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줄 알았다. 덕산 같은 시골에 짱박혀 사는 일상 말이다. 학기말로 바쁜 학교 일하랴, 틈틈이 술 마시러 다니랴, 주말이면 늦잠 자고 집안일 하랴. 정신없이 굴러가는 내 하루, 일주일, 한 달이 무척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아주 오랜만에 도시 공기를 맛보기 전까지는 말이다.두 달 만에 덕산을 떠나 충주 시내에 갔다. 특별한 걸 한 것도 아니었다. 떡볶이 체인점에서 국물떡볶이를 사 먹고, 후식으로 티라미수와 커피를 먹은 뒤, 밤 산책 나온 사람들이 간간이 오가는 공원을 걸었을 뿐이다. 문득 도시에서 누렸던 자유가 새삼스럽게 다가왔
3월 중순에 충주 시내로 나가는 시외버스가 줄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덕산면 글쓰기 모임 단체 대화방에 올라온 정보였다. 한 사람이 자신은 처음 알게 된 정보라며 사진을 올렸고, 충주로 가는 버스가 하루 여덟 대에서 두 대로 줄었다고 말했다.사진을 눌러 확대해 보니 ‘덕산 정류장 직행 버스 시간표’ 충주 방면, 단양 방면이라고 쓰인 글자 아래로 엑스 표시가 쳐져 있었다. 이 난감한 버스표가 내게는 이렇게 읽혔다.충주 방면 7:40 버스 없음, 9:35 버스 없음, 12:10 버스 없음, 13:30 버스 없음, 15:30 버스 없음,
옥천을 떠났다. 지난해 10월 직장을 그만둔 뒤 다른 지역에 새로운 일을 구했다. 전세 계약을 한 지 얼마 안 된 집이 아깝고, 옥천에서 만난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아쉽고, 익숙한 단골 국밥집과 미용실, 카페가 멀어지는 게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뭔가 새로운 국면이 펼쳐질 때라고 생각했고, 이 모든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기회는 다른 지역에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옥천읍보다 훨씬 적은 인구가 사는 충북 제천시 덕산면으로 이주했다. 월악산 자락에 위치한 덕산면은 옥천보다 춥고, 작고, 좁을 것이었다. 내가 취직한 곳이 학창시절을 보
옥천에 사는 기자, 번역가, 인권 활동가, 직장인, 생활인이 모인 독서 모임을 나는 ‘시스터 후드’라고 부른다. 누군가는 ‘옥천 언니들 독서 모임’이라고 부른다. 2019년 3월 즈음 “어려운 책, 책장에 꽂아 놓고 혼자는 안 읽는 책,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책을 함께 읽어보자”는 제안으로 시작한 독서모임에 동네 ‘언니들’이 모였다. 그동안 여러 독서 모임을 해봤지만 격주에 한 번, 9개월 동안 총 7권의 책을 읽을 만큼 활발한 모임은 내게 처음이었다. 매번 다른 음식과 술, 이야기가 오갔다. 나는 각자 살아온 삶과 고민이 조
은아.나는 지금 옥천 읍내가 내려다보이는 아파트에서 너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 네가 지난여름 놀러 왔던 우리집 말이야. 우리는 에어컨이 없는 집에서 숨도 못 쉬게 더운 밤을 보내고, 다음 날 금강에 놀러가 손가락이 쭈글쭈글해질 만큼 오래 물놀이를 했지. 너희가 아름다운 옥천의 여름에 감탄할 때 얼마나 뿌듯했는지 몰라. 서울에서, 경기도에서, 아무튼 옥천보다 인구가 몇 십 배는 많고 밤새도록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에서 온 너희에게 꽤 그럴듯한 여름휴가를 만들어주고 싶었거든. 정신없이 즐거운 여행이 끝나고, 무궁화호에 오른 너희를 배웅
#1. 하반기 이로운넷을 풍성하게 할 새 필진을 소개합니다.강민수 김정호 윤명숙김세정문성실이지현안희경고기은김주영김예림박명호이은진 #2. 필진 소개 01[강민수의 사회적경제 톺아보기] 경쟁보다는 협동이 인간의 본성에 더 가깝다 생각하며, 사회적경제에 대해 연구하고 교육하며 살고 있다. 현재 쿱비즈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일하며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기획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강민수 쿱비즈협동조합 대표 #3. 필진 소개 02[김정호의 글로벌 뷰파인더]미국에서 국제정치학과 사회철학을 공부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관련 콘텐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