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스 코리아나 윌슨(Abies Koreana Wilson)’

크리스마스를 맞아 거리 곳곳에 놓인 크리스마스 트리는 크리스마스 및 연말 분위기를 한껏 품어낸다. 사람들은 밝게 빛나는 트리를 바라보며 예수의 탄생을 기억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산타를 기다리기도 한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모델은 우리나라 한라산에서 자생하던 고유식물인 구상나무다. 올해로 구상나무에 ‘애비스 코리아나 윌슨’이라는 공식학명이 붙여진 지 꼭 100주년이 됐다. 학명의 '윌슨'은 영국의 식물학자 어니스트 윌슨이 1920년, 구상나무를 학계에 보고하면서 붙여졌다. ‘코리아나’는 한국에서 발견된 식물이라는 뜻이다. 

구상나무 이미지
구상나무 이미지

이처럼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고유식물’의 잠재력과 가치에 주목한 사회적기업이 있다. 경기도 수원의 사회적기업 한고연이다. 한고연은 ‘한국고유식물연구소’의 줄임말로, ‘고유식물의 지속가능한 이용모델 개발’을 목표로 설립됐다. 고유식물은 특정 지방에만 분포하는 식물 종으로, 지리적으로 격리돼 있고 전파나 이동능력이 약한 식물을 의미한다.

지난 11일, 한고연이 오픈한 플라워카페 소원에서 윤준 한고연 대표를 만났다. 한고연은 ‘식물기획사’를 표방한다. 윤준 대표는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고유식물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식하게끔 하며 식물을 통한 삶의 건강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한고연의 목표”라며 “소외되고 있는 우리나라 고유식물을 중심으로 스타식물을 발굴하는 식물기획사”라고 설명했다.

식물로 창출하는 사회적가치

윤 대표는 한고연을 설립하기 전에 13년간 건설회사 조경분야에서 근무했다. 2012년에 회사를 나온 그는 남은 일생은 나와 사회 모두에게 가치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다짐했다. 그러면서 고유식물을 통해 사회적가치를 창출해보자고 결심했다. 

지난 11일 윤준 한고연 대표와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플라워카페 '소원' 1호점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11일 윤준 한고연 대표와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플라워카페 '소원' 1호점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리나라는 정원을 꾸밀 때 주로 원예종을 많이 쓴다. 화려한데다 꽃피는 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일반 원예종말고 고유종으로 정원을 꾸며보면 어떨까 고민했고, 고유식물을 다루는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했다.

하지만 제도의 벽에 가로막혔다. 우리나라에서 고유식물은 공공영역에서 다루고, 민간에는 연구목적을 제외하고는 제공을 하지않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낙심하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사업모델을 고민하기 위해 2013년 상반기 용인시 사회적기업 아카데미와 하반기 소셜벤처 경연대회에 참가했다. 그 기간동안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하면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고유식물 소재 정원 런칭해 고유식물 알려

한고연은 2014년 산림형 예비사회적기업에 선정된 후, 2016년에 창의·혁신형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한고연은 사업을 시작할 때, 따로 관리하지 않아도 물을 자동으로 주는 등 관리가 되는 스마트화분을 개발해 판매했다.

소원 내부모습
소원 내부모습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윤 대표는 회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정원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정했다. 사업모델을 바꿔 고유원 브랜드를 새롭게 런칭했다. 고유원은 차, 약재, 방향, 방충 등의 기능을 가진 고유식물을 소재로 한 정원 설계다. 고유식물을 사람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건물 외부공간이나 유휴지 등에 조성하는 방식이다. 카페, 아파트, 숲길 등 다양한 곳에 조성해 시민들이 고유식물을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한고연은 고유원 브랜드를 통해 회사를 업계에 널리 알렸다. 2014년 드림파크 정원콘테스트에서 우수상, 2016년 서울정원박람회에서 대상을 타는 등 고유원 브랜드 실력을 인정받았던 덕이다. 한 대표는 이를 역량을 계속 키워나가는 기회로 삼았다. 

소원(小園) “모두가 정원을 가까이서 즐길 수 있는 공간”

한고연은 사업영역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올해도 사업영역의 확장을 이뤄냈다. 본래 작년까지는 고유원을 통해 조경 및 실내외 정원분야 디자인, 빌드, 관리 서비스를 제공했다. 올해는 새롭게 라이프스타일샵 사업을 시작하며 쇼룸을 오픈했고, R&D 사업도 하나를 수주해냈다.

