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금융'이란 말의 이미지는 차갑다. 종종 '약탈적'이란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그러나 금융에 인간의 체온을 불어 넣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사회적 금융기관들이다. 특히 미국의 대형재단 등 비영리단체들은 기부에 투자, 융자 등 금융 기법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 창출에 레버리지를 일으키고 있다. 사회적기업 이로운넷의 에디터들이 다녀온 미국 사회적 금융 현장을 머니투데이가 3편에 거쳐 소개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탐욕스런 자본가이자 아낌없이 기부하는 박애주의자’.

세계 최초의 억만장자인 록펠러를 향한 전혀 다른 두 가지 시선이다. 록펠러 재단 등을 향한 세간의 시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본의 탐욕성을 감추기 위해 앞으로는 기부로 생색을 내면서, 더욱이 과도한 면세 혜택까지 누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가 여전히 따갑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설사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라 하더라도 록펠러 재단과 같은 민간재단들이 사회적 투자에 적극적인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실제로 미국에서도 이같은 재단들의 활동을 오로지 ‘선의(善意(선의))’에만 맡겨 놓는 것이 아니다”며 “세금을 포함한 다양한 정책을 통해 이들이 사회적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세금’을 활용해 채찍과 당근을 주는 대표적인 두 가지 정책이 바로 ‘5% 페이아웃 룰(5% payout rule)’과 ‘제퍼다이징 인베스트먼트 룰(jeopardizing investment rule)’이다.

‘5% 페이아웃 룰’은 쉽게 말해 미국의 민간재단들이 의무적으로 자금의 5%를 복지사업 등에 투자하도록 한 연방법 규정이다. 만약 민간재단이 5%의 의무지출을 지키지 못할 경우, 적게는 부족분의 30%에서 최대 200%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제퍼다이징 인베스트먼트 룰’은 재단 및 자선기관의 본래의 사업목적을 훼손시킬 수 있는 투자에 대해 미 국세청(IRS)이 과세를 징수하도록 한 규정이다. 현재 미국의 IRS법에 따르면 재단과 같은 비영리 기관들은 면세헤택이라는 막강한 혜택을 부여 받는다. 때문에 이같은 재단들의 자금이 제대로 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엄격하게 관리를 하기 위한세금 정책인 셈이다.

김 연구위원은 “실제로 록펠러와 같은 미국의 재단들이 PRI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이같은 세금 정책의 영향이 크다”고 설명을 이어간다. 실제로 재단들이 PRI투자에 지원한 금액은 5% 페이아웃 룰의 총금액으로 산정하도록 돼 있다. 재단 측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5% 의무지출을 채우는데, 한번 주고 마는 기부 보다는 투자를 통해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PRI가 더욱 유리할 수 있는 것이다.

제퍼다이징 인베스트먼트 룰 또한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민간 재단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투자활동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PRI는 여기에 예외사항으로 적용된다. 때문에 PRI를 투자를 통해서는 재단들이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수익을 추구하더라도 과세 등의 패널티를 면할 수 있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한국에서도 청계재단 등과 관련해 개인의 사금고화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국내의 재단들도 이처럼 사회적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처럼 실질적인 세금 정책과 엄격한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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