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국밥. 한 그릇에 6천 원.

11월의 바람이 차갑습니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날씨입니다. 서울 시내에 나눔을 실천하는 국밥집이 있다고 해서 들렀습니다.

덕수궁 옆 성공회 빌딩 지하에 있는 정동국밥입니다. 순대국밥 한 그릇에 6000원인데, 국물이 진하고 깔끔했습니다. 이런 맛은 어떻게 냈을까. 박원순 정동국밥 대표는 음식 칼럼니스트 김순경 씨와 평안도 찹쌀순대 전문점으로 유명한 (주)평원식품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김순경 음식칼럼니스트께서 국밥을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분은 국밥의 맛, 역사, 노하우 모든 걸 꿰뚫고 계셨어요. 김순경 선생님께서 김현준 (주)평원 회장님도 소개해 주셨고요. 그렇게 정동국밥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뿐인가.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가 로고를 맡았습니다. 또 판화가 이철수 씨가 엠블럼을 제작했습니다. 시민들은 소셜펀딩 형식으로 한 사람당 10만 원씩 총 2억 원의 출자금을 정동국밥 개업을 위해 모았습니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국밥집이기에 유명한 교수와 판화가, 칼럼니스트, 기업, 시민들까지 이렇게 나서서 개업을 도운 걸까요?

55평 규모의 정동국밥 실내 내부. 사진 출처: (주)평원식품

정동국밥은 비영리민간단체 성공회푸드뱅크가 운영합니다. 성공회푸드뱅크는 현재 전국 30개 지역에서 하루 1만2000여명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합니다. 정동국밥도 이런 취지를 이어 받았습니다. 이 국밥집은 노숙자, 쪽방주민 등 도심 취약결식계층의 급식을 지원합니다.

정동국밥 매장 규모는 전체 55평, 홀만 30평입니다. 좌석은 76개. 메뉴는 순대국밥, 떡만두국, 반계탕, 술국 등 총 7개입니다. 주류도 판매합니다. 직원은 5명입니다. 매니저와 주방장 2명이 정규직입니다. 매출은 10월 이후 꾸준히 3000만 원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박원순(48) 정동국밥 대표
“점심 때는 줄을 서서 드시기도 해요. 주변 회사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어요. 어르신들 입맛에도 맞아서 한 번 드시고는 가족들을 데리고 다시 찾곤 하시죠. 오늘은 한 가족 20명이 오셔서 식사를 하셨어요.”

박 대표는 정동국밥에서 월급을 받지 않습니다. 비상근 대표입니다. 그는 성공회푸드뱅크에서 15년 정도 일했습니다. 식당 경영을 맡은 지 1달 남짓 됐습니다.

그는 "인건비와 운영비를 제외한 수익금 모두를 무료급식사업에 환원하고자 한다"며 "다행히 매출이 좋아서 내년 상반기에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시민들의 관심과 도움으로 시작한 나눔의 약속을 지키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성공회푸드뱅크가 그동안 진행했던 무료급식사업, 주먹밥콘서트 등 사회 공헌 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동국밥은 성공회푸드뱅크가 2008년 이바지 사업단 주먹밥콘서트로 받은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인증을 양도 받아 11월에 정식으로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정동국밥
서울시 중구 정동 3-7 성공회빌딩 지하 1층

연락처: 02-725-5233
영업 시간: 9시 30분~ 21시 30분

위치: 시청역 3번출구(1호선, 2호선) 30미터 전방에서 좌회전, 돌담길따라 끝까지 들어오셔서 오른편 세실극장 옆?건물 지하 1층 정동국밥 간판이 보입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