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17년 만에 금리 인상을 발표한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니케이 지수와 코스피가 표시되고 있다. 2024.03.19./사진=뉴시스
일본은행이 17년 만에 금리 인상을 발표한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니케이 지수와 코스피가 표시되고 있다. 2024.03.19./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남기창 기자

일본이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하면서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끝냈다.  6월로 예상했던 미국의 금리 인하 전망도 불투명해지면서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국내의 경우 최근 고금리·고물가 부담이 장기화되면서 국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해 출시된 금융상품들의 연체율이 일제히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19일 이틀간 개최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매우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는 '대규모 금융완화'의 핵심인 마이너스 금리 정책 해제를 결정하고 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2016년 2월부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해 은행에 돈을 맡기면 오히려 이자를 내야 하는 -0.1%의 단기 정책금리를 적용해 왔는데, 이번에 0.1%포인트 올려 단기금리를 0∼0.1%로 유도하면서 8년 만에 다시 '금리 있는' 시대를 열었다.

또한 장기 금리를 낮추기 위해 2016년 9월 도입했던 장·단기 금리조작인 수익률곡선 제어(YCC)을 폐지하고,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투자신탁(REIT) 매입도 중단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1%로 정했던 장기금리 변동 폭 상한선을 없애고 금리 변동을 용인하기로 했다. 

한국은행도 각국의 통화정책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이날부터 20일(현지 시간)까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연다.

시장의 관심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결정에 쏠려있다. 최근 미 소비자물가지수(CPI)·생산자물가지수(PPI) 등 경제 지표가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2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로 당초 시장 전망치인 3.1%를 웃돌았다. 2월 생산자물가도 1.6% 오르며 전월(1%) 대비 상승 폭이 확대됐다.

최근 주요 외신 등이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미 연준의 첫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9월을 가장 많이 꼽았다.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가 불투명해지면서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최근 시과 배추 등 농산물 가격 급등에 러시아-우크라 전쟁 장기화로 국제 유가까지 상승하면서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준이 금리를 예상보다 더 크게 내려도 한은의 고민은 커질 수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가 국내 물가와 자산 가격 상승 기대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은 섣부르게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하는 것이 자칫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는 모양새다.

18일 오전 서울 시내 거리에 카드 대출 관련 광고물이 부착돼 있다. /자료사진=뉴시스
18일 오전 서울 시내 거리에 카드 대출 관련 광고물이 부착돼 있다. /자료사진=뉴시스

"빚 못 갚는 서민 늘었다"...대출 연체율 일제히 '급등'

이런 가운데 최근 고금리·고물가 부담이 장기화되면서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해 출시된 금융상품들의 연체율이 일제히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 금융감독원과 서민금융진흥원이 양정숙 개혁신당 국회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민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 15'의 지난해 대위변제율은 21.3%로 전년 대비 5.8%p 급증했다.

'햇살론 15'는 개인 신용평점 하위 20%인 최저신용자를 위한 금융상품으로, 이 상품의 대위변제율이 20%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으로 대위변제율은 대출받은 차주가 원금을 갚지 못했을 때 서민금융진흥원 등 정책기관이 은행에 빚을 대신 갚아준 금액의 비율이다.

다른 햇살론 상품들의 대위변제율도 일제히 올랐는데 만 34세 이하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햇살론 유스'의 대위변제율은 2022년 4.8%에서 지난해 9.4%로 2배 가까이 뛰었다.

저신용 근로소득자가를 대상으로 한 '근로햇살론'의 지난해 대위변제율은 12.1%로 전년(10.4%)보다 올랐다.

특히, 저소득·저신용자 중 상환능력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제1금융권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이들을 지원하는 '햇살론뱅크'의 대위변제율은 지난해 8.4%로 전년(1.1%) 대비 7배 이상 폭증했다.

업계에선 장기간 계속된 경기 악화로 취약계층은 물론, 비교적 상환능력이 건재한 것으로 평가됐던 서민들마저 크게 휘청이면서 연체율이 급등했다는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편 지난해 카드 이용액이 1139조 3천억으로 전년 대비 5.8% 늘어난 가운데 리볼빙, 카드론 등 연체율도 1.63% 급증해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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