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유고 소설 '8월에 만나요'가 그의 사후 10주기인 3월 6일  전 세계 동시 출간된다. 

마르케스  유고소설 '8월에 만나요' 한국어판, 민음사 펴냄  [사진=민음사 제공]
마르케스  유고소설 '8월에 만나요' 한국어판 [사진=민음사 제공]

민음사에서 펴내는 한국어판에는 마르케스의 두 아들이 쓴 「프롤로그」, 마르케스의 편집자 크리스토발 페라의 「편집자의 말」, 옮긴이 송병선 교수의 「작품 해설」과 함께 마르케스의 자필 교정 흔적을 볼 수 있는 「영인본 네 페이지」도 함께 실린다. 

이 소설은 제목인 『8월에 만나요』가 암시하는 바처럼, 주인공 아나 막달레나 바흐가 자기 어머니의 기일인 매년 8월 16일, 카리브해의 섬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나는 결혼한 지 27년째가 된 남편과 아이들을 둔 평범한 주부다. 그녀는 어머니의 기일에 항상 글라디올러스를 사다가 어머니의 무덤에 바치고 하룻밤을 그 섬에서 묵고 온다. 매년 이어진 이 방문은 어느덧 일 년 중 단 하룻밤 동안 다른 사람이 되라는 거부할 수 없는 매혹적인 제안이 된다. 

『8월에 만나요』는 규범이나 구속을 벗어나 자신의 삶을 마주하는 여성에게 바치는 마르케스적 찬가다. 흔히 남성 위주로 다뤄진 주제를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그를 그리워하는 독자들에게 이 작품은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남긴 뜻하지 않은 선물 같은 작품이 될 것이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의 1장은 처음 1999년에 월간지 《캄비오》에 발표됐고 몇 년 후 3장에 해당하는 내용이 같은 월간지에 발표되었다. 당시 마르케스의 신작 집필 소식이 퍼지며 곧 출간될 소설에 대한 기대가 높았으나 결국 마르케스의 생전에 『8월에 만나요』 의 완성작은 발표되지 않았다. 

2014년 4월 마르케스는 세상을 떠났다. 이 소설은 저작권사의 한 경험 부족의 직원이 작성한 출판 평가서에 의해 세상에 공개되지 않을 뻔했으나 그의 편집자 크리스토발 페라는 여러 번 이 소설을 읽고 출판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밝혔고, 마르케스의 두 아들은 심사숙고 끝에 마침내 이 소설을 출판하기로 결정했다. 

작가의 유고작이 사후에 출간되는 것에는 언제나 논란이 있다. 불태워 달라고 했던 카프카의 작품이 막스 브로트에 의해 발표된 것은 유명한 사례다.

이 작품을 옮긴 송병선 교수는 「작품 해설」을 통해 “이 작품을 그의 대표작에 견줄 수는 없지만 그의 마지막 문학적 노력이자 작가의 마지막 말”이며 “(이) 소설을 읽지 않는 것은 『백년의 고독』의 마지막 장을 읽지 않고 건너뛰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의 편집자 크리스토발 페라는 그가 소설을 더는 작업할 수 없게 될 때까지, 여러 번 소설을 다듬었으며 그 증거로 마지막 판본, 그가 직접 ‘최종 완전 OK’라고 표시한 수정 5교의 네 페이지를 이 책에 소개하기도 했다.

[저자 및 옮긴이 소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Gabriel García Márquez

1927년 콜롬비아의 아라카타카에서 태어났다. 스무 살에 콜롬비아 대학에서 법률 공부를 시작하지만 정치적 혼란 속에서 대학을 중퇴하고 자유파 신문인 《엘 에스펙타도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다. 1954년 특파원으로 로마에 파견된 그는 본국의 정치적 부패와 혼란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것을 계기로 파리, 뉴욕, 바르셀로나, 멕시코 등지로 자발적 망명 생활을 한다. 1955년 첫 작품 『썩은 잎』을 출간한다. 그 후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불행한 시간』 등 저항적이고 풍자 정신이 넘치는 작품을 발표한다. 1967년 그의 대표작 『백년의 고독』을 집필하고 로물로 가예고스 국제 문학상을 수상한다.198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자신의 작품 세계와 라틴아메리카의 현실을 통찰한 수상 연설 「라틴아메리카의 고독」을 통해 전 세계 문인들로부터 ‘마술적 사실주의의 창시자’라는 헌사를 받는다. 이후 발표한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통해 다시금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그 밖의 작품으로 『족장의 가을』, 『순박한 에렌디라와 포악한 할머니의 믿을 수 없이 슬픈 이야기』, 『미로 속의 장군』, 자서전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등이 있다. 평단의 찬사와 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끊임없이 현역으로 글을 써 오던 그는 2014년 향년 여든일곱 살로 타계했다. 

옮긴이 송병선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했다. 콜롬비아 카로이쿠에르보 연구소에서 석사 학위를,  하베리아나 대학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전임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울산대학교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보르헤스의 미로에 빠지기』 등이, 옮긴 책으로 『픽션들』, 『알레프』, 『거미여인의 키스』, 『콜레라 시대의 사랑』, 『말하는 보르헤스』, 『썩은 잎』,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모렐의 발명』, 『천사의 게임』, 『꿈을 빌려드립니다』, 『판탈레온과 특별 봉사대』, 『염소의 축제』, 『나는 여기에 연설하러 오지 않았다』, 『족장의 가을』, 『청부 살인자의 성모』 등이 있다. 제11회 한국문학번역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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