 ‘그댈 위해서라면’, 테너 이동명의 ‘상록수’ 등 합창, 성악곡을 비롯해 댄서 팝핀현준이 이상화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주제로 그려낸 춤, 래퍼 JJ와 작규가 랩으로 표현한 푸쉬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예술이 80분간 지루할 틈 없이 펼쳐졌다.

특히 육군사관학교 합창단과 군악대의 합동 무대는 관객들에게 가장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100여 명의 생도들이 마치 한 몸인 듯, 절도 있게 표현해내는 노래와 연주는 오페라극장의 대형 무대를 빈틈 없이 채우며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2부는 3.1운동부터 8.15광복까지 독립운동 역사를 담은 오페라 ‘바람과 구름이 되어’로 80분간 꾸려졌다. 독립운동가의 좌우 진영을 대표하는 작곡가 한유한의 ‘아리랑’과 정율성의 ‘망부운’을 하나로 각색·편곡해 ‘통합’의 의미를 강조했다. 극은 한 동네에서 자란 찬수와 우봉, 아랑이 일제강점기라는 역사 속에 어떤 비극적 삶을 살아가는지를 담아냈다.

일본의 핍박으로 만주 벌판으로 쫓기면서도 “대한독립 위해 하늘에서도 싸우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준 사람들의 이야기는 큰 감동을 안겼다. 몇 부분에서 출연자간 호흡이 맞지 않아 흐름이 끊겼다는 점은 아쉬웠지만 정상급 성악가와 더불어 마임이스트 유진규, 전통연희단 타투, 성남시립합창단, 한국예술종합학교 합창단 등 250명이 넘는 대규모 출연진의 노래와 연기는 장관을 이뤄내기에 충분했다.

‘백년의 약속’은 출연자, 프로그램을 일부 변경해 오는 18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는 오는 9월 민족해방 투쟁을 다룬 영화를 상영하는 ‘레지스탕스 영화제’, 11월 독립운동을 주요 내용으로 한 음악극 등을 열어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관한 국민적 관심을 이어갈 예정이다.

글. 양승희 이로운넷 기자
사진제공.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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