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장애아동의 꿈을 함께 동시에 이룬 마을기업
“부모가 나무이고 우리 아이들이 열매라는 뜻에서 나무와 열매라고 이름 지었어요. 나무(부모)에게서 맺은 작은 열매(아이들)가 세상에서 힘차게 영글어 가는 모습을 희망하면서요.”(김경예 나무와 열매 센터장)
무엇보다 소중한 아이들의 성장을 위한 든든한 나무가 되어주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나무와 열매 사회적협동조합(이하 나무와 열매)은 그런 부모들 중에서 장애인 아이들을 둔 엄마, 아빠가 만든 돌봄 사회적협동조합이다. 2013년 마을공동체로 시작해 마을기업으로, 어느덧 7명의 조합원과 100여 명의 회원이 함께하는 4년차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자랐다.
서툴지만 절실했던 첫 시작
장애아동인 큰아이를 포함해 아이 셋을 키우는 김경예 센터장이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
“처음에는 장애아동 부모들의 모임으로 출발했어요. 장애아동들도 일반 아이들처럼 학교를 가지 않는 방학이나 방과 후에 갈 곳이 필요하거든요. 부모들이 급한 일이 생기면 잠시 아이를 맡길 곳도 필요하고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면 정말 갈 곳이 없다는 것이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의 큰 걱정이었어요.”
나무와 열매는 처음에는 정기적으로 만나는 장애아동 부모들의 자조모임이었다. 모임을 이어가며 장애아동을 위한 돌봄 공간에 대한 절실한 필요가 있었지만 무언가를 실행할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지자체의 마을공동체 공고를 보고 장애 돌봄 공동체를 구상하게 되었고, 그 결과물로 ‘이심전심 부모마음 장애아동 품앗이 마을 만들기’를 시작하며 첫발을 내딛었다.
정부에서 장애인 관련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정작 장애아동들이 아무 때나 편하게 가서 쉬거나 놀 수 있는 쉼터는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해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절실했기에 장애아동 부모들이 이심전심으로 용기를 낸 것이었다.
나무와 열매 김경예 센터장 꿈에 그리던 아이들의 쉼터 마련
큰 용기로 첫 걸음을 내딛었던 나무와 열매는 2013년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 서울시 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며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마을기업으로서 공간 지원금과 사업비를 받게 되면서 4호선 길음역 인근에 꿈에 그리던 장애아동들의 쉼터 공간을 마련했다. 조금 부족한 돈은 조합원들의 출자금으로 충당했다. 이어 2014년 나무와 열매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정식 인가를 받았다.
“지하철역 주변의 교통이 편리한 곳에 공간을 마련했어요. 물론 임대비용이 저렴하지는 않았어요. 그렇지만 다른 장애인 시설처럼 외곽에 있게 되면 장애 아동들이 편하게 오고 갈수가 없거든요. 장애아동을 키우고 있는 부모들이었기 때문에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죠.”
장애·비장애 아동 통합돌봄 서비스 제공
"나무와 열매는 전국 최초의 장애아동 ‘시간제 돌봄’ 공간입니다."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이 일상적으로 아이들을 맡길 수도 있으며 긴급한 일이 생겼을 때 시간제로 아이들을 맡길 수도 있다. 평일뿐만 아니라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문을 연다. 현재는 연령 제한도 두지 않고 있다.
이 또한 그간 장애 아이를 둔 부모들의 절실했던 바람을 반영한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를 안 가는 주말이나 공휴일에 긴급한 일로 장애아동을 맡길 공간이 필요할 때가 더 많은데 다수의 시설들은 대부분 평일에만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원뿐만 아니라 회원이라면 누구나 사전예약을 하고 이용할 수 있다. 돌봄 선생님의 숫자에 따라 하루에 돌볼 수 있는 인원이 있고, 아이들의 숫자가 많은 날엔 미리 충원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급적 사전예약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당일 선생님 수에 비해 아이들이 많지 않으면, 긴급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아동도 같이 돌본다. 또한 통합돌봄 기관으로 장애아동뿐만 아니라 비장애 아동들에게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처음에는 통합돌봄에 대한 우려도 있었는데, 정작 아이들은 장애아동이든 비장애아동이든 잘 어우러지는 듯해요. 장애아동들도 다른 유형의 장애에 대해서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고요. 저희 아이들은 장애가 있는 언니에 대한 이해가 더 높아졌어요.”
공간 운영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장애아동을 위한 전문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초기에는 주위에서 이런저런 재능 기부를 해주셔서 장애 아동을 위한 프로그램을 시도해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몇 번의 장애아동 전문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현재는 정기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장애아동을 위한 스포츠 체육, 스트레칭 및 관절운동, 미술치료, 감각 놀이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나무와 열매를 이용하는 아이들은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게다가 2016년 8월부터는 장애인 활동지원사업도 하고 있다. 활동지원사업은 집으로 보조 선생님들이 찾아가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장애아동을 키워본 부모들이 운영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기에 활동지원사업의 운영에 관한 전문성도 어느 기관 못지않다고 자부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최근 나무와 열매가 그간의 지향을 모두 담아 CI를 새로 만들었다면서 김경예 센터장이 자세히 설명을 한다.
“저희 CI가 어떻게 보이세요? 원은 엄마가 아이를 품고 있는 모습을 상징해요. 그리고 눈금으로 원을 그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을 표현하고자 했고요. 마지막으로 열매라는 글자의 아랫부분이 아주 조금 부족한데, 그건 장애가 있는 우리 아이들을 표현했어요.”
그의 설명처럼 나무와 열매는 처음에는 엄마가 아이를 품고 있는 부모의 애틋함과 절실함으로 시작했지만 눈금사이의 열린 틈처럼 점점 열린 공간을 지향해 가고 있다.
나무와 열매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아동 부모들을 위한 멘토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장애아동의 부모라는 위치도 모두 처음이기 때문에 부모들도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무와 열매 조합원들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는 정보도 나누고 여러 심리적 어려움도 함께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앞으로 생애주기별, 장애유형별,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통해서 토탈 케어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자 한다. 이러한 열린 활동이 아이들이 지역 안에서 자립하여 살아갈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우수마을기업 경진대회 수상으로 사회적 가치와 사업 역량 인정 받아
나무와 열매는 2017 우수마을기업 경진대회에 서울시 마을기업 대표로 참여해 장려상을 수상했다.(사진제공: 나무와 열매) 김경예 센터장은 지난해 10월 27일~29일 김해에서 열린 마을기업박람회에 참여해 나무와 열매의 그간의 발걸음과 성과를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소개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수상자 단상에 오른 김경예 센터장은 다음처럼 소감을 밝혔다.글. 박경진(벼리커뮤니케이션 소셜리포터)
사진. 이우기(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