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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20년, 조합원 약 4800명, 평균연령 20대.’

이화여자대학교 생활협동조합(이대 생협)이다. 서울 지역 생활협동조합의 50% 정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점과 비교할 때 이대 생협은 성공 모델로 부를 만하다.

물론 이대 생협만이 아니라 전국 35개의 대학 생협들은 취지나 운영 조건 면에서 다른 조건의 생협보다 안정적일 수 있다. 대학교 안에서 이뤄지는 수익사업의 이윤을 다시 대학 구성원들을 위해 쓰도록 하자는 취지로 설립했고, 목표가 이윤보다는 대학 구성원들의 복지향상이 목표이다 보니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조합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조건이 확보돼서다.

“필요한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어요.”

개강 직후인 3월 7일 오후, 이대 생협에서 운영하는 매점과 기념품점, 나눔가게에서는 여학생들의 즐거운 목소리가 넘쳤다.

# 매점 편: 조합원 맞춤형 상품,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

이화여대 학생문화관에 있는 생협 매점은 매점치고는 규모가 커 보였다. 식료품과 학용품이 공간 대부분을 채우고 있었고, 그 외의 학교 기념품, 화장품, 생활용품 등 다양한 상품이 보였다.

매점 진열대에서 친환경 먹거리에 관심 있는 주부들이 주로 이용하는 상품이 눈에 들어왔다. 이 상표를 대학교 매점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경제력이 낮은 학생들은 건강과 환경보단 가격과 맛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까?

“많이 팔려요.” 계산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의 답이다. 교직원들과 자취하는 학생들이 식 재료로 사간다는 것이다.

생협 매점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건 간단히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신선식품이다. 대학생합연합회에서 공동구매하는 공산품이나 가공식품과 달리 신선식품들은 이대 생협에서 직접 발굴한 거래처에서 납품한다.

생협 학생위원들이 한 학기에 두 번 제조업체 중 하나를 불시방문해 위생상태를 점검할 정도로 꼼꼼하게 관리한다. 일반 편의점과 달리 샐러드 종류가 다양하고, 도시락 구성 반찬도 자극적이지 않다는 게 눈에 들었다. 또, 기자와 같은 20대 여자 학생들이 좋아하는 맞춤형 상품들도 눈에 띄었다.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가격일 터. 이대 생협 제품을 C 편의점 제품과 비교했다.

학생들이 자주 사 먹는 컵라면은 C 편의점 제품보다 50원에서 100원 정도 더 저렴했다. 1400원에 파는 청량음료가 여기에선 800원이었다. 편의점에서 1200원인 건강보조음료는 900원, 1500인 과자는 1350원이었다. 생협 조합원으로 가입한 경우 구매액의 5%가 적립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가격은 이보다 더 저렴한 셈이다.

이대 생협의 강점은 맞춤상품과 저렴한 가격에 끝나지 않았다. 매점 숫자에서도 앞섰다. 학내에는 16개의 매점이 있다. 이대 생협이 수익이 아닌 구성원들의 ‘편익’을 우선순위에 두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용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건물에서도 매점 이용이 가능했다.
 

이화여대 생협 매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유기농 식품

# 기념품점: 학교 기념품이 이렇게 예쁠 수 있다고?

많은 학생이 자교 기념품을 하나씩 가지고 있고, 심지어 관광객들도 기념품을 사갈 정도로 이대 기념품은 멋스럽기로 유명하다. 이 유명한 기념품의 제작과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곳도 바로 이대 생협이다.

이대 기념품의 인기는 사전조사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취재를 간 날 ‘ECC 이화 기념품점’에서 제품을 고르고 있는 사람 수를 보고 놀랐다. 이대의 상징물인 배꽃과 아름다운 건물로 꼽히는 대강당을 활용해 자체 제작한 상품은 학교 로고를 민망하게 강조하지 않고 귀엽고 예쁘게 활용했다.

“나 이거 있는데, 너도 이거 사 봐.” “신상(품) 인가보다. 진짜 예쁘네.”

새로운 기념품 개발은 생협에서 특히 주력하는 부분이다. 학교 기념품이지만 쓰임새와 디자인 모두 만족스러워야 한다. 이대 생협은 학생들의 필요를 파악하고 충족해주는 역할에서 더 나아가 학생들의 취향마저도 충족해주는 협동조합으로 발전한 모델이다.

 

 

스노우볼은 이화여대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기념품이다.

#이화인의 나눔가게: 옷도 많고 저렴해요.

이화인의 나눔가게는 기부받은 중고제품이나 가끔은 새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한 후 그 수익을 장학사업이나 나눔 사업에 사용한다. 유행이 지나지 않은 옷들도 더러 있었다. 취재의 본분을 잊고 한참 옷을 구경하는 동안, 나눔가게 안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나눔가게의 주된 역할 중 하나는 새로운 나라에서 새로 살림살이를 장만해야 하는 외국인 유학생에게 저렴한 가격에 의류와 잡화를 제공하는 것이라 한다.

#그 밖에

조합원이라면 매점에서 구입액의 5%를 적립할 수 있다. 조합원들은 또한 생협에서 진행하는 여러 문화행사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이대 생협의 학생위원회는 식목일날 식물 특별판매, 가정의 달 카네이션 특별판매, 문화유적답사, 조합원 한마당, 특산물 생산지 탐방 등 조합원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행사를 학기 내내 진행한다.

국내 모든 대학에 생협이 있는 건 아니다. 학교나 대학 학생회도 학생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고민하지만, 학생들의 참여를 통해 이익이 선순환되는 생협의 구조와는 다를 것이다. 20여 년 동안 학생들의 복지향상을 위해서 꾸준히 성장한 이대 생협 모델이라면 아직 생협이 없는 대학에서 벤치마킹해볼 만한 사례다.

 

 

글. 신윤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청년기자
syh9603@naver.com

 

라현윤 이로운넷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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