소원 여기저기에는 각종식물이 전시돼있다. 소원에서는 전시된 식물들을 판매하기도 하며, 고유식물 만들기 등 원데이클래스가 열리곤 한다.
소원 여기저기에는 각종식물이 전시돼있다. 소원에서는 전시된 식물들을 판매하기도 하며, 고유식물 만들기 등 원데이클래스가 열리곤 한다.

2018년 매출 18억원에서 작년 30억원의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예정된 사업들이 무산되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과정에서 떠올린 것이 '당신을 위한 작은정원, 소원(小園)'이라는 ‘라이프스타일샵’ 오픈이다. 

소원은 식물로 꾸민 화원 기반의 공간이다. 정원을 경험하는 공간으로서 모두가 정원을 가까이 두고 즐길 수 있는 그린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한다. 1호점은 플라워카페로 쇼룸을 겸해 용인시 기흥구에서 지난 6월 열었다. 윤 대표는 “1호점은 카페이지만, 컨셉을 그대로 유지한 채 학교에 조성되면 서점·스터디룸도 될 수 있고, 백화점에 조성되면 입점매장이 될 수 있다”며 “공간 특성에 맞게 적용이 가능한 정원 컨셉의 라이프스타일샵”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활용도에 맞게 소원의 2호점, 3호점을 열어나갈 계획이다. 

그린라이프 등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 확장

한고연은 오랜 숙원 중 하나였던 R&D 기반사업도 시작했다. 먼저 LH로부터 스마트파크렛 상용화모델사업에 착수했다. 스마트파크렛이란 도로변 주차공간을 활용해 조성한 소공원이다. 이를 통해 사람 중심 도로환경을 조성하고, 보행자를 사고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윤 대표는 “스마트 파크렛은 자동차가 속도를 자연스레 줄이게끔 유도하고, 작은 공원 휴양시설을 조성해 인접상가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도 할 수 있다”며 “모듈화된 공원모델을 상용화하는 작업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작년부터 LH의 그린매니저 시범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린매니저는 조경·놀이 시설 등 아파트 외부공간 유지관리 점검과 입주민 그린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는 공공주택 조경 관리자다. 아파트 정원을 가꾸고, 아파트 외부공간 하자·유지관리를 지원한다. 

한고연이 진행할 '제2회 LH가든쇼 해외작가 초정정원공사' 시공과정./출처=한고연
한고연이 진행할 '제2회 LH가든쇼 해외작가 초정정원공사' 시공과정./출처=한고연

한고연은 작년 제1호 그린매니저로 선정됐다. 사업모델을 만들며 지원자를 대상으로 그린라이프를 구현하는 그린커뮤니티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이외에도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수원 재간령어린이공원 활성화를 위한 참여형 설계, ‘제2회 LH가든쇼 해외작가 초청정원공사’ 시공 등 R&D 기반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윤 대표는 “일반적인 업력에서의 역량뿐만 아니라 그린라이프 콘텐츠 등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를 기획·제안해 성공시키는 과정을 중요한 회사의 자산으로 보고 있다”며 “어떠한 외부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이 한고연의 경쟁력”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긍정적 변화를 이끄는 식물 기획사꿈꿔

인터뷰를 진행한 '소원' 벽면에는 식물들의 학명이 적혀있었다. 적힌 식물들은 모두 고유식물이다. 인터뷰 말미, 벽에 적힌 식물의 학명을 하나하나 가리키며 설명하는 윤 대표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의 식물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윤준 대표가 소원 벽면에 써있는 'Abeliophyllum distichum'을 가리키며 고유식물 미선나무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윤준 대표가 소원 벽면에 써있는 'Abeliophyllum distichum'을 가리키며 고유식물 미선나무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한고연은 앞으로도 도전을 계속 이어간다. 사업 영역을 계속 확대해나갈 방침을 세우면서, 매출 하락을 기록한 올해도 직원을 3명 더 고용했다. 총 13명의 직원이 함께 내년을 준비하게 됐다.

윤 대표는 “내년에는 민간기업 및 사회적경제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더 늘리고 다양한 식물 유관 시범사업들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식물기획사를 어떻게 런칭할 것인지를 고민해나갈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식물을 통해 우리와 사람들의 삶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도록 이끄는 식물기획사가 되기위해 전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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