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는 2018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의 중심에 서있다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비트코인에 대한 논란이 어제(30일)부터 시행된 가상화폐거래 실명제를 계기로 정점에 달한 느낌이다. 온 국민, 특히 20·30세대를 투자 광풍의 한복판으로 몰아넣은 탐욕의 열풍과 그 결과로 초래될지 모를 거품 붕괴에 대한 공포로 온 사회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점점 더 끝을 알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자천 타천 전문가들의 사실과 의견이 불분명한 정보가 뒤죽박죽되어 난무하면서 혼란에 기름을 붓고 있는 상황이며, 정부도 선무당이 칼춤 추듯 정제되지 않고 사려 깊지 못한 정책들을 두서없이 내놓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현상을 면밀히 진단하고, 이 열풍의 에너지를 투기가 아닌 새로운 경제적, 사회적 선순환의 구조로 변화시킬 다중의 통찰력을 모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논의가 시급한 상황임에는 명확하다.

 

비트코인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이라는 알고리즘의 상세한 전문적 논의는 생략하더라도, 이 기술이 갖고 있는 이념과 작동원리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장부(거래내역)의 신뢰성을 확인·유 지하기 위한 작업에 기본적으로 누구라도 참여가 가능하고, 그 대가로 새로운 코인이 인센티브로 주어지도록 설계되어 있기에 중앙관리자가 없어도 시스템이 자동적으로 굴러간다는 것이 핵심이다. 게다가 궁극에는 생산(채굴)총량이 정해져 있기에 금(金)과 같은 경화(硬貨)로서의 희소성도 지니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렇기에 어려서부터 정보화된 환경에서 새로운 IT기술에 익숙해진 우리 청년들이 블록체인이 갖는 가능성에 열광하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블록체인의 알고리즘은 특히 공유경제의 비즈니스모델에서 그 진가가 명확해 보인다. 공유경제의 대명사 격인 우버나 에어앤비는 내용적으로는 공유경제와는 거리가 한참 먼 ‘플랫폼 비즈니스’에 불과하다. 서비스가 확장되면 될수록 그 수익은 사용자에 배분되는 시스템이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가 가져가는 구조이다. 따라서 확장성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반면에, 블록체인 기반의 공유경제 비즈니스모델은 중재자(플랫폼, 즉 수수료)가 사라진 우버나 에어비앤비를 상상하면 된다. 개인과 개인이 대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재자 없이도 상대방을 신뢰하여 온갖 종류의 자산과 가치의 거래가 가능하다면 새로운 비즈니스가 모든 분야에서 나타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케 하는 동력은 개개인의 창조적 힘에 의한 혁신에 있다. 역사적으로, 시대의 변화를 견인해 온 동인은 개개인의 창의력이 응축되어 발현된 새로운 기술과 패러다임이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블록체인기술은 활용하기에 따라 시대의 경제적 사회적 변혁을 이끌어낼 주요 기술이 될 수도 있다. 대응하기에 따라 어쩌면 국가적 명운이 걸린, 혹은 걸릴 수 있는 이 이슈에 대해 작금의 극심한 혼란을 진정시키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의 로드맵과 청사진을 세워야 할 책임 있는 사람(기관)은 누구인가? 이 문제의 해답을 제시해야 할 중요한 축은 정부나 기업, 대학이나 연구소가 아닌 모든 이해당사자의 일치된 합의에 있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각각의 의견을 수렴하여 기준이 되는 척도를 정하고, 지혜를 모아 협동함으로써 새로운 산업 생태계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블록체인이 갖는 미지의 영역을 우리의 힘으로 개척하여 변화된 사회를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뛰는 일이다.

 

윤병훈 (이로운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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