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기업이 성장하려면 투자가 필수입니다. 하지만 영세한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지요.?특히 이윤과 사회적 가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사회적 기업들이 그러합니다. 동작신용협동조합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 사회투자기금과 매칭해 복지, 환경,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과제를 풀어가는 기업들에게 저리로 자금을 빌려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쑥쑥 성장해 가는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마을기업들의 이야기를 이로운넷이 전합니다.

먹고 보고 즐긴다…
거리문화를 이끄는 푸드트럭 - 청춘불패 '칠링키친'

푸드트럭으로 새로운 외식문화를 열어가는 사회적기업 칠링키친

푸드트럭과 버스킹 공연이 어우러진 대학 캠퍼스 /사진제공=칠링키친
푸드트럭은 길거리 음식점일까요 아닐까요? 이 물음에 색다른 답변을 내놓은 청년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푸드트럭이 거리문화라고 말합니다. 잔디밭에 텐트를 치고 무대를 설치하면 야외공연장이 되듯 푸드트럭을 배경 삼아 거리공연(버스킹)과 벼룩시장이 열리면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이죠. 사람들이 어울려 먹고 보고 즐기며 소통하는 곳, 칠링키친이 만들어가는 푸드트럭의 진화한 모습입니다.

칠링키친은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와 함께 2015년 국내 최초로 대학 캠퍼스에서 푸드트럭 문화 공간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인천 송도의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와 서울 서강대학교에서 ‘버스킹과 함께 하는 캠퍼스 푸드트럭’이라는 새로운 문화콘텐츠 영역을 개척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앞에 등장한 푸드트레일러 '더그릴러즈'
이어 '밤도깨비 야시장'에 고정 출연하고, 서울시와 계약을 맺어 서울시립미술관 앞에 푸드 트레일러를 배치해 놓고 올해 말까지 예비 푸드트럭 창업자에게 컨설팅을 해주고 있습니다.

“ 트럭 운영방식, 손님 응대 방법, 재료 준비, 레시피 등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습니다. 메뉴랑 거래처도 소개받았어요. 경험을 쌓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 조형종 (예비푸드트럭 창업자)

옛 경기도 관사를 리모델링한 굿모닝하우스에서는 지난 4월부터 격주로 돗자리 소풍이 열립니다. 칠링키친은 경기도로부터 공간 운영을 위탁받아 어린이 가족 중심의 문화체험 프로그램인 돗자리 소풍을 기획했습니다. 이 곳에선 푸드트럭을 벗 삼아 어린이 벼룩시장, 거리공연, 영화제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립니다.

돗자리소풍현장/사진제공=칠링키친
“어린이 벼룩시장의 자릿수는 30여 개 인데 평균 100여 명이 신청해 3배가 넘는 경쟁률을 보입니다. 날씨에 따라 참가자 수가 크게 좌우되지만 돗자리 소풍에는 2000여명의 나들이객들이 모입니다. 도민의 세금을 들여 리모델링한 자리인 만큼 도민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 함현근 칠링키친 대표

함대표가 푸드트럭을 창업하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창업이 아니라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학내 취업 상담 센터를 찾아간 것이었습니다.

함현근 칠링키친 대표

“ 이력서를 보더니 일관성이 없데요. 회의감이 들었죠. 20대를 꽤 열심히 살았거든요.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인·적성검사랑 시험문제집 사서 풀고 면접 스터디를 만들어 준비하래요. 30분 정도 듣다보니 ‘내가 이럴려고 대학에 왔나’ 싶었습니다. 마치 대학 진학을 위해 수능, 논술을 준비하는 것과 똑같더라고요. ”


그는 상담실을 나오면서 취업 준비는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누구나 하는 취업 준비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나니 비로소 다른 길이 눈에 보였지요. 그때 한 지인이 푸드트럭에 대한 정보를 알려줬습니다.

“ 재미있어 보였어요. 발로 뛰어다니며 노점의 음식을 사 먹어 보기도 하고 손으로는 열심히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마침 캠퍼스에서 푸드트럭 영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준다는 기사가 떴고 ‘하자’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함 대표를 비롯해 칠링키친의 직원 8명은 20대에서 3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청년들입니다. ‘내 뜻대로 삶을 펼친다’는 모토 아래 셰프, 디자이너, 상품개발, 현장 운영 관리자로 활동하고 있지요.

칠링키친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이미 완성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우리 스스로 뭔가 만들어나간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 정승윤 현장 교육팀장

“수평적인 직장 문화가 좋아요. 서로 배려해주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마음을 열고 귀 기울여줍니다. ” 정유진 서비스개발팀장


그 사이 칠링키친이 운영하는 푸드 트레일러는 3대로 늘어났고, 서울시와 고용노동부로부터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을 받았습니다. 또 경기도 푸드트럭 창업아카데미에서 강의를 하는 등 사업의 영역을 넓혔습니다. 불과 2년 반 사이에 이뤄낸 이같은 쾌거는 젊음의 패기가 가장 큰 무기였지만 그들의 몸부림에 화답해준 이웃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푸드트럭 창업은 비교적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다지만 푸드트럭을 사려면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듭니다. 칠링키친은 한 기업의 배려로 2년 동안 싼값에 차량을 임대했습니다.

칠링키친의 푸드트럭은 트레일러 형태로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한다/사진제공=칠링키친
“우연히 한 육가공 판매회사가 푸드트럭을 홍보용으로 1주일 간 사용한 뒤 주차장에 방치해 놨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창업을 준비하던 청년 열댓 명과 함께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임대료를 드릴 테니 빌려달라고요.”

답변은 ‘좋다’였고 여기에 덤으로 식자재를 절반 가격으로 공급해주겠다는 제안도 받았습니다.

“ 우리가 손을 내밀기 전에 먼저 제안해주셨어요. ‘잘 버텼으면 좋겠다. 돈 많이 버는 건 기대도 안 한다.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면서요. 식자재비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됐지요. ”

메뉴 개발에는 워커힐 백석남 셰프의 도움이 컸습니다.

“sk 프로보노를 통해 워커힐 백석남 셰프가 멘토 역할을 해주셨어요. 저희가 개발한 음식을 시식해 보시고 평가를 해주셔서 단점을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

주 메뉴인 치즈목살스테이크와 새우꼬치
칠링키친이 개발한 무알코올 칵테일 음료들

칠링키친은 푸드트럭을 활용한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이루기 위해선 사회적기업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함대표는 사업 초기에 청년 창업 지원을 받기 위해 여러 기관에 문을 두드려봤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IT, 바이오 이런 건 어디 든 신청해도 잘 지원이 이뤄지지만 푸드트럭은 창업 지원 선정 그룹에서 최하위에 속해 있어요. 100 여 군데 서류를 넣지만 번번이 떨어졌어요. 다행히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 선정돼 위탁 기관인 ‘사회적기업진흥원’과 ‘함께일하는재단’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지요.”

칠링키친은 함께일하는 재단의 컨설팅을 받아 가며 푸드트럭 문화 사회혁신기업으로서 입지를 탄탄히 다져갔습니다. 이러한 공로로 2016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우수 창업팀에서 선정되었습니다.

푸드트럭은 창업 6개월 만에 70%가량이 폐업할 정도로 쉽게 시작하지만 쉽게 망하는 업종 중 하나입니다.

“초창기에는 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습니다. 조례나 개정안이 일주일이나 한 달 단위로 바뀌기도 했어요. 좌충우돌했던 저희들의 노하우를 공유하면 많은 분들이 실패를 줄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푸드트럭 창업아카데미 실습장에 등장한 칠링키친 푸드트레일러
칠링키친은 해결책으로 자신들이 겪어온 경험담을 교육으로 풀어냈습니다. 서울시 양천구 사회적 경제지원센터와 함께 푸드트럭 창업입문 기초과정을 열어 예비 창업자들에게 상권분석.재무, 메뉴, 운영 등 분야를 나눠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또 서울시 신용보증재단에서 지원하는 업종 멘토 회사로 등록돼 1 대 1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푸드트럭 창업아카데미 수업에는 참가자들이 직접 요리를 만들어보는 과정도 거친다.
“ 지금까지 20여 명의 푸드트럭을 컨설팅하였습니다. 이 가운데 아라뱃길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계신 분은 주말에 80만-100만 원을 벌 정도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또 한 분은 취업 준비를 위해 6개월 동안 푸드트럭으로 열심히 돈을 모아 스펙을 쌓은 뒤 취업에 성공했어요. ”

이처럼 칠링키친이 예비창업가들을 지원하는 까닭은 푸드트럭 하는 분들의 상당수가 자본이 부족한 젊은 층과 어려운 계층이 많기 때문입니다.

칠링키친 현장 직원들이 목살스테이크에 들어갈 고기를 빨리 구워내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 자본에 여유가 있으면 부족해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교정해 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유자금이 부족한 저소득층이나 청년들은 그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접고 맙니다. 그런 분들은 망하면 극빈층으로 떨어집니다. 버틸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는 것이죠.”


인터뷰 도중 한 여성이 찾아왔습니다. 직업이 배우라는 그녀는 연극만으로는 생계를 꾸려나가기 어렵기 때문에 부업으로 푸드트럭을 할까 고민 중이라는군요. 함대표는 말합니다.

“많은 분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 중간다리로 푸드트럭을 고민하고 찾아옵니다.”

그녀를 보며 ‘청춘불패’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작가 이외수씨는 “모든 성공은 장애물 뒤에서 그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지요. 푸드트럭을 통해 변화를 일궈낼 많은 사람들의 꿈을 응원합니다.

칠링키친:?facebook.com/chillingkitchen

글. 백선기 이로운넷에디터

사진. 이우기 사진가


이 콘텐츠는 서울시 사회투자기금 사업의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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